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하아무

2MB 너, 바보냐? 으히히 나도 바보다!

바보 중의 바보와 위대한 바보 이야기

사용자 삽입 이미지


《행복한 바보들이 사는 마을, 켈름》, 아이작 B. 싱어/두레

하아무/소설가

사람들은 바보를 좋아한다. 천재를 만나면 사람들은 긴장하지만, 바보를 만나면 긴장을 풀고 친근감을 보인다. 영구와 맹구를 비롯한 바보 캐릭터는 오랫동안 삶에 지진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었고, 시간이 지나면서 확대 재생산 되기도 한다. 미국 바보도 있지 않은가. ‘덤 앤 더머’는 우리에게도 하나의 고유명사가 되었다.

왤까? 아마도 순수함과 정직 때문이 아닐까? 바보는 남을 속일 줄도 모르고 영악하지도 않으며, 해맑은 눈빛을 지녔다. 어린 아이 같은 존재다. 사람은 어른이 되어가면서 어린 시절을 그리워하고 되돌아가고 싶어한다. 그렇게 느슨하고 빈 듯하면서 여유로운 삶을 동경하게 되는 것이다. 흡사 도시의 꽉짜인 기계적인 생활을 벗어나 전원생활을 꿈꾸듯이. 그게 쉽지 않기 때문에 텔레비전 속에 비친 바보 같은 코미디 프로에 실없는 웃음을 흘리는 것이다. 그렇게라도 쌓인 스트레스를 풀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1978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싱어가 만들어낸 세계에는 바보들이 넘친다. 켈름시에서 가장 바보스러운 슐레밀로부터 시작해, 시를 이끄는 장로인 일곱 명의 현자에 이르기까지 모두 바보다. 바보 중의 바보와 바보 중의 현자가 전혀 차이가 없다. 그들의 바보스러움은 정말 바보스러움의 극치다.

처음엔 어이가 없어 픽 웃음이 나온다. 조금더 읽다보면 바보들의 순수함과 진지함에 웃음이 나오지 않는다. 그러다 서서히 바보들의 따뜻함과 행복이 그만 부러워지기 시작한다. 그들의 바보스러움은 나중엔 바보스럽지 않게 느껴진다. 그들이 친근하게 느껴지고 바보스러움의 경계가 허물어진다.

사실, 우리는 자신을 바보라고 생각하는 사람을 별로 본 적이 없다. 하지만 우리 주위에는 바보가 얼마나 많은가. 금방 녹아 없어질 눈을 보물이라고 생각해 긁어모으는 짓, 유월절에 쓸 ‘신크림’이 모자라자 ‘물’을 ‘신크림’이라 부르고 ‘신크림’을 ‘물’로 이름을 바꾸어 ‘신크림’을 확보하는 짓, 지도자 그로남의 뺨을 쳐 모욕한 잉어를 처벌하기 위해 잉어를 물에 빠뜨려 익사시키는 짓 등. 알고 보면 이 모든 해괴한 ‘바보짓’은 모두 똑똑한 척하는 우리가 하고 있다. 도대체 누가 누굴 바보라 손가락질 하고 불쌍하게 여길 것인가. 다만 우리 인생사의 껍데기고 겉치레일 뿐이지 않은가.

“이 이야기들은 동화라 불러도 좋고 동화가 아니라고 해도 상관이 없다. 이 세상에는 어른이 되고 싶어하는 아이들과 아이가 되고 싶어하는 어른들이 있을 뿐이니, 이 이야기들은 모든 사람에게 즐거움을 줄 것”이라고 쓴 옮긴이 황명걸 시인의 혜안도 돋보인다.

표사에 “순수한 바보들의 이야기가 우리에게 웃음과 지혜를 준다”고 했겠다. 그렇다면, 우리가 직접 바보가 되면 어떨까. 아니다, 어차피 우린 바본데 뭘 또 바보가 된단 말인가. 가식을 버리고 바보란 걸 인정만 하면 되는데.

행복한 바보들이 사는 마을 켈름 상세보기
아이작 바셰비스 싱어 지음 | 두레 펴냄
욕심없는 바보들이 모여 행복하게 살아가는 마을 켈름에서 벌어지는 바보같은 이야기들 속에 삶의 지혜와 교훈을 담고 있는 책. 폴란드 출신 유태인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저자의 작품이다. 읽다보면 웃음이 절 로 나오는 순수한 이야기 22편이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