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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하

가난한 삶이 행복한 삶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 앤 카메론 지음, 바람의 아이들

 

“네가 떳떳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네가 네 자신을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란다.”

작가 앤 카메론이 말하는 아름다운 곳이다. 과테말라에 살고 있는 작가는 과테말라의 산간지방을 배경으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란 작품을 썼다. 작가가 말하는 아름다운 곳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아름다운 풍경을 지닌 곳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작가는 전혀 아름답지 않으며, 결코 아름다울 수 없는 환경에서 살아가는 아이의 모습을 통해 새로운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다.

주인공 후안은 아직 학교도 다니지 않는 예닐곱 살 가량의 어린 아이다. 그럼에도 후안은 자기 밥벌이를 해야 하며, 가족의 보호란 것을 받아보지 못한 채 버려진다. 아버지는 후안이 어렸을 때 가족에게 구속된 삶이 아니라 자신만의 자유로운 삶을 살기 위해 떠났다. 어머니는 홀로 후안을 친정에서 키우다가 새남편을 만나 재혼을 한다. 결국 외할머니 집에 남게 된 후안은 외할머니를 따라 구두닦이를 하며 돈을 번다.

어머니는 재혼을 하면서 후안과 함께 쓰던 침대까지 들고 가버렸으나 후안은 푸대자루를 겹겹이 쌓은 잠자리라도 얻은 것을 다행으로 여긴다. 따뜻한 물이라곤 쓸 수도 없고, 밤 여덟시가 되어 집에 들어오지 않으면 문을 잠그고 열어주지 않는 아름다운 곳을.

후안은 왜 이런 곳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라고 말할까. 절대적 빈곤 계층인 후안이 세상을 아름답게 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외할머니 덕분이었다. 외할머니는 후안이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스스로 살아가는 것을 교육의 참 가치로 여겼다. 몸이 조금 불편한 것은 참을 줄도 알아야 한다고 가르쳤다. 버려진 아이라고 동정 받지 않으려면 자기 힘으로 벌이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구두를 닦더라도 제대로 닦지 않으면 돈을 받을 수 없다고 가르쳤다. 그리고 후안이 글을 배우고 학교에 다니고 싶어하자 학교에 보내주었다. 배우고 싶어하는 것을 막으면 안 된다는 것도 할머니의 뜻이다. 후안은 구두닦이를 하면서 손님들에게 글을 읽는 법을 조금씩 배우고, 간판들을 보면서 글자를 익혔기 때문에 학교에 가서 누구보다 공부를 잘 할 수 있었다.

서정홍 시인은 늘 ‘가난하게 살아야 행복하다’ 고 말한다. 단칸방에 살 때는 한 이불 밑에서 온 가족이 옹기종기 살았는데 각자 방을 갖고 나서 가족이 한 이불 덮고 자는 일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후안처럼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이 살고 있는 세상이 가장 아름다운 곳이라고 여기며 조금 더 행복한 마음으로 한 해를 살았으면 한다.

/한양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