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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무

팍팍한 시대, '백수(백조)의 제왕'으로 산다!

팍팍한 시대, 살고 싶은 대로 한번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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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 삶의 고수들, 방외지사(方外之士)>-조용헌, 정신세계원

인생 사십, 불혹(不惑)의 나이라고?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다. 과학적으로 검증된 사실이다. 사십 대 전후로 남성 호르몬이 감소하고 여성 호르몬이 증가한다. 예민해지고 감성적으로 변화한다는 말이다. 그래서 자꾸만 뒤를 돌아다보게 되고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진다. 흔들리지 않는 나이가 아니라 가장 크게 흔들리는 나이란 말이다.

오인태 시인은 나이 사십을 “기차는 견딜 수 없는 육중한/무게로 와서는 가슴을 철컥철컥/밟고 어디론가 사라져갔다/아주 짧게/그러나 그 무게가 얼마나 오래도록/사람의 가슴을 짓눌렀는지를//아, 기차는 모를 것이다(시 <사람의 가슴에도 레일이 있다> 중에서)”라고 노래하지 않았던가.

하기야 나이 사십만 그렇겠는가. 이 시대엔 도무지 안정적인 나이가 없다. 인생살이 자체가 팍팍하기 그지없다. 30대는 삼팔선, 40대는 사오정, 50대는 오륙도를 근심하는 시대가 아닌가. 너나없이 생존경쟁에 떠밀려 죽기살기로 바둥거려도 입에 풀칠하기 바쁘다.

한 편으로는 “안빈낙도 하리라 작정했지만/막상 가난하니 그게 잘 안 되네”라고 고백한 다산 정약용의 시가 발목을 잡고, 다른 한 편으로는 “이렇게 먹고 사는 문제만 생각하다가 한 세상 끝나는 것 아닌가?” 스스로 반문하며 자괴감에 빠져들게 된다.

이 책에는 아둥바둥거리던 삶을 과감히 벗어던지고 살고 싶은 대로, ‘쪼대로’ 사는 13명의 ‘대단한’ 방외지사가 나온다.

대학 졸업하고 사지육신 멀쩡한데도 백수의 제왕(!)으로 살아가는 강기욱 씨, 20년 공무원 생활을 헌신짝처럼 버리고 고향집에 은거하는 박태후 씨, 여자의 몸으로 한라산 깊은 곳에서 독초를 달여 마셔가며 화두를 잡은 대각심 스님, 서울서 잡지사 기자 하다가 어느 날 문득 사표를 던지고 지리산에 들어간 이원규 시인 등등.

저자는 말한다. “방(方)은 경계선, 고정관념, 조직사회, 닫힌 공간을 뜻한다. 그 동안 우리는 방내(方內)에서만 살아보았으니, 이제 방외(方外)에도 한번 나가보자”. 대부분의 사람들이 우려하듯 방외에 나간다고 굶어죽지는 않는다고 장담한다. 넉넉하지는 않아도 자신이 진짜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다보면 여유 있는 삶을 즐길 수 있게 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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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량한 밥줄을 놓아버리고 글 쓰는데 전념하고 싶은 건 작가들 대다수의 꿈이다. 하지만 생활터전을 벗어나는 것도, 자신만 뒤처지게 되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도, 또 주위의 눈도 실행을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다. 지난번 같이 소주 한 잔 하면서 이원규 시인이, “고향이나 친지들이 많은 곳으로 가면 자유롭게 지낼 수가 없어요. 그래서 지리산을 택했던 것”이라던 말이 떠오른다.

방외로 나갈 수는 없어도 이들의 삶은 충분히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다. ‘세상 구경 중에서 사람구경이 제일’이라고 했듯이, 그들의 삶에서 참고할 만한 것도 있고 참고가 못 되면 위로라도 받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아무(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