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에게 보내는 편지
<인간 속의 악마> 장 디디에 뱅상, 푸른숲
악마에게.
네가 사탄이든 야훼든, 사라의 일곱 남편을 죽인 아스모다이오스든, 귀신의 왕 베엘제불이든, 암흑의 신 아리만이든, 탐욕의 악마인 탄모든, 아즈, 릴리스, 디아볼로스 등 어떤 이름으로 불리든 상관없다.
지금까지 내 속에 있는 너의 존재를 애써 부인해왔지만, 이제는 그러지 않겠노라. 뱅상의 책 <인간 속의 악마>를 통해 너의 진면목을 알았기 때문이지. 그리하여 내 생에 처음으로 너에게 탁 까놓고 얘기하겠다.
솔직히 처음 알았다. 네가 인류가 탄생할 때부터 우리와 함께 공존해왔다는 사실 말이다. 최초에 아미노산이 형성되고 공유결합에 의해 보다 복잡한 물질로 변해가면서 세포가 분열됨에 따라 생물체가 만들어졌지.
분자 결합에서부터 한 인간의 탄생에 이르기까지 생명체를 만들어내는 데는 반드시 두 존재의 만남이 필요했고, 여기에서 악마가 개입했다는 설명이었어. 내가 볼 때는 악마라기보다는 악마성이 더 어울릴 것 같지만 말이야. 어쨌든 태초에 우주가 생성되고, 생명체가 생성-결합-죽음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 네가 관여해 왔다는 사실은 놀라웠어.
사실은 너도 뱅상에게 고마워해야 해. 왜냐하면 너의 생물학적 탄생 배경을 밝혀내려 무지하게 애쓴 사람이니까. 흡사 사람의 조상이 누구냐를 두고 설왕설래하는 것처럼 말이야. 뱅상이 프랑스의 유명한 생물학자이자 의사이니까 가능한 일 아니었겠어?
여하튼 우리 인간이 인간의 모습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을 때부터 네 도움을 받아 비로소 인간이 될 수 있었다는 얘기잖아. 왜 그랬지? 인간의 육체와 정신에 개입한다고 너에게 무슨 이득이 있느냐는 말이지.
"생물체를 진화시켜 마침내 악마와 동등한 사고 능력을 지니고 언어 구사력까지 갖춘 인간을 만든 것은, 바로 진화된 동물들을 이리저리 마음대로 휘젓고 괴롭히며 재미나게 놀기 위해서"라고? 그래서 진화과정에 개입해 '욕망에 약한 인간'을 만들어낸 것이라고? 그렇게 도덕적으로 옳지 못한 행동을 하고, 그릇된 성생활을 탐닉하며, 알코올이나 도박, 마약 따위에 중독되는 사람들이 생겨난 것이었군.
뭐라고? 너희의 존재가 인간에게는 없어서 안 될 존재라고? 무슨 개 풀 뜯어먹는 소리냐? 너희가 있기에 너희를 극복하려고 인간들은 노력한다는 말은 이해하겠어. 인간은 대부분 악마와 대결하지.
나 역시 지금 술이 덜 깬 상태인데, 넌 자꾸만 "그깟 원고 쓰지 말고 좀 쉬어"라고 꼬드기고, 난 그런 너와 싸우며 억지로 자판을 두들기고 있는 중이니까.
그러니까 "악마는 인간을 나태한 상황에서 끌어내고 끊임없이 노력하도록 만드는 필요악"이라고? 허허 참, 그럼 내가 너에게 고맙다고 해야 하나? 알았어, 그럼 앞으로도 우리 서로 끝없이 대결하면서 잘 지내보자고.
고통이야말로 삶의 원동력이니까 말이야.
/하아무(소설가)
PS. 하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필요악으로 봐주기 힘든 '진짜 악마'도 많다. 광우병 의심소에 대해 그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반론을 펴고 재협상을 요구했지만, 이토록 귀를 막고 있는 대통령 처음 본다. 우리 어머니 말씀대로 하자면, "저기 적어도 인간 같으모 저래 몬한다. 한마디로 인간도 아이다." 알고 보면, 우리는 진짜 악마와 '세기의 대결'을 벌이고 있는지도 모른다.
<인간 속의 악마> 장 디디에 뱅상, 푸른숲
악마에게.
네가 사탄이든 야훼든, 사라의 일곱 남편을 죽인 아스모다이오스든, 귀신의 왕 베엘제불이든, 암흑의 신 아리만이든, 탐욕의 악마인 탄모든, 아즈, 릴리스, 디아볼로스 등 어떤 이름으로 불리든 상관없다.
지금까지 내 속에 있는 너의 존재를 애써 부인해왔지만, 이제는 그러지 않겠노라. 뱅상의 책 <인간 속의 악마>를 통해 너의 진면목을 알았기 때문이지. 그리하여 내 생에 처음으로 너에게 탁 까놓고 얘기하겠다.
솔직히 처음 알았다. 네가 인류가 탄생할 때부터 우리와 함께 공존해왔다는 사실 말이다. 최초에 아미노산이 형성되고 공유결합에 의해 보다 복잡한 물질로 변해가면서 세포가 분열됨에 따라 생물체가 만들어졌지.
분자 결합에서부터 한 인간의 탄생에 이르기까지 생명체를 만들어내는 데는 반드시 두 존재의 만남이 필요했고, 여기에서 악마가 개입했다는 설명이었어. 내가 볼 때는 악마라기보다는 악마성이 더 어울릴 것 같지만 말이야. 어쨌든 태초에 우주가 생성되고, 생명체가 생성-결합-죽음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 네가 관여해 왔다는 사실은 놀라웠어.
사실은 너도 뱅상에게 고마워해야 해. 왜냐하면 너의 생물학적 탄생 배경을 밝혀내려 무지하게 애쓴 사람이니까. 흡사 사람의 조상이 누구냐를 두고 설왕설래하는 것처럼 말이야. 뱅상이 프랑스의 유명한 생물학자이자 의사이니까 가능한 일 아니었겠어?
여하튼 우리 인간이 인간의 모습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을 때부터 네 도움을 받아 비로소 인간이 될 수 있었다는 얘기잖아. 왜 그랬지? 인간의 육체와 정신에 개입한다고 너에게 무슨 이득이 있느냐는 말이지.
"생물체를 진화시켜 마침내 악마와 동등한 사고 능력을 지니고 언어 구사력까지 갖춘 인간을 만든 것은, 바로 진화된 동물들을 이리저리 마음대로 휘젓고 괴롭히며 재미나게 놀기 위해서"라고? 그래서 진화과정에 개입해 '욕망에 약한 인간'을 만들어낸 것이라고? 그렇게 도덕적으로 옳지 못한 행동을 하고, 그릇된 성생활을 탐닉하며, 알코올이나 도박, 마약 따위에 중독되는 사람들이 생겨난 것이었군.
뭐라고? 너희의 존재가 인간에게는 없어서 안 될 존재라고? 무슨 개 풀 뜯어먹는 소리냐? 너희가 있기에 너희를 극복하려고 인간들은 노력한다는 말은 이해하겠어. 인간은 대부분 악마와 대결하지.
나 역시 지금 술이 덜 깬 상태인데, 넌 자꾸만 "그깟 원고 쓰지 말고 좀 쉬어"라고 꼬드기고, 난 그런 너와 싸우며 억지로 자판을 두들기고 있는 중이니까.
그러니까 "악마는 인간을 나태한 상황에서 끌어내고 끊임없이 노력하도록 만드는 필요악"이라고? 허허 참, 그럼 내가 너에게 고맙다고 해야 하나? 알았어, 그럼 앞으로도 우리 서로 끝없이 대결하면서 잘 지내보자고.
고통이야말로 삶의 원동력이니까 말이야.
/하아무(소설가)
PS. 하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필요악으로 봐주기 힘든 '진짜 악마'도 많다. 광우병 의심소에 대해 그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반론을 펴고 재협상을 요구했지만, 이토록 귀를 막고 있는 대통령 처음 본다. 우리 어머니 말씀대로 하자면, "저기 적어도 인간 같으모 저래 몬한다. 한마디로 인간도 아이다." 알고 보면, 우리는 진짜 악마와 '세기의 대결'을 벌이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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