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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무

“선빵이 최고다!!”-그런데 알고보니 당했다

시의원들 부정부패, 제 손으로 월급 팍팍 인상할 때 알아봤다.
<날아라 거북이!>-박덕규, 민음사

선빵이 최고다!

동혁은 출판사 영업부장이다.
한때는 베테랑으로 인정받았지만 이제는 찬밥 신세.
회사에서 뿐만 아니라 집에서도 그의 위치는 불안하다.

아내가 동혁 몰래 집을 저당 잡혀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고, 의도적으로 아이도 갖지 않는 것.
아내의 꿈은 동혁을 버리고 ‘기회의 땅’ 미국으로 이민을 가는 거였다.

이런 상황을 두고 동혁은 고민한다. 그리고 결심한다.
먼저 선수를 치는 것이다. "선빵이 최고"라는 건 초보 건달 아니라 초딩도 다 아는 사실 아닌가.
그는 아내를 살해하고 회사의 공금을 빼돌려 인도네시아로 도망가려 한다.
하지만 정부 최미란의 계략에 빠져 죽고 만다.
최미란이 선수를 친 거였다.

우리는 괴물의 아가리 앞에서 산다

 



단편소설집 《날아라 거북이!》에 실린 <날아라 동혁!>의 내용이다.
표제작을 비롯해 <날아라 지섭!>, <날아라 처남매부!>, <날아라 도적떼!>, <날아라 박노식!> 등 대부분이 ‘날아라 시리즈’에 속한다.

제목만 비슷한 게 아니라 내용에서도 유사성이 발견된다.
동혁의 아내와 유사한 욕망의 대리자가 나오고, 그에 옴짝달싹하지 못하는 유약한 인물들과 천민자본주의의 조력자들이 우후죽순 등장한다.
모든 인물들은 자신이 상업주의라는 괴물에게 포섭된 것도 모른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 괴물의 아가리에 먹혀버리고 마는 비극을 맞는다.

지금은 '개밥 신세'가 되었어도

이 소설집에 나오는 대다수 주인공이 문필가나 영세 출판업자, 출판사 직원 등 출판문화 관련자들이다.
하지만 이런 일이 어디 출판문화 쪽만의 이야기겠는가.
부동산 투기도, 돈놀이도, 도박마저도 경제라는 이름 아래 버젓이 행해지고 있지 않은가.

대한민국은 이제, “돈이 정답이 되어버린 나라”라고 해도 전혀 지나치지 않게 되었다.
대통령까지도 그런 걸 공언해서 그 자리를 꿰차지 않았던가. 비록 지금은 '개밥 신세'가 되었을 지라도.
정치판은 말할 것도 없고 학계에서, 문화예술계에서, 종교계에서도 돈 이야기가 터져나오니 보기에 참, 그렇다.

갖가지 부정과 부패가 난무할 것(몇 년 전 글 들통난 부분)

벌써부터 이번 선거에서 최소한 법정 선거비용의 2~3배는 들 거라는 말이 후보자들 사이에서 새어나온다.
시,군의원 출마자도 억 단위는 각오해야 한다는 분위기다.
내가 아는 한 사람은 돈이 없어 출마를 포기해 버렸다.
그래도 이번 선거 출마자는 차고 넘친다.
기초의원들에게도 이제 월급이 나온다니 더하다.
어떤 순진한 유권자는 이렇게 말한다. “기초의원 월급, 3천만 원 안팎밖에 안 된다면서요?”
그러나 그들이 당선된 후에 그것만 받고 있지 않으리라는 건 웬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그래서 곧 당초 예상대로 5, 6천에서 6, 7천 수준까지 올려놓을 것이다.
안 봐도 빤한 이 놀음을 위해, “지역 사회를 위해, 나라와 민족을 위해 이 한 몸 다 바쳐 일하겠노라” 외쳐댈 걸 생각하면 벌써부터 우습다.
그리고 갖가지 추문에 부정과 부패가 난립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미리부터 답답하다.
( * 이쯤에서 이 글이 몇 년 전 썼던 글이란 게 들통났다. 하지만 그때 내가 예상했던 대로 상황은 돌아가고 있다. 최근 벌어진 한나라당 서울시의원의 돈봉투 사건 같은 사례가 그것을 여실히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저 기초의원들 제 손으로 월급 팍팍 올릴 때부터 이렇게 될 줄 다 알아봤다..)


분명히 내가 선수를 쳤는데...알고보니 당했다!

이 욕망의 한 판을 위해 외쳐주자. “날아라, 정치인!”

하지만 이 한 가지 사실은 알아두자.
이 ‘날아라’ 시리즈에 나오는 거의 모든 주인공들은 불행해지고 말았다.
동혁도, 지섭도, 처남매부도, 도적떼도 모두 죽거나 파멸했다.

모든 정치인이 그렇게 되지는 않겠지만 자신이 진정으로 하려는 일이 무엇인지 살피고 조심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
자신이 선수를 친다고 생각했는데, 동혁이처럼 믿었던 내연녀에게 당할 수도 있으니.

모든 정치인들에게 다시 한 번, “날아라 정치인!”

하아무(소설가)

날아라 거북이 상세보기
박덕규 지음 | 민음사 펴냄
출판사 사장과 영업부장,소설가,기자 등 책주변 문화 생산자들의 일상을 소재로 한 단편소설집. 자본주의의 소비욕구에 좌절된 문필가의 이야기 <날아라 지섭>을 비롯한 작품 8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