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아무

송강호 버전-“내, 내가 책상이라면 채, 채, 책상인 거야!”

알 수 없는 사용자 2008. 5. 8. 22:34

<나는 늘 반란을 꿈꾼다>-페터 빅셀, 언어문화

하아무(소설가)

<책상은 책상이다>는 중학교 2학년 과정을 공부한 학생들은 잘 안다. 스위스 작가 페터 빅셀의 대표작인데, 국어 교과서에 실려 있다. ≪책상은 책상이다≫라는 제목으로 책도 출판되어 있다.

나는 이 작품을 ≪나는 늘 반란을 꿈꾼다≫는 책에서 읽었다. 1992년 판인데, 지금은 구할 수 없는 책이다. 현재 나오는 책은 작가의 책 ≪책상은 책상이다≫ 한 권을 번역한 것이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책은 그의 책 세 권을 모아 소개한 것이다.

<책상은 책상이다>의 주인공은 이 사회의 가장 기초적 약속이며 관습인 언어에의 순응을 거부한다. 그리고 “책상은 왜 책상이라고만 불러야 하는가?” 라는 의문을 제기한다. 그러나 모든 제도의 바탕이 되는 언어를 파괴하려는 이 반란자를 사회는 용납치 않는다. 사회는 그들을 음흉하게 추방하거나 고립시켜 버리고 “책상은 책상이다!” 라고 선언한다.

아마 영화 ≪넘버3≫의 배우 송강호라면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내, 내가 책상이라면 채, 채, 책상인 거야! 책상을 양탄자라고? 그, 그건 배, 배신이야, 배신!”

하지만 송강호가 아무리 발로 차고 재떨이를 집어던져도 이 책의 주인공들은 반란을 꿈꾼다. 기성의 권위 혹은 권력을 뒤집어엎으려고 한다. 그동안 우리가 아무 의심도 없이 쉽게 받아들인 ‘사실들’을 의심하고 검증한다. 도저한 비타협성과 부정의 정신이 페터 빅셀의 짧디 짧은 소설에서 가장 빛나는 부분이다.

기존 언어 체계에 답답함을 느껴 사물의 이름을 바꿔 부르다 결국에는 다른 사람과 의사소통을 할 수 없게 되어버린 사람,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믿지 못해서 정말 둥근지 확인해 보려고 길을 떠난 남자, 그리고 아메리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는 남자가 있는가 하면, 수십 년 동안 세상을 등지고 혼자 발명에 전념하다가 천신만고 끝에 발명해 낸 물건이 이미 세상에 다 보급되어 있는 텔레비전임을 알게 된 발명가 등등…….

작가는 기이한 주인공들을 내세워 세계와 맞닥뜨리게 함으로써 발생하는 갈등과 균열을 치밀하게 그려낸다. 일상적이고 반복적인 삶의 연속, 그 속에서 잃어버린 삶의 가치들, 대화의 단절과 고립, 그리고 언어의 임의성, 즉 한 언어가 반드시 그 의미를 가져야 하는가 하는 시니피에와 시니피앙 간의 미끄러짐에 대한 사유.

나도 세상을 뒤집고 싶다. 파전 뒤집듯이 휘딱! 책상을 양탄자라고, 아니, 송강호라고 부르고 싶다. 하지만 안 되겠지. 이 세상은 나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므로 자제해야 한다. 안 그러면 왕따 당할 수도 있으니까. 모르지 않는가, 함께 어울릴 수 없는 인간은 제거해 버리는 사회적 장치가 있는지도. 생각해보면, 우리는 사회 속에서 우리의 욕망을 조금씩 죽여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과연, 우리는 그대로 살아야 하는 걸까.

나는 늘 반란을 꿈꾼다 상세보기
페터 빅셀 지음 | 언어문화사 펴냄
계몽주의자인 스위스 작가의 콩트집. <아무것도 할일이 없었던 한 남자가> <펜끝으로의 탈출> 등 모두 30여편을 엮었다.
책상은 책상이다 상세보기
페터 빅셀 지음 | 예담 펴냄
더이상 아이를 부양할 의무도, 반드시 무엇인가를 해야 할 필요도 없는 나이 많은 남자, 하루하루를 무료하게만 보내던 이 외로운 남자는 어느날 결심한다. 침대를 사진으로, 책상을 양탄자로, 의자를 시계로, 시계는 사진첩으로 부르기로. 이렇게 주위의 모든 사물을 다른 이름으로 바꿔 부르기로 한 이 남자는 한동안 들뜬 마음으로 새로운 사물들의 이름을 외운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 나이 많은 남자는 사람들이 쓰는 말을 잊
책상은 책상이다 상세보기
페터 빅셀 지음 | 예담 펴냄
더이상 아이를 부양할 의무도, 반드시 무엇인가를 해야 할 필요도 없는 나이 많은 남자, 하루하루를 무료하게만 보내던 이 외로운 남자는 어느날 결심한다. 침대를 사진으로, 책상을 양탄자로, 의자를 시계로, 시계는 사진첩으로 부르기로. 이렇게 주위의 모든 사물을 다른 이름으로 바꿔 부르기로 한 이 남자는 한동안 들뜬 마음으로 새로운 사물들의 이름을 외운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 나이 많은 남자는 사람들이 쓰는 말을 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