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들딸들이 이 땅에서 계속 살 수 있게 하려면
인류 삶의 진정한 모체는 녹색 식물이다
《식물의 정신세계》, 피터 톰킨스․크리스토퍼 버드/정신세계사
하아무/소설가
유엔 산하 정부간 기후변화위원회(IPCC)가 얼마전 발표한 온난화 보고서는 세계에 큰 충격을 주었다. 이대로 지구온난화가 계속되면 40년 뒤에는 지구상의 동식물이 20∼30% 사라지고 70년 후에는 지구 생물 대부분이 멸종할 것이라는 내용이다. 이를 두고 언론마다 일주일 넘게 호들갑이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이상징후에 대한, 그리고 인간의 오만과 무지몽매함에 대한 경고는 동식물의 다양한 경고는 존재해왔다. 인간보다 먼저 보다 더 민감하게 감지하고 신호를 보내왔지만 그것을 알아채지 못하거나 부러 모른 척해왔던 것이다. 많은 과학자들이 인정하고 있듯이, 동물과 식물은 인간보다 더 민감하게 느끼고, 심지어 생각까지 하며, 나름의 방식으로 행동한다. 인간은 제멋대로 만물의 영장 운운하며 위험을 가장 나중에 감지하고 가장 늦게 행동한다.
이 책 《식물의 정신세계》는 식물이 느끼고, 기억하고, 생각하고, 주장하며 움직이는 것에 대한 정확한 경험과 실험을 증거로 제시한다. 심지어 다른 동식물과 교감을 나누기도 하고 인간의 마음까지 간파할 수 있으며, 우주와 교신할 수 있는 능력도 지니고 있다고 말한다.
증거 하나. 빈방에 식물화분 2개를 놓고 실험참가자 10명 중 1명이 몰래 들어가 식물 하나를 뿌리째 뽑아 죽였다. 남은 식물에 거짓말탐지기와 같은 원리의 검류계를 설치한 다음, 실험참가자 10명을 차례로 지나가게 한다. 다른 사람이 지날 때 아무 반응이 없던 식물이 범인이 지나갈 때만 특이한 파장을 일으킨다. 여러 번 실험을 해봐도 똑같은 결과가 나온다.
게놈 연구에서 식물과 동물의 유전자 수나 구성이 거의 같은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 이런 결과로 볼 때 식물도 느끼고 생각하고 움직이는 데 관여하는 유전자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사람의 눈에는 잘 보이지 않거나 너무 느리기 때문에 우리는 식물을 거의 사물과 같게 생각할 뿐인 것이다. 그것은 식물의 진짜 모습을 보지 못해 생겨난 무지의 결과다.
유사 이래로 식물은 탄소 동화작용을 통해 인간에게 무엇보다 소중한 산소와 식량 등을 제공해왔다. 고로 인류 삶의 진정한 모체는 대지를 뒤덮고 있는 녹색 식물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인간은 식물과 함께 있을 때 가장 편안한 기분을 느낀다. 그것은 식물들의 심미적 진동을 인간이 본능적으로 느끼기 때문이다.
비록 인류의 무지몽매함 때문에 자연의 경고를 늦게 감지했더라도 행동만은 민첩해야 한다. 당장의 경제논리가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보다 중요하지 않다. 자연과 인간이 하나라는 생각을 가지고 이제는 행동해야만 한다. 40년 뒤 우리 눈으로 3분의 1의 동식물이 멸종되는 것을 보지 않으려면, 또 우리 아들딸들이 70년 후 이 땅에서 계속 살 수 있게 하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