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아무

전국 가축들, 광우병 소고기 반대 전면 파업 불사...(우화)

알 수 없는 사용자 2008. 5. 13. 04:16

 

어느 날 ‘전국 가축 발전 협의회’가 열렸다. 소, 돼지, 닭을 비롯해 개, 고양이, 양, 염소 등의 오랜 회원 단체 대표와 근래 새로이 이 협의회 회원 단체가 된 천둥오리, 꿩, 멧돼지, 금계 등의 단체 대표 등 20여 종류의 가축이 모였다.

이날 회의 결과는 ‘한반도 가축신문’ 1면에 전면 기사로 실렸다. 반인반수 켄타우로스 통역사의 도움을 받아 번역한 기사의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전국 최대 가축 단체가 인간들의 미국산 소고기 수입에 항의해 반대 성명을 내고 대규모 시위를 계획하는 등 수입 저지에 총력전을 펼치기로 했다.

지난 15일 전국 가축 발전 협의회(회장 누렁뿔, 싸움소 대표)는 25시 정각 63빌딩 63.5층 대회의실에서 비상 대책회의를 열고 63시간 동안의 격론을 벌였다.

처음에는 화제가 AI에 집중되는 듯했다.

‘전국 가금류 협회’ 회장이자 오리를 대표해 참석한 도날덕 씨가 “인간들은 AI가 발생하기 전에 AI 발생을 사전에 예방하는 노력을 하는 대신 발생 후 감염되지도 않은 주변 가금류 전부를 살처분하는 사후약방문 식의 처리에만 골몰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꽥꽥거리며 시끄럽게 대책을 촉구했다.

이에 닭을 대표해 참석한 닥동집 씨도 꼬끼오 푸다닥거리며 동의했고, 대다수 가금류들이 저마다 소리를 높여 왁자지껄 시끌벅적 어수선하게 힘을 보태었다.

그런데 좌중을 조용히 시키기 위해 누렁뿔 회장이 내리친 의사봉에 그만 도날덕 씨가 얻어맞는 사고가 일어났다.

이로 인해 분위기는 순식간에 조용해졌으나 도 씨는 목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고 닥동집 씨의 부축을 받아 동물병원 응급실로 긴급 후송되었다.

이후 의제는 AI 문제에서 미국산 광우병 의심소 수입 문제로 급격히 옮아갔다.

먼저 한우를 대표한 불고기 씨가 “인간들이 광우병 우려가 높은 30개월 이상 소고기 수입 결정은 대재앙의 시작”이라고 큰 눈을 부라렸고, 부회장 선지피 씨도 거칠게 콧김을 내뿜으며 “협상 과정이 졸속으로 진행되었다”고 전면 무효를 선언했다.

젖소 대표 왕젖통 씨도 그것(!)을 마구 흔들며 “모든 권한과 검역주권까지 미국에 갖다 바친 굴욕협상”이라고 비난했고, 도축 당할 날짜가 잡혀 마지막으로 참여한 불깐소 씨도 “죽어도 광우병이 의심되는 미국소와 같은 식탁에 오르기는 싫다”며 불끈 쥔 주먹으로 회의용 탁자를 내리쳐 탁자가 부서지고 말았다.

소들의 거센 저항이 계속되자 다른 가축들도 “교차오염의 가능성이 클 뿐만 아니라 인간들의 식탁이 오염되면 모든 가축들의 식탁 역시 오염이 불가피하다”며 돌아가면서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장장 63시간의 성토 끝에 이들은 반대 성명을 내는 한편,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전국 가축 발전 협의회가 주도해 모든 종류의 가축이 참여하는 전면 파업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동고비 기자>

이같은 기사로 보아 가축들의 반발도 결코 인간들 못지않게 거세고 심각한 상황임을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