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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하

지구 가족들, "밥은 잘 먹고들 사시나요?"

나쁜 이웃을 퇴출시킬 수 있는 방법은?
『지구가 100명의 마을이라면』, 데이비드 스미스, 푸른숲

외국에 한 번도 나가본 일이 없는 나는 외국을 제집 드나들듯 하는 사람들을 보면 판타지 세계를 오가는 사람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얼마 전 호주에 간 후배가 호주에서 전화를 했는데 서로 다른 시공간에 존재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다른 세계로 공간이동을 한 것 같았다.

 

지구라는 공간 속에 늘 살고 있으면서도 공간을 의식하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광대한 지구 공간을 아주 가깝게 느낄 수 있는 책이 있다.

이 책은 말 그대로 지구가 100명의 마을이라고 가정을 한 뒤 어느 나라 말을 많이 쓰는가, 밥을 잘 먹고 살고 있는 사람은 몇 명인가, 문명의 혜택을 받고 있는 사람은 몇 명인가 통계를 내어 지구에서 살고 있는 우리네 형편이 어떤지 가늠해 볼 수 있다.

지구가 100명의 사람들이 살고 있는 마을이라면 한 마을에 중국어를 쓰는 사람은 22명, 영어를 쓰는 사람은 9명, 힌두어를 쓰는 사람은 8명, 스페인어를 쓰는 사람은 7명, 아랍어를 쓰는 사람은 4명, 뱅골어를 쓰는 사람은 4명, 포르투갈어를 쓰는 사람은 3명, 러시아어를 쓰는 사람은 3명이다.

우리나라 말을 쓰는 사람은 수적으로 한 명의 몫도 차지하지 못한다.

역시 중국이 수적으로 우세다.

실제 영어를 쓰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는데 우리가 떠받드는 영어교육은 언제 중국어에 밀릴지도 모르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구 사람 100명 가운데 75명이 집이나 가까운 곳에서 안심하고 깨끗한 물을 먹을 수 있지만 25명은 날마다 깨끗한 물을 얻으려고 하루 종일 애써야 한다.

또 68명은 깨끗한 공기를 마시며 살지만 32명은 공해로 더러워진 공기를 마신다.
 
지구 마을 사람들 가운데 학교를 다녀야 하는 연령에 있는 사람은 100명 가운데 38명인데 이 가운데서 31명만이 학교에 다닌다.

 

학교에 다니지 못하는 어린이가 7명이 있는 것이다.

우리가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있으면 당연히 다른 집에서도 아이를 학교에 보낸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지구 마을에 사는 사람들의 처지는 가지각색이고 빈부의 격차도 심하다.

지구 마을에 살고 있는 60명은 항상 굶주려 있으며, 그 가운데 26명은 너무 배가 고파 죽게 될지도 모른다.

나는 지구에 살고 있으면서 지구인이라고 생각지 못한다.

그러나 중국에서 일어난 대지진 속에서 어린 아이를 살리기 위해 젖을 물리고 자신의 몸으로 무너진 건물을 지탱하고 있었던 어머니를 보면서 우리 어머니와 다를 바 없다고 여기게 된다.

지구 마을에 살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구호의 손길을 보내고 있다. 이게 이웃 의식이지 않을까.

그러나 자기 집안 식구들만 잘 먹고 살기 위해 이웃집에 광우병에 걸린 소를 팔아먹는 나쁜 이웃만 없다면 지구 마을도 조금 살만할 텐데.

이런 나쁜 이웃을 퇴출시킬 방법이 없으니 안타깝다.

지구가 100명의 마을이라면 상세보기
데이비드 스미스 지음 | 푸른숲 펴냄
어린이들에게 '세계화 의식'을 심어주는 책. 우리가 사는 지구라는 행성이 실제로 한 마을이라는 점을 인지하고 이 작은 마을이 우리 모두에게 무척 소중한 곳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우리의 이웃이 누구이며, 그들이 어디에서, 어떻게 사는지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