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을 깨운 캐롤린다≫, 모디캐이 저스타인, 보물창고
아이들은 시끄럽다. 아이가 조용하면 불안해진다. 하루 종일 아이를 돌보자면 하루에 백번 이상은 엄마를 부르는 것 같다. 심정적으로는 귀를 막고 싶으나 이론적으로는 이런 아이들이 정상이다. 그렇다면 너무나도 정상적인 아이 캐롤린다는 어떻게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었는지 들어가 보자.
≪거인을 깨운 캐롤린다≫는 크게 세 개의 이야기 단락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 번째 이야기 단락은 달을 짝사랑하던 거인이 달을 사랑하다 지쳐 산이 되었으며 그 산이 깨어나면 분노할 것이라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 이야기 단락은 그 마을에 캐롤린다라는 시끄러운 아이가 태어나 금기를 깨뜨리고 산을 깨웠으며, 다시 그 산을 잠재운다는 내용이다. 세 번째 단락은 푸픽톤 마을의 변화와 어른이 된 캐롤린다의 모습이다.
≪거인을 깨운 캐롤린다≫는 푸픽톤 마을에 전해오고 있는 거인 전설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달을 짝사랑하던 거인이 삼만오천 년이 지나 산이 되었으며 그 산이 깨어나면 분노로 모든 것을 파괴해버릴 것이라는 무시무시한 전설이다. 이 전설은 하나의 금기를 만들어낸다. 누구라도 그 거인을 깨워서는 안 된다. 거인이 깨어나면 모든 것을 파괴해 버리기 때문이다. 바로 금기가 이야기를 출발하게 한다.
≪거인을 깨운 캐롤린다≫에 나오는 거인은 전설속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거인이다. 그러나 그 거인의 모양새와 그 거인이 산이 되었다는 것, 그리고 그 마을이 푸픽톤이라는 것에서 중앙 아메리카에서 전해오는 전설을 연결시켜 볼 수 있다. ≪신의 지문≫(그레이엄 핸콕, 까치)에 보면 같은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수염과 외투를 입은 백인 거인이 문명을 전파하였으며, 배꼽에 마을이 들어섰다는 점이다.
이처럼 사람들은 거인에 대한 일종의 향수를 가지고 있다. 거인은 신화나 전설에서 태초의 인류, 문명을 가져다 준 존재로 인식된다. 우리나라 설문대 할망이나 마고할미와 같은 거인도 사람들에게 따뜻한 정을 베풀고 사라진다. 멕시코 올맥 문화에서 나타나는 케찰코아틀이나 페루의 비라코차 모두 문명에 도움을 준 위대한 거인이다. 거인은 큰 사람이며, 큰 사람은 위대한 역할을 한 존재였을 것이다. 그러므로 거인에 대한 전설과 신화는 어디에서나 발견되는 것이다.
거인을 깨운 캐롤린다는 시끄럽게 노래함으로 거인을 재우고, 노래하는 합창단을 만들어 노래를 계속 부를 수 있었다. 거인에게 시끄러운 노래는 금기가 아니었고, 시끄럽게 노래하는 것 역시 아이에게는 본성적인 것이었다. 달님을 향해 수천 년을 노래한 거인과 태어나자마자 시끄러운 아이였던 캐롤린다는 서로 ‘노래’라는 공통점이 있었던 것이다. 신화와 어린이성의 접목이란 점에서 이 작품은 훌륭한 공통점을 찾아냈다. 이것이 바로 금기를 깰 수 있었던 것이다.
/한양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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