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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무

죽은 루쉰이 살아있는 이명박을 욕보이다!

당면문제 외면한 비현실주의자를 풍자하다!
《호루라기를 부는 장자》-루쉰, 우리교육

 

* 루쉰 (중국 작가) [魯迅, Lu Hsun, 노신, 저우수런]

《아Q정전》과 《광인일기》로 유명한 루쉰이 당시 현실을 풍자해 쓴 단편소설집이다.

그의 마지막 작품집인 이 책을 읽다보면 루쉰이 현실에 대한 역사적 책임의식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실감할 수 있다.
1936년 중국 공산당과 국민당이 내놓은 항일민족통일전선 정책을 지지하면서 “나는 한 작은 병사로서 붓을 든다”고 했던 유명한 말이 절로 이해가 된다.
그의 작품들은 강한 휴머니즘과 민족애를 바탕에 깔고, 주제가 너무 두드러지지 않으면서 작품 속에 자연스레 녹여내 특유의 미학을 완성했다.

장자와 노자를 발가벗기다

이 책에서 주로 풍자의 대상이 되는 것은 중국의 대표적 철학자들이다.
그동안 존경을 받아왔던 장자와 노자, 백이와 숙제 등이 루쉰에 의해 발가벗겨지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이론만 내세우고 정작 급박한 당면문제는 무시하는 장자, 비현실적인 행동과 언변으로 대중을 우민화하는 노자, 인간의 본원적 욕망을 억압하는 백이와 숙제 등 지식 관료들의 허구의식이 해학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

표제작인 <호루라기를 부는 장자>에서 장자가 호들갑스레 호루라기를 불어대는 장면은 생각만 해도 코미디다. 왜 그는 호루라기를 불어댈 수밖에 없었을까.

장자의 코미디에 포복절도하다

500년 전, 친척을 만나러 가던 사내가 산적에게 옷과 재물을 모두 빼앗기고 피살된다.
500년 뒤 뼈만 남은 그 사내가 되살아나 장자와 대화를 나눈다.

그는 살아나자마자 자신의 재물도 없고 발가벗겨져 있는 것을 깨닫고 때마침 나타난 장자에게 옷을 내놓으라고 요구한다.
그러자 장자는 자신의 상대주의 이론을 늘어놓는다. ‘옷이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는 거다.

사내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는 걸 알면서도 역시 맨몸뚱이로 거리를 활보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장자의 말이 이론적으로는 옳을 수 있지만 사내가 처한 현실에서 그 이론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장자 자신이 옷을 벗어주어 급한 대로 사내의 주요 부위만이라도 가릴 수 있게 도와줄 수 있었지만, 장자는 그럴 마음이 전혀 없었다.
그 스스로 자신이 말한 ‘옷이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는 것을 실천하지 못하는 인물이었던 것이다.

급기야 사내의 고집에 당황한 장자가 호루라기를 꺼내 불어 순경의 도움을 받는다.
자신의 이론이 비현실적임에 당황한 장자가 기댈 데라고는 현실 속의 민중보다는 지식 관료와 통치자였던 것.

이 대목에서 자연스레 떠오르는 또하나의 장면.(끼워넣기)

미국산 소고기를 싫어하는 국민과 이명박.
국민들은 제발 그런 허접한 소고기 먹기 싫다고 하지만, 이명박은 "어쩔 수 없어. 그냥 믿고 먹어봐" 한다.
국민들이 소고기를 내동댕이 치고 PD수첩이 이를 방송하자 이명박은 호루라기를 꺼내 불었다.
그러자 신속하게 나타난 순경은 몽둥이로 국민을 패고 물대포를 쏘는 한편,
함께 나타난 검찰은 PD수첩의 입에 빨간 마스크를 씌워버렸다.

이것이 루쉰의 글쓰기 전술이다

13편의 단편 중 풍자의 대상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전쟁을 막기 위해 분주히 다니는 묵자, 아버지의 원수를 갚으려는 어린 미간척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던져 대신 복수해주는 연지오자, 홍수를 막기 위해 밤낮 가리지 않고 일하느라 발바닥이 소 발바닥처럼 굳어버린 우 임금 등 민중의 편에 서서 묵묵히 일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더없이 따뜻한 필치로 그들을 묘사하고 있다.

이것이 루쉰의 글쓰기 ‘전술’이다.

자, 이제 우리 현실로 돌아와 보자.
그리고 비현실적인 이론이나 정책으로 국민을 우롱하는 자들과 묵묵히 국민 편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생각해 보자.

구분이 되는가?
모두들 국민을 위한다고 하지만 실제로 그런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이.
국민을 위할 능력이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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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 지음 | 우리교육 펴냄
중국 작가의 소설집. 해학과 풍자가 담긴 단편 8편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