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아무

“광우병 협상, 거짓말도 다 보여요!”

알 수 없는 사용자 2008. 5. 12. 04:39

≪거짓말 잡아내기≫, 폴 애크만/동인

* 지난 대선 전에 쓴 글입니다. 참고하셔서 읽어주세요.

장장 6시간여 동안 TV를 봤다.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검증한다는 거였다.

보면서 참 답답했다. 모르는 일이고, 관계없는 일이고, 더구나 뭐가 잘못된 거냐는 식의 답변에는 황당하고 어이없을 뿐이었다. 검증된 것은 없고 빤히 들여다보이는 ‘고스톱판’이었다. 5.16이 구국혁명인데, 민주화투쟁 희생자들에게는 미안하게 생각한다니, 이건 또 무슨 말장난인가.

방귀 뀐 놈이 성내다가, 그게 잦으면 똥 싸기 십상이다. 거짓말도 하다보면 늘고, 그러다보면 자기가 한 거짓말도 진짜라고 믿어버리기도 한다. 누군가에게 속는다는 것은 결코 기분 좋은 일이 아니다. 만약 그것이 정치인, 그중에서도 대통령이라면 그건 결코 기분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그것은 가장 값비싼 대가를 요구하는 가장 위험한 일일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의 거짓말을 잡아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거짓말탐지기를 써보면 어떨까. 얼굴 표정을 나타내는 근육들의 미묘한 변화, 심장박동, 호흡, 혈압, 피부의 전지변화, 땀, 말의 속도 등의 미세한 변화를 이용해 거짓말 여부를 판별하는 것이다. 그래서 청문회 때 답변할 때마다 뒤에 설치된 전광판에 거짓말인지 참말인지를 알려준다. 선거가 재미없어지기는 하겠지만 안전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불행히도 거짓말탐지기도 만능은 아니다. “심장이 아주 강한 사람이나 정신이상자에게는 잘 통용되지 않는다”니 말이다.

공식적으로 사용할 수는 없지만 방법이 없는 것만은 아니다. 거짓말 연구에 관한 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거짓말 분야의 대가 폴 애크만은 다양한 방법을 우리에게 제시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에 따르면, 대부분의 사람은 평균적으로 약 8분에 한 번씩, 하루 200번 정도 거짓말을 한다고 한다. 물론 이것은 의례적인 인사에 “잘 지낸다”고 답하는 것에서부터 큰 거짓말까지 다 포함한 것이다.

대단하지 않은가? 너무나 일상적이고 의례적인 거짓말은 잡아내기 어렵다. 하지만 대다수의 경우 거짓말을 할 때는 그 표시가 나기 마련이다. 피노키오의 코처럼, 혹은 또다른 징후들로 말이다. 애크만은 말이나 목소리, 몇 가지 몸짓, 자율신경 구조에 의한 단서 등을 통해 거짓말은 드러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아무리 강한 심장을 가졌고 거짓말에 능통한 사람이라도 크거나 작은 표시를 나타낸다는 것.

물론 거짓말지수 몇 퍼센트 식으로 수치화할 수도 없고, 당연히 전광판에 표시할 수도 없다. 하지만 애크만의 분석법을 잘 활용하면 여기저기서 거짓말에 대한 암시를 알아챌 수 있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청문회를 훨씬 재미있게 볼 수 있었다. 그 내용은 답답했지만 그 징후나 암시를 찾아내는 즐거움 때문이었다. 애크만이 언급한 거짓말의 다양한 징후를 알아두고, 그것을 찾아내려는 연습을 하면 할수록 더욱 손쉽게 그것을 찾아낼 수 있다는 것도 알아둘 일이다. 능력도 중요하지만, 거짓말쟁이를 대통령으로 뽑을 수는 없지 않겠는가.

하아무(소설가)

PS. 소고기 협상 청문회나 대통령 및 정부 각료들의 갖가지 기자 회견, 답변 때 그들의 얼굴과 행동들을 자세히 보시라. 철면피한 그들을 보는 것이 대단히 거북하고 싫겠지만, 의외로 맛을 들이면 재미있다. 그리고 그들의 거짓말을 발견할 수 있는 커다란 수확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거짓말 잡아내기 상세보기
폴 에크만 지음 | 동인 펴냄
다양한 측면에서 거짓말을 파헤친 책. 상대방의 얼굴 과 목소리,몸짓,어휘 등을 통해 거짓말을 암시하는 단서를 찾을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부제 거짓말, 비밀의 누설, 속임수에 대한 고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