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결과보다 과정이 더 중요하다
경험에서 나온 지식의 귀중함
≪퀴즈 왕들의 비밀≫, E.L. 코닉스버스, 보물창고
퀴즈 대결을 보면 조마조마해진다. 이것은 퀴즈 대회가 갖고 있는 속성 때문일 것이다. 퀴즈는 맞히고 못 맞히는 것에 따라 승자와 패자로 나누어진다. 또 못 맞히면 감점이 되어 역전당하기도 한다. 확실한 승패, 승패가 뒤바뀌는 역전, 긴장감, 속도감 등의 이유로 수많은 퀴즈 프로그램들이 방송에서 장수하고 있다.
이런 퀴즈의 재미를 문학 작품으로 옮겨 온 사람이 바로 E. L. 코닉스버스이다. 이 작가의 이름을 들은 사람들은 ‘클로디아의 비밀’이란 작품으로 더 친숙한 작가로 기억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오늘 소개 할 ≪퀴즈 왕들의 비밀≫은 퀴즈를 풀어나가는 아이들에 얽힌 이야기와 퀴즈 대회에서 우승을 하기까지 사연을 담고 있다. 글의 형식도 퀴즈 문제를 내고 답을 찾아나가는 형식이라 매우 독특하다. 이런 형식으로 인해 추리하며 읽기를 원하는 독자들은 코닉스버그의 이 작품에 빠질 수밖에 없다.
엄마가 외국 여행을 가서 할아버지 댁으로 보내진 노아는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결혼식에 참가한다. 결혼식 초대장을 만들면서 할머니에게 캘리그래피를 배운 노아는 퀴즈에 나온 캘리그래피의 유래를 쉽게 알 수 있었다. 부모님의 이혼으로 우울해 하던 나디아는 방학이 되어 아빠와 함께 지내게 된다. 나디아는 아빠의 이혼과 할아버지의 재혼을 이해할 수 없으며, 할머니가 자기 엄마를 다른 도시로 가도록 했다는 것을 자신이 몰랐다는 데 화가 나 있었다. 아빠는 나디아의 기분을 풀어주려고 놀이공원에 가자고 하나 나디아는 태풍이 몰아쳐서 거북이알이 파도에 휩쓸려 가지 않도록 도와주는 일이 먼저라고 생각하고 실행에 옮긴다. 여기서 북대서양 해안의 생태학적 특징을 묻는 퀴즈에 나디아는 답을 얻게 된다.
이 퀴즈 대회에 참가했던 에탄과 줄리안 역시 자신이 겪었던 일에서 배웠던 지식으로 퀴즈 문제를 맞히게 된다. 형과 비교 당하면서 한번도 자신을 인정받은 적이 없었던 에탄, 아버지와 떠돌이 생활을 하면서 친구도 없이 지내왔던 줄리안 역시 자신의 상처를 극복하려는 과정에서 지식을 얻게 되며 퀴즈를 맞히게 된다.
이 퀴즈 대회에 참여하도록 이끌어준 올린스키 선생님은 역시 교통사고로 하반신 불구라는 아픔을 가지고 있다. 아이들을 누구보다 잘 가르칠 수 있다고 생각했던 선생님은 첫날부터 휠체어와 칠판의 높이가 맞지 않아 교사의 길을 회의한다. 그러나 아이들을 퀴즈 대회에 내보내고 그 아이들과 티타임을 가지면서 서로 이해해 주고 한 가지 목표로 향해 나아갈 수 있으므로 행복해 한다.
아이들은 퀴즈왕이 된다. 어쩌면 뻔한 결말일지 모른다. 모든 동화의 결말이 해피엔딩이라는 공식을 적용하자면. 그러나 이 작품의 가치는 아이들이 퀴즈왕이 되게끔 하는 과정에 있다. 아이들이 맞히는 정답들이 모두 자기 삶에서 나온 것이라는 것이다. 그 다음 지식을 쌓기 위해 책을 보고 토론하고, 문답하는 과정을 밟게 된다. 이 책은 경험에서 나온 참된 지식이 인간을 얼마나 풍요롭게 하는지 보여주고 있다.
/한양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