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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하

네버랜드에 마음의 닻을 내리고...

『피터 팬』, 제임스 배리, 비룡소

“엄마, 나도 립스틱 한 번만 발라보면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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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출근을 서두르는 내 옆에서 초등학교에 입학한 딸이 입술을 쫑긋거리고 섰다. 다음에 학교 안 갈 때 한 번 발라준다고 다독거리면 그때서야 돌아선다. 이렇듯 대부분의 아이들은 어른을 모방하며 어른이 되고 싶어 한다. 그런 아이의 표상이 바로 『피터 팬』의 웬디다. 그러나 어른의 세계로 진입을 거부하는 아이도 있다. 그 대표적 인물이 바로 피터다.

웬디는 엄마가 필요하다는 피터의 말에 넘어가 네버랜드로 가기로 마음먹는다. 웬디는 자신의 엄마 달링 부인처럼 늘 아이들을 돌보고, 책을 읽어주고, 약을 먹이는 일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기꺼이 네버랜드로 가서 아이들의 엄마가 된다. 아이들에게 재미난 이야기도 들려주고 옷도 꿰매 주고, 약도 먹이고, 했던 말 또 하는 잔소리에다 신세한탄까지도 한다.

이와 반대로 피터는 자라기를 멈춘 아이다. 피터가 태어나자마자 부모님들이 이 아이가 자라서 어떻게 살아갈지 의논하는 것을 듣고 어른이 되기를 거부한다. 어른이 되어서 앞날을 걱정하며 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피터는 놀이하는 아이로 남고자 한다.

피터에게 네버랜드는 놀이의 공간이다. 후크와의 싸움은 전쟁놀이고, 웬디와 함께 지내는 것은 엄마아빠 놀이고, 아이들에게 나무집을 지어 보살펴주는 것은 대장놀이며, 먹는 것도 잠자는 것도 모두 놀이다.

그러하기에 웬디는 부모의 품으로 돌아가 어른이 되고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는다. 피터는 네버랜드로 돌아가 또다른 모험을 벌인다. 우리는 누구의 삶이 더 나은가 생각해보게 된다. 세속의 눈으로 본다면 피터는 버려진 아이에다 성장하지 않는, 아이로만 살아가는 불쌍한 존재다.

그런데 작가는 다행스럽게도 피터에게 망각이라는 행운을 주었다. 피터는 웬디가 누구인지, 팅거벨이 누구인지조차 기억하지 못한다. 피터는 언제나 놀이를 하며 즐겁게 살 수 있는 인물인 것이다.

작가는 모든 아이들이 네버랜드에 마음의 닻을 내리고 있다고 한다. 그 네버랜드는 각자 상상에 따라 살아 꿈틀대고 있는 현실이다. 자라기를 멈춘 피터도, 엄마가 되고 싶은 웬디도, 어른이지만 품위와 명예를 상실한 후크도 모두 그 네버랜드에 마음의 닻을 내리고 있다. 현실에서 성장하면서 겪는 어려움이 있다면 잠시 네버랜드에 닻을 내리고 휴식을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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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양하/

피터 팬(네버랜드 클래식 25) 상세보기
제임스 매튜 배리 지음 | 시공주니어 펴냄
꼼꼼한 완역이 눈에 뛰는 세계 명작『네버랜드 클래식』시리즈 제25권 ≪피터 팬(Peter Pan and Wendy)≫. 이 시리즈는 전문 번역가가 원문을 꼼꼼히 번역하고, 우리 문화와 달리 설명이 필요한 부분은 간결하고 정확한 각주를 달았다. 편집 과정에서도 원작의 느낌을 최대한 살려냈다. 300 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이지만 상세한 작가 소개와 작품 해설, 사진과 그림 등 다양한 볼거리는 독자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도와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