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 같이 달과 같이≫, 이원수 지음, 창작과 비평사
요즘 중고등학생들은 우리나라 근현대 단편들보다 외국 소설 읽기를 더 쉬워한다. 우리나라 단편소설을 읽으면 머리에 쥐가 나면서 도통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한다. 특히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이나 채만식의 <치숙>을 읽고 나서도 무슨 이야기인지 물어 온다.
그만큼 우리나라 근현대 단편소설들이 외국 이야기보다 더 먼 나라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장터를 돌아다니던 장돌뱅이의 입담도, 사회주의 이념 논쟁을 벌여야 했던 시대도 이해할 수 없는 머나먼 세상의 이야기다.
오늘 소개할 ≪해와 같이 달과 같이≫는 1979년에 나온 책이다. 이 책 역시 요즘 아이들이 읽는다면 먼나라 이야기라고 할지 모르겠다. 그런데 그런 먼나라 이야기가 바로 우리 부모들이 살았던 세대의 이야기이자 잊어서는 안 될 이야기다.
이원수 선생은 70년대 당시 아이들의 모습을 이 작품에 담고 있다. 시골에서 너무도 가난해 중학교에 가질 못하자 무작정 서울로 올라와 구두닦이 일을 하는 석남이, 그런 오빠를 바라보는 석순이의 이야기다. 석남이는 초등학교 다닐 때 모아둔 6천 원을 들고 무작정 서울로 올라온다. 아는 형을 찾아 철공소에 취직을 하려고 했으나 미성년자 고용이 법에 걸린다고 쫓겨날 처지에 놓인다. 그러다 우연히 만난 주호를 통해 구두닦이를 하게 된다.
석남은 구두닦이를 하는 동안 다른 아이들에게 따돌림 당하고, 맞기도 한다. 또 상으로 받은 자전거를 도둑맞기도 하고, 가정집을 방문해서 구두닦이를 하다가 시계도둑으로 오해를 받기도 한다. 이런 가운데 석남이 끊임없이 새로운 결심을 하고 열심히 일을 하게 되는 것은 바로 자신에게 이루어야 할 꿈이 있기 때문이다. 석남이 가출한 것은 바로 중학교에 가기 위해서다. 또 석남이 집을 떠날 때 석남의 내복을 몰래 싸서 눈물로 배웅을 하던 동생 석순을 떠올리면 마음 가득 따뜻한 마음이 일어난다. 달과 같은 마음이 생겨난다. 그래서 석남은 해와 같고 달과 같은 열정과 따스한 마음으로 살아가려는 아이다.
요즘 아이들이 이 책을 본다면 구두를 닦아 생계를 연명하고 중학교에 가기 위해 집을 나가는 일을 어리석다고 생각지 않을까. 이원수 선생이 동화에서 담고 있는 아동상은 바로 70년대를 힘겹게 살아왔던 우리 아버지의 이야기다. 물론 그 당시에도 호의호식하면서 어려움을 모르고 자랐을 많은 사람들이 우리 사회의 기득권자가 되어 있다. 그러나 정작 우리가 껴안아야 할 사람은 바로 석남이가 아닐까.
석남이는 오늘날 과연 어떤 아버지가 되어 있을까? 돈이 없어도 사람을 먼저 믿고, 힘없는 사람은 서로 의지하며 살 수밖에 없다는 것을 몸으로 체득한 석남을 주인공으로 세운 작가의 가치관이 30년을 훌쩍 뛰어넘어 새롭게 다가온다.
/한양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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