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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무

거짓말과 꼼수를 쉽사리 버리지 못하는 2MB에게

약자를 상대로 한, 이 세상 강자들의 공개적인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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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1개의 거짓말》, 라픽 샤미, 문학동네

소설가는 본래 거짓말을 전재로 한 존재다. 아무리 현실 속의 일이나 사건을 바탕으로 썼다 해도 상상력이라는 양념이 제대로 뿌려지지 않았을 때는 범작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역사소설의 경우도 다를 바 없다. 있는 그대로의 역사를 다루는 것은 역사가의 몫이지 작가의 영역은 아니기 때문이다.

소설가가 거짓말을 늘어놓았다고 화를 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상상력을 상대로 ‘허위 사실 유포’ 딱지를 붙여 감옥에 보냈던 과거 정권들이 우스갯거리가 되어온 것도 다 그런 이유에서였다. 화를 내기는커녕 독자들은 거짓말에 행복해 하고, 달콤한 꿈에 빠지기도 하며, 스스로 동화되어 모험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기도 한다.

《1001개의 거짓말》에 빠져드는 이유도 그렇다. 거짓말을 하나둘도 아니고 1001개(사실은 이것도 거짓말이다)나 늘어놓고 있는데도 독자들은 유쾌해 하고 거짓말에 위로를 받기도 한다. 소설의 처음부터 그렇다. “내 이름은 사딕이다. 하지만 확실하지는 않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한 말도 거짓말이었으니까 말이다.” 샤미의 천연덕스러움에 그만 픽 웃음이 터트릴 정도다.

주인공 사딕은 탁월한 이야기꾼이다. 사딕이 전쟁 때문에 인도로 돌아가지 못하는 서커스단원들을 도우며 거기서 매일같이 이야기를 들려주는 내용이다. 관객들은 사딕의 재치 넘치는 이야기에 배꼽이 빠지게 웃고, 순수하고 아름다운 이야기의 향락 속으로 빠져든다. 이야기를 듣는 순간만큼은 그곳은 현실세계가 아닌 또 다른 세계가 되어버린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거짓말에 환호할까? 답은 간단하다. 그의 거짓말 뒤에는 진실이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가령 이런 거다. 사딕은, 옛날 육십이 넘은 고령의 삼촌이 ‘이상한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받아왔다고 ‘뻥’을 친다. 그러면서 요즘 올림픽은 강대국 몇 나라가 메달을 휩쓸어가고 “나머지 백여 개나라의 대표들은 빈손으로 돌아갑니다. 그런데도 주최 측은 아직까지 뻔뻔스럽게도 세계 각국의 화합을 위한 경기라고 말”한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그건 차라리 약자를 상대로 한, 이 세상 강자들의 공개적인 전쟁입니다. 제3세계의 국민들은 사 년마다 한 번씩 자신들의 무능함과 가난을 뼈저리게 느”끼게 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이처럼 ‘진실이 담긴 거짓말’에 사람들은 열광한다. 하지만 아무리 거짓말(상상력)을 잘 하는 소설일지라도 진실을 담아내지 못하는 작품에는 냉담한 반응을 보인다. 특히 현실에서의 양상은 소설을 대할 때와 크게 차이가 난다. 진실을 담은 ‘하얀 거짓말’이라 해도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는데, 진실이 없는 거짓말에는 보다 적극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거짓말과 꼼수로 일관해온 정부가 거센 국민적 저항에 부딪히고, 6.4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이 참패한 것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아직도 거짓말과 꼼수를 쉽사리 버리지 못하는 정부 여당은 더 큰 실패를 초래하기 전에 미련없이 버리고 국민을 대하기 바란다. 

/하아무(소설가)

 

1001개의 거짓말 상세보기
라픽 샤미 지음 | 문학동네 펴냄
아라비아의 오랜 이야기 전통을 현대적으로 풍성하게 복원한 라픽 샤미의 장편소설. 『1001개의 거짓말(원제 Der ehrliche L gner 참된 거짓말쟁이)』은 그야말로 풍성한 이야기의 축제다. 헤르만 헤세 상 수상작이기도 한 이 소설은 천일야화를 모티프로, 끊임없는 이야기 사슬을 엮어가는 전문 이야기'꾼'의 '진짜'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