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시를 읽히고 가르쳐야 하는 이유
동시에 담긴 아름다운 말
<너는 커서 뭐할래?> 권정생 외 16인 ㅣ 웅진주니어
처음 권태응의 <감자꽃>이란 동시를 읽고 뭐 이런 동시도 다 있나 했다. "자주꽃 핀 건/ 자주 감자/파 보나 마나/자주 감자//하얀꽃 핀 건/하얀 감자/파 보나 마나/하얀 감자"
그런데 이 시는 외우려고 하지 않아도 가락이 단순하고 소리내기 좋아 입에 맴맴 돌았다. 그래서 가끔 이 시에 무슨 뜻이 담겨 있나 생각해 보게 되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자주꽃 피면 자주 감자인줄 알고, 하얀꽃 피면 하얀 감자인 줄 알 수 있는 사회는 정직한 사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도 저도 아니면서 어느 꽃에 어느 감자인지도 모르고 사는 게 우리 현실이다 싶으니 그 노래가 더 좋아졌다.
아이들에게 아름다운 말로 노래를 들려주는 책이 있다. <너는 커서 뭐할래?>는 동시 그림책이다. 동시와 그림을 함께 읽는 책이다. 교과서에 실린 시만 최고의 시로 아는 아이들에게 좋은 동시집을 주고 싶어도 마땅한 시집이 눈에 띄지 않는다. 그 가운데 이지호 선생님이 엮어 낸 동시그림책 세 권은 아이들에게 아름다운 노래를 들려 줄 수 있는 좋은 책이다. 첫 권은 <엄마 옆에 꼬옥 붙어 잤어요>, 두 번째 권은 <아무한테도 말하지 마세요>, 세 번째 권이 <너는 커서 뭐할래?>이다.
<너는 커서 뭐할래?>는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웃을 때가 제일 예뻐'에는 많이 알려진 동시 작가들의 작품이 실려 있다. 신현득의 '옥중이', 이문구의 '옛날 아이들', 이원수의 '겨울 물오리' 등이 있다. 동시를 읽으면 그 상황이 떠올라 빙그레 웃음이 난다. '도토리 키재기'라는 동시에는 '세상에서 제일 높다고 뽐내는 산' 위에 '작은 나무'가 있고, 그 위에 '새 한 마리'가 있다.
그 위에 내려 앉는 '눈'을 내려다보는 하늘이 나타나 있다. 서로 누가 더 크냐고 도토리 키재기 하면서 무엇 위에 무엇이란 말놀이가 생각난다. 2부 '옆집엔 누가 사나'에서는 이웃과 함께 마음을 나누며 사는 아이들의 모습이 나타나 있다. 노여심의 '정호의 뺄셈'에서는 정호는 뺄셈은 못하지만 친구들과 나눠먹기도 잘하고, 코피가 터져가며 친구들의 싸움을 말리는, 기꺼이 손해보기를 좋아하는 친구를 그리고 있다.
3부 '산처럼 물처럼'에서는 자연을 닮은 아이를 바라는 어른들의 마음을 담은 동시들이 소개된다.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정세기의 '망초꽃'은 뙤약볕에 핀 망초꽃을 보고 아무도 심지 않고 가꾸지 않았는데 온통 산과 들을 뒤덮고 있다며 우리 아이들도 그렇게 살 일이라는 작가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공자는 시경의 시 삼백 편을 한마디로 하자면 생각함에 사악함이 없다고 했다. 동심의 정체를 규명할 수 없으나 바로 생각함에 사악함이 없는 것이 바로 동심이 아닐까. 계곡에서 서늘한 바람을 쐬며 계곡 물소리에 맞춰 동시를 읽어주어도 좋겠다.
/한양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