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철도의 밤』, 미와자와 겐지, 바다출판사
얼마 전 승강기를 타고 지하주차장을 내려가고 있었다.
“엄마, B1층 아래엔 A2층이지? 개미나라나 괴물들이 사는 나라.”
어린이문학을 공부하는 나에겐 지하주차장은 세워둔 차를 타고 빨리 움직여야 할 장소였지만 일곱 살 딸아이에겐 지하세계로 보였나 보다. 또 B보다 더 낮은 게 A라고 생각한 것 같다. 딸은 호기심에 두 눈이 빛나면서 지하세계와 맞닿아 있음이 흥분되는 듯했다.
동화작가 미와자와 겐지는 바로 일곱 살 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줄 안다. 그는 어린이의 시각에서 세상을 바라보았기 때문에 현실과 상상의 세계를 넘나드는 훌륭한 작품을 만들 수 있었다. 『은하철도의 밤』은 바로 현실적 판타지의 진수를 보여주는 아름다운 작품이다. 미와자와 겐지는 현실에서 벌어질 법한 상상의 세계가 어떻게 드러날 수 있는지를 잘 아는 작가이다. 그에겐 더 이상의 현실과 상상을 구분하는 일은 의미가 없다.
『은하철도의 밤』은 은하수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날에 벌어진 일을 담고 있다. 학생들은 수업시간에 은하수에 대해 배운다. 과학 선생님은 은하수에 대해 과학적 해석을 하지만 은하수 사진을 책에서 보았던 캄파넬라와 조반니에게는 은하수가 미지의 세계, 동경의 세계다.
조반니의 가정 형편은 어렵다. 아버지가 멀리 배를 타고 떠난 뒤 아픈 어머니와 누나와 살고 있는 조반니는 인쇄소에서 활자를 찾아주고 돈을 받는다. 그렇다보니 수업에도 집중할 수 없다. 아이들에게 놀림을 받는 조반니의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은 캄파넬라밖에 없다.
은하수의 날이 되어 모두 작은 등불을 만들어 강에 띄우는 축제를 하는데 조반니는 어머니께 드릴 우유를 들고 빨리 집으로 가야 했다. 그런데 사람들 웅성거리는 소리가 나서 보니 누가 강에 빠졌다고 하는 것이다. 그 아이는 캄파넬라였다. 조반니는 캄파넬라가 어디에 있는지 알았다. 그러나 캄파넬라의 아버지 과학 선생님은 이미 물에 빠진 지 45분이 지났다며 캄파넬라를 포기한다.
조반니는 이미 캄파넬라와 은하철도 여행을 하면서 절대로 헤어지지 말자는 약속을 했기 때문에 캄파넬라가 은하여행을 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 조반니는 우유를 가지러 갔다가 들판에서 다이아몬드가 터지는 듯한 불빛에 놀라 깨어나보니 은하철도를 타고 있었다. 은하철도에는 캄파넬라가 타고 있었다. 캄파넬라와 조반니는 은하철도를 타고 등대지기도 만나고, 새잡이도 만나고, 바다에서 침몰하는 배를 탄 오누이와 청년도 만난다.
독자는 조반니는 언제나 은하철도를 타고 캄파넬라를 만나러 갈 수 있음을 안다. 그렇기에 친구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을 닫으면 슬프지만 아름다운, 위안이 되는 은하세계를 보여준 미야자와 겐지에게 고마움을 느끼게 된다.
/한양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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