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 삶은 자멸적, 윤리적 삶만이 희망
《이렇게 살아가도 괜찮은가》, 피터 싱어/세종서적
하아무/소설가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된다는 것을 전제로 한 제목의 책이다. 책을 펼치기 전에 나 자신으로부터 시작해 내가 살아가고 있는 가정, 사회, 나라, 나아가 이 세상을 먼저 둘러보게 하는 제목이다.
뭐가 문제라고 딱히 꼬집기에는 너무나 많은 문제가 있는 세상 아니던가. 여자아이를 납치해 성추행하고 급기야 생명까지 앗아가 버리는 비정한 이웃, 같이 공부하고 있던 동창과 스승에게 총부리를 들이대는 대학생 등. 사고를 치고 난 후에야 손가락질도 하고 욕도 퍼붓지만 그러기 전에는 하나 같이 선량한 표정의 평범한 사람들이다. 아니, 범죄 이전에 무언가 근본이 크게 무너졌음을 대부분 직감하고 있었을 것이다.
피터 싱어는 문제를 파악하기 위해 인간 존재와 사회를 심층적으로 연구해왔다. 그에 의하면 인간은 자신이 속한 부모나 가족, 친척, 친구 등과 같은 공동체에 대한 보존․유지 욕구 때문에 이기적이란다. 거의 대부분의 경우 긍정적인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사랑이나 연애, 결혼도 알고 보면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근원적 생존전략일 뿐이라는 거다.
우리는 모두 도깨비 감투처럼 자신을 투명인간으로 만들 수 있는 반지를 가진 ‘기게스’인 것이다. 바르게 살기 위해선 투명인간이 되어 자기 욕심을 채워선 안 된다. 초등학교 도덕 시간에 다 배운 거다. 하지만 배웠다고 해서, 그 사실을 안다고 해서 사람들은 그걸 다 실천하지 않는다. 그러니 배가 산으로 갈 수밖에 없고, 세상은 어지러울 수밖에 없다.
싱어가 제시한 해결방법은 ‘윤리적인 삶’이다. 그러고 보니 그는 세계적 명성을 지닌 실천윤리학자다. 그는 많은 독자들이 ‘윤리’ 운운하면 도덕이나 윤리 시간을 연상하며 콧방귀 낄 것은 안다는 듯 말한다. “윤리적인 삶이 자기 희생이 아니라 오히려 자아 실현임을 알게 될 것”이라고. 그리고 자기 이익만을 위해 행동하는 것이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낳는다는 것도 증명한다. 아니, 바람직하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자멸적’이라 단정한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 “오로지, 무슨 일이 있어도 착하게 살아라” 식의 윤리적인 삶이 이기주의, 개인주의, 향락주의 등의 다양한 이름을 가진 현대사회의 병폐를 치유할 수 있는 희망이 될 수 있을까, 하는 회의가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대해 싱어는 분명하고 확신에 찬 어조로 말한다. “그렇다”고, “윤리적인 삶만이 무한 경쟁사회에서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유일한 방책”이라고.
소비지향과 자원고갈, 나아가 생명단축을 부르는 욕심을 버리고 보존과 유지를 통해 자연계와 생태계, 그리고 인류를 살릴 수 있는 실천을 강조한 싱어의 열정은 ‘도덕 교과서적 진부함’을 잊게 해주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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