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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왜협력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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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 : 일제강점기 얘길 할 때마다 참 조심스러우면서도 또 안 할 수 없는 것이 친일, 아, 친일이란 말 대신 부왜란 말을 쓴다고 했지? 어떻든 민감한 문제임에 틀림없지.
을 : 권환의 부왜협력시로 알려진 <荒鷲>, <送君詞>, <그대>에 대해 얘기하고 싶은 모양이군. 하지만 그 정도 시 작품 만으로 부왜협력 했다고 하기는 어렵다는 게 이미 여러 사람에 의해 증명되지 않았나?

갑 : 증명이 됐다고? 글쎄,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 문제가 되는 시들을 한 번 보자고. 세 편 모두 시집 ≪倫理≫에 실렸던 것이지 아마?

어머니는 또 생각하엿다
먼 남녁하눌 날러다니며
마음대로 太平洋을 짓밟는

勇敢한 荒鷲의 아들을

大空의 아들을 그는 생각한다
날러가는 새짐승을 볼 때마다
-시 <荒鷲> 중에서

누구나 한번은 죽고 마는 것이나
나라 위해 죽는 게 얼마나 神聖하냐고

말버릇처럼 짓그리더니
인제 빌그르 웃으렷다 그대의 英靈은!
-시 <그대> 중에서

平安히 가시옵소서
北녁 「튼드라」가 오죽이나 추우렷가

平安히 가시옵소서
南녁 「장글」이 오죽이나 더우럿가

몸 고이 조심하시옵소서
길은 멀고 背囊은 무거운 몸이오니

부대 돌아오질랑 마시옵소서
높은 凱旋歌가 왼 山河를 덮을 때까진

뉘가 부질없시 기다리오릿가
나라 爲해 가시는 임을
-시 <送君詞> 전문

자네도 잘 알다시피, ‘황취(荒鷲)’는 일제의 해군함대 소속의 ‘가미카제 자살특공대’를 상징하는 말 아닌가. <荒鷲>는 태평양전쟁에 일본군으로 나간 아들을 생각하며 걱정하는 어머니의 마음에다 “대동아전쟁을 충실히 수행하여 승리하기를 바라는 화자의 염원을 교묘하게 교직”(<부일협력, 그 기억과 망각 사이를 떠도는 망령>, 김형수, 창원대 인문과학연구소, 2004)시키고 있네.
그런데 <그대>는 <荒鷲>에서 한발 더 나아가 “화자는 나라(일본)를 위해 죽는 것이 신성하다고 노래함으로써 일제 군국주의의 대동아주의와 침략전쟁을 합리화”(김호정, 앞의 논문)하고 있네. “일본 제국주의와 천황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목숨을 바쳐야 하며, ‘영령’되어 ‘야스쿠니(靖國) 신사(神社)’에 안치되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해야 한다는 천황의 충성스런 군인의 모습”(김형수, 앞의 글)을 담고 있지.
게다가 <送君詞>는 “징용가는 군인에게 헌사하는 형식의 시”로, 이 작품이야말로 “‘대동아공영권을 위한 성전’을 촉구한 것”이고 “황민화정책의 한 축인 ‘징병제’를 찬양한 것”(김형수, 앞의 글)이 아닌가 말일세. 이에 대해 조동일은 “<윤리>라는 작품에서는 ‘양추질 깨끗이 하고/살렵니다 北岳위 구름같이’라고 다짐한 말로 고결한 자세를 지닌 듯이 위장했다. 별 것 아닌 작품을 여러 편 싣고, 일제에게 끌려 전장에 나가는 이들을 찬양한 <송군사>(送君詞)를 곁들여 놓았다”(≪한국문학사5≫, 지식산업사)고 지적한 바 있지.

을 : 하지만 그 작품들은 “부왜의 빛깔이 엷다”는 얘기가 여러 연구자들에 의해 나온 바 있네. 그 중요한 이유는 먼저, “‘내선일체’의 깃발이 세상을 뒤덮고 있을 때, 나서기보다는 뒤로 물러나 지병을 핑계로 버틸 수 있었던” 것과 두 번째는 “정보 효과가 큰 부왜잡지나 신문 발표를 벗어나” “개별 시집 속에만 실렸다”는 점(<경남 지역문학과 부왜활동>, 박태일, ≪경남․부산 지역문학연구1≫, 2004)을 들 수 있네. 그리고 1940년대 암흑기에도 친일문학단체에 가입한 흔적도 찾아보기 어렵고. 추측이네만, 부왜작품 같으면 당시 부왜잡지나 신문 어디라도 실을 수 있었을 것이고, 일제도 당연히 그렇게 유도하지 않았겠나. 그러다 그들의 강압을 이길 수는 없으니까 뭐라도 하나 표시 내느라고 사람들이 제일 적게 볼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것이지.

갑 : 창씨개명한 이름이 권전(權田)이었던가? 어쨌든 자네가 말한 그 정도 이유만으로 적극적인 친일이 아니다, 그러니까 부왜협력자라고 할 수 없다는 논리는 이해하기 어렵군. 잡지나 신문보다는 적은 수의 사람이 보겠지만 시집도 결국 여러 사람이 사서 읽을 거 아닌가. 시집 내서 혼자 볼 것도 아닌 터에 볼 사람이 많고 적음이 부왜협력이네 아니네의 기준이 되기는 어렵지 않느냐 말일세.
을 :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네. “소시민적 개인의 모습을 보여준 권환이 당대의 친일적 강요에 대항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나 삶의 진실이 은폐되고 왜곡되는 상황에서 삶의 진실을 찾고자 노력하는 모습이 작가들에게 어느때보다 요청되던 시기에 일제 군국주의에 함몰하고 마는 것은 비단 권환 개인의 비극만이 아니라 당대의 문단사, 나아가 민족사 전체의 비극이 아닐 수 없다”(김호정, 앞의 논문)는 사실일세. 그리고 해방 후 권환은 해방의 기쁨과 함께 일제잔재 청산과 제국주의에 대한 반발을 노래한 시를 여러 편 발표했다는 점일세. 대표적으로 <어서 가거라>를 비롯한 <고궁에 보내는 글>, <박쥐> 등이 있지.

日本帝國主義의 愛妾들아,
日本帝國主義의 忠僕들아.
……중략……
오! 벌서 찬란한 太陽이 떠오른다.
동녘 하늘이 밝어온강조다.
용란히 들리다 참새 짖는 소리
어서 가거라 도깨비들아
무서운 魔鬼들아
어둠의 나라로
머언 地獄으로
-시 <어서 가거라> 중에서

갑 : 그래, 알고 있네. 하지만 내 얘기는 카프 시기, 혹은 해방 후 “계급주의 문학운동을 했다는 사실 때문에 일제의 식민지배에의 ‘저항’이라는 점이 강조됨으로써 ‘부일협력시’에 대한 규명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는 측면”(김형수, 앞의 글)이 있어서는 곤란하다는 것일세.
을 : 아니, 역으로 색깔이 아주 엷은 부왜협력시를 빌미로 그의 가치가 훼손되어서는 안 될 것이고, 나아가 계급주의 문학운동과 항일운동과 별개로 보는 시대착오적 생각도 더 이상 해서는 안 될 것이네.

갑 : 그런 건 우리 행정에서도 알고 있는 일이라네. 행정도 과거에 일방적으로 상명하복(上命下服)하던 시대는 지났네.
을 :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일들이 심심찮게 보이니 문제 아닌가. 뭐, 꼭 권환문학제를 두고 하는 말은 아니네만, “궁극적으로 詩의 신념과 詩人의 신념은 몸체와 그림자와 같은 線에 있기를 요망”하는 법이네. “가령 훌륭한 詩로서 評價를 받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데올로기 때문에 이름 석자가 사장되는 경우”(<詩의 前景과 後景의 調和-權煥論>, 채수영, 경기어문학, 1990)가 더 생겨서는 안 되겠기에 하는 말일세.

갑 : 잘 알았네. 나도 개인적으로 권환문학제가 잘 되기를 바라고…….
을 : 그러려면 자네가…….

“멀지않어 明日이 온다”

갑자기 뒤통수가 따갑다. 얼핏 돌아보니, 건너편에서 조그만 참새 녀석이 필자를 노려보고 있다. ‘조그만 녀석이 나를 그렇게 쳐다보면 어쩌겠다는 거냐?’ 생각하는데, 녀석이 푸드덕 날아올라 내게로 향한다. 그런데 문득 드는 자각. ‘아차, 난 지금 배추흰나비가 되어서 저들을 훔쳐보고 있었지.’ 그렇다면 저 참새 녀석에게 필자는 하나의 먹잇감일 뿐일 터. 큰일났다!

“갑씨, 을씨. 나 쫌 살리주소. 저 참새놈이 날 잡아 꿀꺽할라쿠요!”

외치며 두 사람 쪽으로 내려가려는데, ……늦었다. 이미 참새 녀석이 두 발로 내 날개를 거머쥐었다. 꼼짝달싹 할 수 없다. 작고 힘없는 녀석이라 생각해왔는데, 어쩜 그리도 날개를 짓누르는 발 힘이 억센지. 녀석은 감정 없는 표정으로 잠시 나, 배추흰나비를 내려다본다. 금방이라도 딱딱한 부리로 쫄 것 같다. 이제 끝장이다.

그때 어디선가 소리가 들려온다. 시를 낭송하는 것 같다.

오 蒼空이여 大地여!
明日이 멀지않어 明日이 온다 歡喜의 明日이!
그래서 우리는 차(寒)고 캄캄한 이 밤을 極히 사랑한다
밝고 따뜻한 낮(晝)과 같이
그래서 眞珠알처럼 적은 저 별들을 限없이 사랑한다
커-다란 太陽과 같이

明日이 있다
그래서 나는 限껏 웃고 限껏 울련다
-시 <明日> 중에서

권환이 절망적인 현실 속에서도 희망을 꿈꾸며 불렀던 노래다. 그래, 뭔가 방법이 있을 거야. 더 힘껏 퍼덕이며 더 크게 소리쳐 보자.

“배추흰나비 살려, 배추흰나비로 보이는 사람 살려!”

“얌마, 조용히 해라. 니가 그런다고 사람으로 생각해줄 놈이 어딨냐? 또 누구 하나 도와 줄 것 같나. 고마 포기해라.”

참새 녀석은 그렇게 비꼬더니 드디어 부리를 들어 필자를 쪼았다. 으아악, 이젠 정말 끝장이다.

손을 휘저으며 발버둥쳤다. 그 바람에 대청마루에서 하마터면 떨어질 뻔했다. 참새가 없다. 갑도, 을도, 배추흰나비도 없다. 경행제 대청마루에는 정적만이 감돌고 있을 뿐이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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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환 지음 | 전망 펴냄
31년 카프 제2차 방향전환 중심인물이었으며 54년 지병인 폐결핵으로 사망하기까지 왕성한 작품활동을 계속했던 시인 권환(본명 권경완)의 문학 전반을 조감할 수 있는 전집. 발표순으로 정리한 시와 소설, 희곡, 평론과 산문을 통해 88년 해금 이후 여전히 우리 시야 밖에 머물던 시인의 문학 세계에 들어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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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한양하 하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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