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하

문제에 부딪힌 아이, '낙천성'이 해법이다

알 수 없는 사용자 2008. 5. 27. 02:38

낙천적인 아이로 키워라
『‘꼬마 돼지 도라는 발을 동동』, 프란치스카 비어만 글 그림,
배수아 옮김, 주니어 김영사, 2007.

1. 들어가며
아이들이 발을 동동 구르는 모습을 자주 본다. 주로 화장실이 급했을 때 화장실 앞에서 그러고 섰다. 바지가 잘 내려가지는 않는데 쉬는 급하고. 그런데 정말 자신이 원하는 것이 되지 않아 조바심을 내면서 발을 동동 구르는 아이의 모습은 잘 보지 못한 것 같다. 그만큼 자신의 일을 염려하거나 애틋한 바람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발을 동동 구를 일이 있다면  자신이 무엇인가를 애태우고 있다는 뜻이므로 무언가를 이룰 수 있는 추동력을 이미 가진 것일 수 있다. 무엇을 위해 애태우는 마음, 그런 마음이 없다면 나아감도 없을 것이다.

2. 밝고 명랑한 도라의 특별한 날


1) 마음이 건강한 도라
첫장을 열면 펼쳐지는 도라의 방에서부터 도라의 성격을 알 수 있다. 잠을 자고 일어난 도라의 방은 너저분하다. 베개가 아래로 떨어져 있으며 갓 잠에서 깨어난 도라는 이불을 휙 젖히면서 일어나고 있다. 옷장문은 열려 있고 스타킹과 목도리가 옷장 밖으로 흘러나와 있다. 그리고 자기가 입으려고 하는 옷에는 코코아 얼룩이 있다. 먹는 거나 입는 거나 생활하는 모든 것에서 도라는 정리정돈이 되어 있지 않으며 어질러 놓기를 좋아하는 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도라는 이런 것에 전혀 개의치 않는다.

“도라는 침대에서 온몸을 쭉쭉 뻗으며 기지개를 켜요.
어디 보자, 하룻밤 사이에 키가 얼나마 자랐나.”

첫장에 펼쳐진 그림과 달리 글은 도라가 어질러진 방에 전혀 개의치 않는 아이임을 보여준다. 글에 따르자면 도라는 새로운 것에 기대가 큰 아이다. 도라가 호들갑스럽게 일어난 이유에서 알 수 있다. 바로 오늘 특별한 계획이 있기 때문이다. 도라는 요란스럽게 울리는 자명종 소리에 벌떡 일어나 특별한 계획을 수행하기 위해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옷을 입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들을 꾸미느라 즐겁기만 하다.

이런 도라의 모습은 건강한 우리 아이들의 모습이다. 아이들은 새로운 것에 호기심을 가지고 그 일에 몰두한다. 정리정돈을 강요받지 않으면 언제나 자기중심적으로 물건을 사용하고 놓아둔다. 그러면서도 스스로 치워야겠다고 생각지도 않으며, 그런 자신이 나쁘다고도 생각지 않는다. 자신이 계획한 일을 집행하는 아이의 마음에서 본다면 도라는 마음이 건강한 아이임을 알 수 있다.

2)문제와 해결의 반복
도라는 일어나자마자 기대에 부풀어 있다. 아주 특별한 계획이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바로 할머니 생신을 축하하기 위해 도라가 혼자서 선물을 준비하고, 혼자서 할머니 댁에 찾아가기로 한 것이다. 혼자서 찾아가는 길에는 늘 돌발 상황들이 나타난다.

입고 갈 옷에 얼룩이 묻었다. 어떻게 할까?
6층 샌드위치를 만들기는 했는데 담을만한 통이 없다. 어떻게 할까?
집 밖으로 나온 뒤 양치질 안 한 것이 생각이 났다. 어떻게 할까?
꽃가게에 가서 꽃을 샀는데 지갑에 돈이 없다. 어떻게 할까?
공원에서 쉬야가 하고 싶을 때 어떻게 할까?
버스 정류장에서 내려야 하는데 지나쳐 버렸다. 어떻게 할까?
할머니댁 벨을 눌렀는데 아무 응답도 없다. 어떻게 할까?
사온 꽃을 버스에 놓고 내렸는데 선물을 어떻게 할까?
스카프가 나뭇가지에 걸렸는데 어떻게 할까?

이런 돌발 상황에 대처하는 도라의 모습을 보자. 일단 발을 동동 굴린다. 그러면서 “아이참, 어쩌면 좋지?”한다. 그러는 동안 도라는 문제를 멋지게 해결한다.

옷에 묻은 얼룩은 스카프로 가리고, 통에 담지 못할 샌드위치는 먹어버린다. 양치질은 친구네 집에서 도움을 받고, 꽃가게에서는 돈 대신 샌드위치로 지불을 한다. 쉬야가 하고 싶을 땐 구석으로 가서 쉬야를 하고, 버스에서는 기사아저씨에게 들키지 않도록 숨기도 한다.  할머니 댁은 담장을 넘어 들어가고, 마당의 꽃을 꺾어 선물을 한다. 또한 스카프가 나뭇가지에 걸려도 스카프가 찢어지든지, 나뭇가지가 부러지든지 개의치 않는다.

결국 발을 동동 구르며 어떻게 할까를 고민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거나 비도덕적인 방법으로라도 자신이 바라는 목적을 달성하고 만다. 도라의 목적은 바로 할머니 생신 축하를 하러 가는 것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혼자서 길을 찾아가는 것이었기에 더더욱 목적 달성에 의의가 있는 것이다.

“에구, 여기까지 오느라고 우리 아기 얼마나 힘들었니?”
“아니에요, 할머니! 발을 동동 구를 일이 하나도 없었어요!”
이렇게 목표달성을 한 도라는 전혀 발을 구를 일이 없었다는듯이 의기양양해 할 수 있었다.

도라가 할머니 생신을 축하 하러 가는 길에 모두 아홉 번이나 발을 동동 구를 일이 생긴다. 그러나 아홉 번 모두 도라는 지혜로 난관을 헤쳐 나간다. 도라가 이런 지혜를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도라의 성격에서 기인한다. 어느 누구의 도움도 없이 혼자서 길을 찾아 나섰으며, 선물을 준비했으며, 버스를 타고 할머니 집까지 갈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작가는 가는 길에서 생긴 난관을 도라가 어떻게 해결하는가를 보여주고자 한다.

속지에 보면 도라 곁에 크고 작은 엉긴 스프링 같은 그림이 곳곳에 있다. 도라의 발끝에  있기도 하고 도라의 주변에 흩어져 있어 언제 어떻게 당황스런 일이 닥칠지 모른다는 암시를 주고 있다. 엉긴 스프링은 “이 일을 어쩌나”하고 고민하는 도라의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 당황스런 일을 겪게 되면 머릿속부터 복잡해지다가 발을 동동 굴러보기도 하다가 멍해지기도 한다. 그런 마음을 작가는 복잡하게 엉긴 스프링 모양으로 나타냈다. 그런데 맨 마지막장에서는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이 되어 모든 일들이 아주 가볍게 해결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즉, 도라가 겪었던 발을 동동 구를 일들은 지혜롭게 해결한다면 아주 가벼운 일일 수 있다는 것이다.

3)밝고 명랑한 그림
문제를 내고 문제를 해결하는 구조에 맞게 그림도 밝고 명랑하고 미래지향적이다. 책을 넘길 때마다 장소가 바뀐다. 장소가 바뀐 것은 도라가 오른쪽으로 진행하고 있었음을 나타낸다. 도라의 방에서 부엌, 길거리, 꽃가게, 공원, 할머니 댁에 이르기까지 오른쪽으로 장소가 바뀌어가면서 도라가 걸어가거나 버스를 타고 이동하게 된다. 페이지를 넘기면서 도라의 이동속도를 느끼게 한다.

맑은 수채화풍의 그림에 분홍, 초록, 노랑을 많이 써서 채도와 명도가 높다. 이런 색감으로 밝고 경쾌한 느낌을 준다. 그러나 작가는 너무 가벼워지지 않기 위해 벽지그림의 효과를 주고 있다. 도라가 샌드위치를 싸고 있는 식탁보, 꽃가게의 벽, 할머니 댁의 정원을 모두 꽃무늬 벽지로 표현하고 있다. 벽지의 꽃그림은 우아하면서 화려하고, 안정적이고 편안한 느낌을 준다. 또 이 그림에는 어느 것 하나 자를 대고 긋는 듯 똑바로 된 선을 찾아보기 힘들다. 편안한고 친숙한 느낌을 주는 선이다.

작가는 밝고 명랑한 도라가 할머니 댁으로 가면서 문제를 겪고 적극적으로 해결하고 있는 모습을 사랑스럽게 담아내고 싶었던 것이다. 

3. 낙천적인 아이로 키우려면
작가는 도라를 통해 건강한 아이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도라와 같은 낙천성은 타고나는 것인가? 작가는 도라의 행동을 분석해보고 그런 태도에 관심을 갖도록 한다.

1) 문제상황을 문제로 보지 않기
도라는 문제 상황을 문제로 보지 않고 다른 것으로 대체할 수 있는 융통성을 지니고 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옷에 얼룩이 묻어 있다면 그 옷은 빨래통에 집어 넣고 다른 옷을 선택할 것이다. 그러나 도라는 자기가 좋아하는 옷을 포기하지 않은 상황에서 가릴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다. 자기가 좋아하는 옷들과 다른 옷들 사이에서 타협을 보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좋아하는 옷을 고집하면서 다른 방법을 찾고 있다. 이런 경우 문제 상황을 더 쉽게 해결할 수 있다. 얼룩만 가릴 수 있는 방법을 찾으면 되기 때문이다. 꽃가게에 가서도 꽃을 샀지만 돈이 없으면 돈 대신 자기가 다른 것을 지불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문제해결은 쉬울 수 있음에도 우리는 애돌아 가는 경우가 있다. 다른 사람 눈치를 보거나, 아주 많은 상황들을 고려하다보면 문제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들기도 한다.

2) 자신을 긍정하는 마음
도라는 자신이 대단하고 특별한 계획을 세웠기 때문에 즐거운 마음으로 그 일을 진행시켜 나간다. 대단하고 특별한 계획을 세운 자신이 자랑스럽기 때문이다. 샌드위치를 6층으로 쌓고도 넣을 통이 없으면 자기가 먹어버리면 된다는 생각을 해 낸 자신에게 꽤 만족스러워하고 있다. 더더욱 도덕적으로 자신이 받아온 교육적 가치와 상반된 현실에 부딪혀서도 전혀 기죽지 않는다. 공원에서 쉬야를 하거나, 버스 기사 아저씨에게 들키지 않고 다시 회차하여 정거장에 내리거나 할머니 집 담을 넘는 행동은 자신이 받아왔던 교육과 상반된 것일 수 있다. 공원에서 아무리 급하더라고 공중화장실을 찾고, 버스 기사 아저씨에게 사정을 말하거나, 할머니가 오실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교육을 받아왔을 것이다. 그러나 도라는 도덕적 선택보다는 임기응변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도라가 자신을 믿지 않았다면 이런 행동은 하지 못했을 것이다. 자신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고 있는 마음이 무엇보다 근본에 있어야 한다.

3) 타인과 소통하기
 도라가 만나는 사람은 친구, 꽃가게 아저씨, 운전기사아저씨, 할머니다. 할머니는 도라의 어떤 면이라도 충분히 받아줄 수 있는 사람이다. 그러나 그 외의 사람들은 도라와 객관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사람들이다. 양치를 하지 않았다고 친구집 창문 아래서 친구를 불러 양치를 하고, 돈이 없다고 해서 꽃가게 아저씨에게 돈 대신 샌드위치를 준다. 운전 기사 아저씨는 몰래 속인다. 다른 사람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자기가 필요한 것 때문에 다른 사람에서 자기 방식으로 먼저 말을 건다. 내가 친구의 입장이거나 꽃가게 아저씨거나 운전기사아저씨라도 도라의 상황을 이해한다면 도와주지 못할 일은 없을 것이다. 인간관계에서 벽을 허무는 것은 먼저 자신을 내보이는 것이다. 자신을 내보이는 도라는 금세 타인들과 친구가 되어버린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도라는 어떤 타인과도 스스럼없이 소통할 수 있다.

4. 나오며
쾌활발랄한 도라를 그림책에서 만났다. 진실은 그림책의 아이를 통해 우리 아이를 보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아이를 직접보고 이해하는 것이 더 가치 있는 일이다. 부족한 엄마라서 할 수 없다. 그림책으로 아이를 보려고 하는 것만도 긍정적으로 생각할밖에.  똑같은 그림책을 자꾸 들여다보고 있는 나를 한심해하며 우리 딸이 “아직도 그 책 보고 있어?”하다가 내가 보는 책이 더 탐이 나는지 자기가 이 책을 볼 거라고 들고가려고 하였다. 도라처럼 호기심 많고, 예쁜 거 좋아하는 다은이에게 물었다.

입고 갈 옷에 얼룩이 묻었다. 어떻게 할까?
-옷을 빨고 다른 옷을 입지.
6층 샌드위치를 만들기는 했는데 담을만한 통이 없다. 어떻게 할까?
-다른 봉지에 싸서 묶어서 검은 봉지에 넣어서 갈 거야.
집 밖으로 나온 뒤 양치질 안 한 것이 생각이 났다. 어떻게 할까?
-다시 집에 가서 양치질 할래.
꽃가게에 가서 꽃을 샀는데 지갑에 돈이 없다. 어떻게 할까?
-다시 집에 가서 돈을 갖고 와서 줄 거다.
공원에서 쉬야가 하고 싶을 때 어떻게 할까?
-내가 쉬하고 싶으면 안 보이는데서 하고 돈을 주웠으면 다른 주인한테 줘야 돼.
버스 정류장에서 내려야 하는데 지나쳐 버렸다. 어떻게 할까?
-버튼을 눌러서 ‘넘었어요’하고 말할 거다.
할머니 댁 벨을 눌렀는데 아무 응답도 없다. 어떻게 할까?
-자기가 열쇠 있으면 그걸로 열고, 할머니집 앞에서 종 한 번 누르고 안 되면 도둑처럼 담을 넘어가면 안 되고, 열쇠 파는데 가서 열쇠를 사서 들어가.
사온 꽃을 버스에 놓고 내렸는데 선물을 어떻게 할까?
-할머니 꽃밭에 꽃을 세 송이 따서 흙을 다시 묻어 놓고 풀을 거기에다 놓으면 돼. 할머니 집에 꽃이 없으면 다시 꽃가게에 가서 다시 세 송이 사 가지고 걸어서 할머니 집까지 와서 종 누르고 할머니가 파티 열 때 주면 돼.
스카프가 나뭇가지에 걸렸는데 어떻게 할까?
-다시 뒤로 갔다가 다른 쪽으로 가면 되겠어.

아이들이 살아갈 날에 앞으로 발을 동동 구를 일이 많을 것이다. 그럴 때마다 자신을 믿고 자신의 뜻에 따라 행동하고 자신을 사랑했으면 좋겠다. 도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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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카 비어만 지음 | 주니어김영사 펴냄
위기의 순간을 번뜩이는 재치로 해결하는 도라의 하루를 담은 그림책! 『꼬마 돼지 도라는 발을 동동』은 일상에서 부딪치는 불쾌한 순간들을 유쾌하게 역전시키는 도라의 하루를 보여주는 그림책으로, 리듬감 넘치게 반복되는 문장과 어휘는 읽는 맛을 선사합니다. 매 순간마다 번뜩이는 재치로 상황을 모면하는 모습이 사랑스럽습니다. 누가 깨워 주지도 않는데 도라는 자명종 소리에 잠을 깨며 기지개를 켜요. 특별한 계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