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언 이야기≫, 리언 월터 틸리지, 바람의 아이들
“내가 어렸을 때는…” 이렇게 시작하는 이야기들을 아이들은 싫어한다. “그 때는 이런 장난감이 있었는 줄 아니?”, “이렇게 좋은 옷이 어디 있어?”, “이런 음식은 구경도 못했는데 버리다니.” 따위의 뒷말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잔소리 식의 이야기는 가르치려고 하기 때문에 감동이 없다.
그러나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생애담을 들으면 그 속에 진한 감동이 느껴진다. “내가 어렸을 때 정말 먹을 게 없었단다. 그래서 늘 배가 고팠지. 밥 한 그릇 배불리 먹어보는 게 소원이었단다.” 우리는 세대를 앞서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인간의 삶이란 무엇이며,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생각해보게 된다.
≪리언 이야기≫는 리언이라는 흑인 할아버지의 이야기다. 리언이 파크 학교의 관리인으로 있으면서 아이들에게 자신이 살아왔던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했고, 그 이야기를 출판일을 하는 학부모가 듣고 책으로 엮은 것이다.
작년과 올해 인종차별을 다룬 어린이책들이 많이 나왔다. ≪사라 버스를 타다≫, ≪천둥아, 내 외침을 들어라≫, ≪일어나요 로자≫ 등이 있다. 이 가운데 ≪리언 이야기≫는 리언 할아버지의 생애담이기에 더 감동적이다.
리언의 아버지는 소작농으로 리언 말고도 여덟 명의 자식을 두었다. 존스 씨의 농장에서 일을 하고도 언제나 빚이 많았기에 리언과 형제들은 늘 아버지를 도와 일을 했다. 리언은 백인들과 같이 학교를 다닐 수 없었으며, 흑인들이 다니는 학교의 시설은 형편이 없었다. 상점에 가도 흑인들만 들어갈 수 있는 상점이 있었으며, 그런 상점도 뒷문으로 들어가야 했다. 백인 우월의식을 갖고 있었던 KKK단원들은 흑인을 괴롭히거나 죽이고도 죄의식조차 가지지 않았다.
리언의 열네 살 생일에 리언의 생일 선물을 사러 가던 아버지는 느닷없이 백인 청년의 차에 치여 죽고 만다. 그 청년은 재미로 사람을 치고, 차에 옷이 걸린 아버지를 매달고 질주한 뒤 다시 집 앞에 버려놓고 간다.
리언의 이야기는 인종차별이 일어나는 곳이면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일이다. 그것이 바로 미국의 역사이고, 그 역사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우리 사회도 차별의 역사가 뿌리 깊다.
우리는 노비로 살았던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증언을 듣지 못했다. 정신대로 끌려간 할머니들의 역사를 듣지 못했다. 우리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번듯한 양반 가문의 자제였고, 고고한 인품을 지녔으며, 동네에서 유세 꽤나 했다는 이야기만 알고 있다.
자랑할 게 없는 가문의 이야기는 어디론가 다 묻히고 평생 땅을 파고 땀을 흘려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는 남아 있지 않다. 우리 아이들에게 평범하게 살아온 우리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의 고단하면서도 행복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들이 나왔으면 좋겠다.
/한양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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