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하

진짜 공부, 가짜 공부...?

알 수 없는 사용자 2008. 5. 23. 09:04

사람을 못 쓰게 만드는 공부
『새들은 시험을 안 봐서 좋겠구나』, 초등학생 123명, 보리

우리 형아는
올해부터
중학교에 다닙니다

요즘은 사춘기인지
뭐라 말만하면
 화냅니다.

맨날 놀더니
이제는 공부만 합니다.

형, 나랑 게임하자 하면
싫어, 넌 언제 철들래 하면서

무섭게 말합니다.
공부가
우리 형아를
아주 못쓰게 만들었습니다.
(「우리 형」, 강원 동해 남호초등학교 5학년 양진현)

요즘 아이들의 화두는 ‘공부’다. 늘 시험 준비를 하고, 시험에 들고, 시험을 마친다. 그런 시험의 구덩이로 몰아넣는 사람은 바로 어른이며, 부모다. 그런데 입바른 말을 하는 아이가 이런다. “공부가 우리 형아를 아주 못쓰게 만들었습니다.”

이 시는 한국글쓰기연구회 선생님들이 묶어낸 어린이시 모음집에서 나온 작품이다. 이미 『엄마의 런닝구』에서 보았듯이 이 작품 또한 아이들의 삶이 고스란히 담긴 책임을 알 수 있다. 『엄마의 런닝구』에서 7,80년대 아이들의 삶을 볼 수 있었다면, 『새들은 시험을 안 봐서 좋겠구나』에서는 2000년대 아이들의 삶을 만날 수 있다. 학원에 가기 싫은 아이들, 밤거리에서 느끼는 두려움, 엄마에 대한 미움, 선생님에 대한 비판이 담긴 아이들의 목소리가 생생히 담겨 있는 작품이다.

우리는 얼마나 괜찮은 공부를 하고 있는가 생각해 볼 때가 있다. 늦깎이로 대학원에 다니는 나는 대학원 공부를 하면서 이 공부가 나만의 지적 호기심을 위한 것인지, 다른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것인지 구분이 안 될 때가 많았다. 또 공부를 하면서 공부를 하지 않는 사람을 소외시키거나, 공부를 한다는 핑계로 가까이 있는 사람들에게 무관심하거나, 공부를 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해야 할 일을 버려두기도 했었다. 참 못난 짓이다 싶다.

아이는 직감적으로 형아의 태도에서 공부가 형아를 아주 못쓰게 만들었다고 말한다. 그렇게 아이들의 언어는 삶을 꿰뚫기도 하고, 날카로운 시선을 들이대기도 한다.

“날마다 방송조회해도/할 말이 와이리 많노?”(조회시간)하며 늘 조회시간마다 길게 말씀하시는 교장선생님에 대해 시를 쓰기도 하고, 학원에 가시 싫은데 갔더니 과자를 주는 선생님을 보고 “내가 동물이고/선생님이 조련사고/나에게 먹이를 주는 것 같다”(학원)고 느끼는 아이의 시도 있다. 늘 말에 욕을 섞어 쓰는 선생님을 교장선생님께 이르고 싶다는 아이, 선생님께 안 아프게 맞는 법을 쓴 아이도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아이들의 말을 귀하게 들어주는 시를 골라낸 선생님들이 고맙게 느껴졌다. 쓸모 있는 사람이 되는 공부를 가르치는 선생님들께 박수를 보낸다.  

/한양하/

새들은 시험 안 봐서 좋겠구나 상세보기
초등학교 123명 어린이 지음 | 보리 펴냄
『새들은 시험 안 봐서 좋겠구나』는 한국글쓰기교육연구회 선생님들이 엮은 두 번째 동시집으로, 첫 번째 동시집「엄마의 런닝구」에 못지 않게 아이들의 생각이 고스란히 표현된 동시들이 실려 있다. 각 동시는 1995년부터 최근까지 10여 년 간 엮은 문집과 시집 중에서 가장 뛰어난 시들 중에서 선별된 것들이다. 이 책은 동시를 5개의 주제로 나눈 다음, 다시 학년별로 정리했다. 학교에서의 생활, 가족, 아이들이 놀며 건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