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하

"다르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은 없는가?"

알 수 없는 사용자 2008. 5. 4. 12:27

『머피와 두칠이』, 김우경, 지식산업사

새 학기가 시작되었다. 아이들은 등교시간에 맞춰 학교에 가고, 학교 마치면 학원에 가고, 학원 마치면 또 다른 학원으로 간다. 중․고등학생 이야기가 아니라 초등학교 저학년들의 일상부터 그렇다. 어른의 눈으로도 ‘저러고 살아야 하나’ 싶지만 쉽사리 끊을 수 없는 사슬이다.

이런 갇힌 삶을 살고 있는 아이들에게 인생이 쉽지 않음을, 그래서 도전과 투지가 필요함을 말하는 동화가 있다. 김우경의 『머피와 두칠이』.

두칠이는 선희네 집에 살고 있는 개다. 남은 음식물을 해결하고, 집에 도둑이 들지 않도록 지키고, 다른 개를 만나면 발발거리면서 온 동네를 쏘다니다 집에 들어와 주인에게 꼬리를 치는 평범한 똥개다.

그런 두칠이가 다른 개들과 관계 속에서 고민을 시작한다. 자기보다 힘센 허크를 어떻게 이길 것인가. 애완견 머피를 좋아하는 속마음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그러나 두칠이는 이런 개인적 고민에만 머물러 있지 않는다. 두칠이가 처한 환경이 두칠이를 그냥 평범하게 살도록 내버려두지 않기 때문이다.

주인에게 사랑받는 개도 있지만 허크처럼 개장수에게 팔려가는 개도 있었다. 또 복날이면 개 맞듯이 맞아 보신용으로 사라진 해피 같은 개도 있었다. 좀 더 사람에게 쓸모 있는 훈련을 받기 위해 훈련장을 다녀온 머피 같은 경우도 있었다. 이처럼 개들의 인생은 모두 주인에게 종속되어 주인이 원하는 대로 살아가야만 하는 것이었다.

그런 것들을 보면서 두칠이는 의문을 갖는다. 왜 그래야만 하는가? 다르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은 없는가? 결국 두칠이는 주인의 보신용 개소주가 되기 직전 탈출하여 산으로 간다. 그러나 두칠이를 맞이한 현실은 자유가 아니라 또 다른 구속이었다. 개 사육장에 갇힌 것이다.

아이들은 그런 두칠이를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할까? 용감하다고 할까, 무모하다고 할까. 아마 자신의 처지와 비교해 볼 것이다. 결국 두칠이는 사육장에서 개장수에게 팔릴 때 도망쳐 나와 다른 개들을 이끌고 산으로 들어간다.

작가는 해피엔딩으로 끝맺었지만 독자들은 그 뒤에 펼쳐질 두칠이의 삶이 녹녹치는 않으리란 짐작을 할 수 있다. 어쩌면 두칠이가 맞선 현실이 우리 앞에 있는지도 모른다. 학원과 공부, 시험이라는 막다른 골목에 몰린 아이들은 두칠이처럼 자기 삶에 맞서지 않을까.

얼마 전 가까운 사람들과 김해에 사는 김우경 선생님을 뵈러 갔다. 김우경 선생님은 마을 뒷산에 올라갔다가, 사람들의 손길을 벗어나 그 곳에서 개와 고양이들이 살고 있는 것을 보고 이 동화를 쓰게 되었다고 가볍게 말씀하셨다.

그러나 『머피와 두칠이』는 단순한 개 이야기가 아니다. 막다른 골목에 몰린 개들의 모습에 우리 아이들의 삶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살아 생전 이오덕 선생님이 이 동화를 극찬했던 것이 아닐까.

/한양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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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경 지음 | 지식산업사 펴냄
똥개라고 불리는 걸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는 두칠이, 두칠이네 옆집에 이사 온 신데렐라 머피, 잘난 척 잘 하는 싸움개 출신 헉크, 먹을 것에만 신경쓰는 뚱뚱이해피가 펼치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통해 진실되고 정직한 삶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