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하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 갑자기 버림받는다면...

알 수 없는 사용자 2008. 5. 19. 14:21

사진의 뒷면에 있는 진실


『사진이 말해주는 것들』, 페트리샤 맥라클란, 문학과지성사

큰아이가 어렸을 때는 가족 여행도 많이 다니고 사진도 곧잘 찍었다. 여행에서 남는 건 사진이라며 열심히 셔터를 눌렀다. 현상을 해 오면 앨범에 꽂아두고 지나간 여행을 떠올려보기도 했다. 그러나 작은애 때는 가족 여행이 줄기도 했지만 큰애에 비해 사진 분량도 1/3밖에 안 된다.

결정적 원인은 디지털 카메라다. 디지털 카메라를 구입하고 난 후, 찍기는 많이 찍지만 현상하지 않는다. 간혹 인터넷 카페에 사진을 올리는 게 전부다. 그리곤 간단하게 ‘삭제’해버린다. 필름 없는 편리한 카메라를 쓰게 되었지만, 많은 추억 또한 버튼 하나로 쉽게 지워버리게 된다.

이 책은 사진을 매개로 하여 부모에게 버림받은 아이의 마음에 난 상처가 아물어가는 이야기다. 여행을 뜻하는 이름을 가진 ‘저니’는 아빠도 떠나고, 엄마마저 떠나가 누나와 함께 할머니 할아버지 집에서 산다. 저니는 부모가 자기를 버렸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 간혹 엄마는 돈을 보내왔고, 엄마가 자신을 버렸다는 걸 일부러 인정하지 않아야 자신을 지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족사진이 찢겨진 함을 발견하면서 결국 자신이 버려졌음을 인정하게 된다.

그런데 저니의 할아버지는 가족들이 싫다고 하는데도 막무가내로 사진 찍기를 좋아했다. 저니의 화가 난 모습, 저니가 운전하는 모습, 저니가 고양이를 키우는 모습 등 일상을 담고자 했다. 저니는 그런 할아버지가 싫었고, 버려진 자신의 마음을 몰라주는 매정한 할아버지가 미웠다. 그러나 차츰 할아버지의 사진 속에 담긴 자신을 보면서 사진에 담긴 할아버지의 사랑도 느끼게 된다. “사진은 진실을 말하기도 하고 진실은 사진의 뒷면에 있기도 하단다”는 할아버지의 말처럼 사진이 있는 그대로의 삶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그 이면에는 그런 사진을 찍었던, 혹은 찍혔던 사람들의 마음까지 찍혀있음을 알게 된다.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 갑자기 버림을 당한다면 어떤 강심장을 가진 사람이라도 버티기 힘들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부모란 이름으로 아이에게 자행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그런 순간들, 내가 눈을 부라릴 때, 짜증난 목소리로 대답할 때, 사랑하는 척 안아주지만 귀찮아할 때, 건성으로 대답할 때, 그 모든 장면이 이미 아이의 마음속에 찰칵찰칵 찍혔을 것이다. 이 책 제목처럼 사진이 말해주는 것들이 너무 많다.

오늘 다시 사진첩을 뒤지며 사랑했던 순간들을 찾아볼 일이다. 사랑이 담긴 사진들로 위로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양하/

사진이 말해 주는 것들(문지아이들 88)(양장본) 상세보기
퍼트리샤 맥라클란 지음 | 문학과지성사 펴냄
사진에 관한, 가족에 관한, 사랑에 관한 이야기! 『사진이 말해 주는 것들』은 자신을 버리고 도망간 엄마 때문에 마음 한 켠에 상처를 갖고 있는 저니와, 그런 저니에게 추억을 남겨주기 위해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할아버지, 그리고 저니의 마음을 위로하는 다른 가족들의 이야기가 가슴 따뜻하게 펼쳐진다. 저니는 누나 캣과 함께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사는 수줍음 많은 소년이다. 저니느 어릴 때 자신과 누나를 버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