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는 당신은, 일기 쓰나요?
일기 쓰는 선생님
윤태규, ≪선생님, 나 집에 갈래요≫, 보리
아이들이 일기를 쓰는 이유는 선생님이 검사를 하기 때문이다. 또는 부모님이 시켜서 쓰는 아이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정작 아이들 일기를 검사하는 선생님이나 부모들 가운데서 일기를 쓰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아마 가물에 콩 나듯 할 것이다.
그러니 아이들이 일기를 쓰는데 얼마나 힘든지를 잘 모른다. “글씨가 이게 뭐니?”, “도대체 한 일이 이것밖에 없어?”, “애가 생각이라곤 도대체 없구나.” 이렇게 면박하기 일쑤다.
일기를 쓰는 선생님, 윤태규. 그런 사람을 만나면 행복해진다. 윤태규 선생님이 1학년 아이들 담임을 하면서 쓴 교단일기가 바로 ≪선생님, 나 집에 갈래요≫다. 윤태규 선생님은 서문에서 “학부모들에게 우리 교실 이야기를 들려주기를 좋아하는 까닭은 아이들이 학교에서 어떻게 지내는가를 알리고 싶어서”라고 한다. 학부모와 선생님이 양쪽에서 아이들을 못살게 할 수도 있기에 학교생활을 학부모에게 들려주어 쓸데없는 오해나 관심을 갖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또 “선생님들에게 우리 교실 이야기를 내놓는 까닭은 좋은 선생님이 되기 위해서”라고 한다. 교사들이 열심히 한다고 자격 있는 전문가라 할 수 없으므로 학급운영 이야기를 내어서 교사들끼리도 좋은 선생이 되는 길을 찾아보자는 것이다.
윤태규 선생님은 1학년 아이들을 만나면 아이들이 자기 물건을 스스로 챙기는지, 아침에 화장실에 다녀오는지, 밥은 잘 먹는지, 태도는 바르게 하는지 챙겨서 본다고 한다. 또 아이들 글을 모아 ‘신나는 교실’ 문집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이 책은 아이들 일기를 모아놓은 책이지만, 이 책이 나오기까지 선생님의 삶과 생각을 알 수 있는 책이다. 선생님이 아이들 일기를 소중하게 여기고 일기를 통해 쓰기 지도와 참 삶을 가꾸는 지도를 했던 과정이 바로 선생님의 일기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매 맞는 선생님’이란 내용을 보면 선생님이 아이들과 약속한 것이 신발장에 신발을 정리하지 않으면 매를 맞기로 했다는 것이다. 아침에 아이들이 “선생님 걸렸다”며 좋아해서 보니 선생님 구두가 삐뚤어져 있었단다. 선생님도 잘못하니 맞아야겠다며 누가 때릴지 물어보니 아이들 모두 “저요, 저요!” 손을 들었단다. 그러자 선생님은 “모두에게 한 대씩 맞을 수 없으니까 반장이 대표로 때려라.”고 해서 선생님이 매를 맞고 손바닥을 비비며 아픈 시늉을 했더니 아이들이 그렇게 좋아할 수 없더라는 것이다.
그렇게 기분 좋은 하루를 시작했다는 선생님의 일기를 보고 윤태규 선생님을 만난 아이들은 이 세상에서 마음에 평생토록 남아 있을 선생님을 얻었구나 싶었다. 어른도 일기를 쓰면서 자신의 삶을 다듬어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다.
/한양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