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하

"하지마, 안돼" 잔소리 대신 있는 그대로 들어주기

알 수 없는 사용자 2008. 5. 29. 01:09

<아주 소중한 2등> 엘렌 비냘, 국민서관
'안 돼' 줄이면 창의력 쑥쑥


 
지난해 말 가족들과 함께 동해에 다녀왔다. '새천년 소망의 탑'이라는 데가 있었는데, 이른 아침 오들오들 떨면서 소망을 빌었다. 여덟 살이 되는 딸은 자기 애칭을 무엇으로 해달라고 하고, 중학생이 되는 아들은 컴퓨터 게임에 대한 소망을 품었다. 속으로는 소망이 그런 것이라니 정말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겉으로는 각자 소망을 이루길 바란다고 말해 주었다.

아이들은 어른과 다르다. 소망하는 것을 보아도 직접적이고 단순하다. 그러나 명쾌하다. 그런 아이들의 모습을 잘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이 <아주 소중한 2등>이다.

이 책에 나오는 으제니는 재봉사인 엄마와 단둘이 산다. 으제니는 학교에서 낙제를 받았지만 '다르게 생각하기 대회'에서는 연속 3번이나 1등을 한 아이다. 으제니는 공부로 주눅이 들지 않았지만, 다가오는 대회에서는 별다른 생각이 떠오르지 않아 불안해한다. 그 때문에 이번 대회에는 참석하지 못하겠다고 한다. 디오 선생님은 그럴 리가 없다며 으제니에게 웃음으로 답을 한다. 그 반에 전학 온 말랭카라는 아이 또한 자기 공작실을 갖고 있을 정도로 새로운 발명을 좋아한다. 그러나 자신이 만든 것은 쓸모없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때 말랭카와 으제니가 합심하여 대회에 나가 2등을 차지한다.

으제니는 '뒤죽박죽 시상자'로 첫 대회에서 상을 받았다. 자기가 아는 시 구절을 쪽지에 써서 상자에 집어넣고 아무것이나 꺼내서 보더라도 재미난 시가 되는 상자를 발명한 것이다. 그다음 해는 '개미 살려 신발'을 발명했다. 개미들을 죽이지 않으려고 신발 아래에 핀 침을 넣어 개미를 밟아 죽이지 않도록 한 것이다. 세 번째 해는 엄마의 잔소리를 작게 들리게 하는 '큰소리 거름기'를 고안해 냈다. 으제니는 말랭카와 나란히 앉아 친구들의 모습을 보면서 머리를 헝클고 다니는 아이에게는 머리를 반듯하게 정돈할 수 있는 기계를 만들어 주고 싶어한다. 친구들 각자에게 필요한 무언가를 찾아내는 것이다.

어른들에게 '다르게 생각하기'는 고정관념을 깨는 것이지만 아이들에게 다르게 생각하기는 있는 그대로 생각하기다.

친구들의 모습을 보고 필요한 것들을 찾아내고, 자신이 생활하면서 듣기 싫은 잔소리를 덜 들을 방법을 찾아내고, 젖은 발에 양말 껴 신기가 불편하면 또 다른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다. 이런 것이 바로 아이들의 창의성이다.

아이들이 공부를 잘하는 모범생이 되도록 하기 위해 있는 그대로 보지 말고 필요한 것만 보라고 강요하지 말자. 이 책에서 새해에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생각해 볼 수 있다. 어른들은 '이것 하지 마, 안 돼'를 줄이고, 아이들은 있는 그대로를 보고 말할 수 있게 하자.

/한양하/
 

아주 소중한 2등(내친구 작은거인 13) 상세보기
엘렌 비냘 지음 | 국민서관 펴냄
으제니는 공부는 못하지만 삼 년 내내 '다르게 생각하기 대회'에서 1등을 했어요. 그런데 올해에는 여러 가지 생각만 떠오를 뿐, 무얼 어떻게 만들어야 할 지 모르겠어요. 새로 전학 온 말랭카는 무언가를 아주 잘 만들어요. 두 소녀는 서로가 최대 라이벌임을 한눈에 알아채지요. 1등을 노린 두 소년느 경쟁하는 대신 함께 조를 이뤄 대회에 나가는 '전략적 제휴'를 맺기로 하는데…. 『아주 소중한 2등』은 결과보다는 과정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