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아무

2MB 정권의 추락은 국민 모두의 추락

알 수 없는 사용자 2008. 6. 6. 02:18

동시다발적 추락 안타깝고 안타깝다
《추락》, 존 쿳시, 동아일보사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다. 자유낙하를 하기 때문이다. 끝까지 내려가 추락을 마쳐야 비로소 멈추는 것이 자연의 법칙이다. 유사한 현상을 우리는 꿈속에서 경험하기도 한다. 끝없는 맨홀에 무한정 빠져드는 듯한 꿈, 지독히도 무서운 무언가에 쫓겨 이를 악물었다가 이가 몽땅 부서져 내리는 꿈을 꾸기도 한다. 추락을 마쳐야 끝나듯 꿈도 잠에서 깨야 끝이 난다.

정치판도 비슷하다. 대개는 초기에 80% 안팎의 지지율을 보이다가 임기말이면 레임덕으로 20, 30%대까지 떨어지는 게 보통이다. 그런데 집권하자마자 지지율이 곤두박질쳐서 임기말 현상을 보이기도 하는 경우도 있다. 역대 어느 정권에서도 해내지 못한(?) 10%대의 지지율에 도전하고 있을 정도로 그의 추락은 끝을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다. 이처럼 드물기는 하지만 하기 나름으로는 충분히 그것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예단은 금물이지만, 그의 추락은 자유낙하 중인 것으로 보인다. 꿈에서 깰 기미도 없다.

《추락》은, 이혼남인 50대 백인교수 데이비드 루리가 나락으로 추락하는 과정을 담담히 그리고 있다. 욕망으로 가득 찬 데이비드는 제자와의 부절적한 관계로 대학에서 쫓겨나고 딸이 운영하는 시골의 작은 농장으로 향한다. 하지만 데이비드와 딸은 흑인 강도에게 폭행을 당하고, 딸은 강간을 당해 아이를 임신하기에 이른다. 이에 분노하는 데이비드와 달리 딸은 흑인들의 행동을 비난하지 않고 흑인사회에 머무는 대가로 받아들인다.

이 작품의 무대는 백인정권이 종식되고 흑인에게 정권이 이양된 남아프리카공화국이다. 하지만 수백 년 동안 진행돼온 백인 식민주의 잔재는 여전하고, 이는 이 소설에서 벌어지는 흑백간의 갈등과 폭력의 원인이 된다. 남아공은 현재 그런 폭력의 와중에 있다. 어제 오늘 해외 뉴스에서도 남아공 사람들이 외국인을 배척하는 사례가 많아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주인공 데이비드와 딸이 느끼는 위기의식은 대다수 백인들이 느낌직한 것이며, 페트루스와 흑인 강도들이 백인들에게 가진 적대감은 대다수 흑인들의 감정이다. 이처럼 쿳시는 그의 작품을 통해 정교한 구성과 풍부한 화법으로 잔인한 인종주의와 서구 문명의 위선을 끊임없이 비판하고 진지하게 의심해왔다. 이를 통해 세계 3대 문학상(노벨, 콩쿠르, 부커) 중 부커상을 2회 수상하고 2003년 노벨문학상까지 받았다. 《추락》을 통해 작가는 ‘비상’했다고나 할까.

추락은 그 주체에 따라 결과가 다 다르다. 누구에게는 경기나 선거에서의 패배, 누구에게는 인기의 하락, 또 판매 부진, 승진 탈락 등 다양하다. 개인의 추락보다 동반 추락, 혹은 다수가 추락하는 것은 더 안타깝다. 개인의 지지율 추락뿐 아니라, 국민 모두의 건강권 추락, 운하 건설로 인한 환경의 추락 등 한꺼번에 추락하고 있는 현재 우리의 상황이 너무나 안타깝고 안타깝다.

/하아무(소설가)

추락(양장본) 상세보기
J.M.쿳시 지음 | 동아일보사 펴냄
남아프리카 공화국을 무대로 흑백 간의 갈등과 폭력의 원인을 탐구한 소설. 백인 대학 교수와 아프리카의 땅을 사랑하는 딸이 겪는 사건을 중심으로 사건을 전개하고 있다. 남아프리카의 백인 지배가 종결되고 흑인 정권이 들어선 현 시점에서, 작가는 수백년간 지속되어 온 흑백갈등이 단순히 정권의 교체만으로 해소되는 것이 아님을 시사하고 있다. 쿳시는 이 작품으로 한 작가에게 두 번 상을 주지 않는다는 전례를 깨고 미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