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5학년 사내 아이와
이제 6살 된 계집 아이의 엄마.
2006년에도 그림책 하나 선물해
줄 수 있어 뿌듯하다.
(이 책이 만들어진 것이 2006년이었다.
아이들도 지금은 중학교 1학년,
초등학교 1학년이다.)
태원과 다은에게
옛날 사람들이 호랑이와 곰을 섬기던 때
나이 열다섯이 되면 숲의 집에 살면서
동물의 영혼을 몸속에 담는 의식이 있었단다.
몸이 자라 그냥 어른이 되는 것이 아니고
몸에 맞는 의식을 치렀던 거란다.
"으응, 별 거 아냐, 엄마 꺼."
"보세요. 놀라운 흡수율. 깨끗하지요? 그날도 마음 편히 지내세요."
이건 나무데서나 볼 수 없는 거야.
대신 보고나선 비밀 지키기.
에그그, 밴드 치곤 좀 크고, 기저귀 치곤 너무 작잖아.
잘라볼까?
이건 투명한 알갱이?
솜이 아니잖아.
방향제에 들어있는 알갱이 같네. 방향제에 '고흡수성 수지'라고 되어 있네.
물을 부어볼까?
종이컵에 물을 가득 넣고 붓자 흠뻑 젖었어.
종이컵을 보니 물이 2cm 정도 줄어 들었어.
조금 뒤 표면을 만져보니 손에 물이 묻지 않아.
그래서 '보송보송'이라고 하는구나.
왜 네 방에서 이런 게 나오는 거야?
열받아서 그런 걸까?
부끄러워서 그런 걸까?
우리 아빠 하신 말씀,
머리를 긁적이며
"난 안 저랬는데..."
그럼 난 누굴 닮았다는 거지?
어, 주사기 같잖아.
이 실은 뭐지?
실을 잡아당니니까 안 되네.
위로 밀어볼까?
참, 이해할 수 없는 물건이군.
펼쳐봤어.
얇은 솜종이로 묶은 작은 책 같네.
이건 물을 얼마나 흡수하는 거지?
종이컵 가득 물을 부었어.
풍덩!
1cm 정도 물을 흡수했어.
너, 지난번 엄마가 준 성교육 책 읽었니, 안 읽었니?
좋게 가르쳐 주려고 했는데 정말 실망이다.
이런 게 왜 네 방에서 나오니?
다시는...
내가 잘못한 건 사실이야.
버리기만 잘 버렸어도 들키지 않는 건데.
종요한 사실, 들키지 않아야 성공한 실험이란 걸 명심해.
태원에게.
여자는 한달에 한 번 마술에 걸린단다.
여자의 몸에는 한 달에 한 번 난자가 나오는데 정자를 만나지 못하면 혈액과 함께 몸 밖으로 흘러 나온단다.
그게 바로 생리야.
적게는 3일에서 많게는 7일 정도 한단다. 더 길게 하거나 두 달에 한 번 하는 사람 등 각자 다르단다. 생리를 규칙적으로 한다는 건 건강하다는 증거지.
옛날에는 생리대를 천으로 만들어 썼는데, 요즘은 공장에서 만들어진 종이 재질의 생리대를 쓴단다. 생협이나 환경을 생각하는 모임에서 천으로 만들어 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단다.
생리를 하게 되면 신경이 예민해지거나 몸살처럼 몸이 아픈 경우도 있단다. 상대방이 생리 때문에 몸이 불편하거나 아프다면 보살펴주어야지, 그걸 "생리기간이군." 하고 빈정대는 건 나쁘단다.
엄마는 성교육 책을 안 보고 나에게만 읽으라고 주셨다는 걸 알 수 있지.
내가 좀 더 설명해줄게.
앗 정자가 없군.
수정란을 착상 시키기 위해 두터워진 외벽.
이것이 흘러내리는 것이 월경이야.
이래서 여자들은 한 달에 한 번 마술에 걸리는 거야.
참, 그리고 생리라는 말보다 '월경'이 정확한 표현이야.
옛날에는 비가 오지 않으면 기우제를 지낼 때, 월경이 묻은 월경대를 나무에 매달고 하늘을 위협했대.
"엄마 빨래 개어놓은 것 갖고 왜이래."
여자들은 대체 왜 저런 걸 하는 걸까?
찰사잖아. 속옷에다 왜 철사를 넣은 거야.
이런 게 왜 안에 들어 있을까?
말랑말랑
이런 게 들어 있어서 엄마 가슴이 더 커보였구나.
귀고리
목걸이
팔찌
그렇담 이건 가슴걸이? 가슴찌?
반지
발찌
쇠붙이가 없는 곳이 없군.
여자들은 정말 복잡해.
하긴 쇠붙이로 전쟁을 하는 것보다 장식을 하는 게 낫기는 하지.
어쩌자고 공부는 안 하고
만날 이런 짓이나 하고 있니?
도대체 뭐가 되려고 그래!
우리 아빠 말씀,
"이번 달 용돈은 모두 모아야 엄마 브래지어 살 수 있을 게다."
중요한 사실,
'비싼 건 건드리지 않는다.'
태원에게
여자들은 젖가슴이 생기면 예쁘게 보이려고 브래지어를 한단다. 할머니들처럼 축 늘어진 가슴도 자신의 뼈와 살을 주어 자식을 키운 인생의 경력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가슴이지. 하지만 요즘은 봉긋한 가슴이 예쁘다고 인식되고 있지.
꼭 브래지어를 해야 하는 건 아니란다. 속옷이 위생을 위해 입는 것이니까 몸을 꽉 끼에 하는 것은 더 안 좋겠지.
가슴이 큰 여자가 아름다운 여자로 보이는 것은 여성을 성적 매력으로만 보려는 문제가 있단다.
작은 가슴을 크게 보이고 싶은 여자들의 속마음을 왜 숨기나 몰라.
참, 내가 수집한 거 구경 좀 할래?
내 한 달 용돈으로 살 수 없는 브래지어가 많다는 사실.
브래지어의 종류는 생리대보다 훨씬 더 많았어.
값 비싼 것.
속옷에 실리콘을 넣는 이유는 뭘까?
니퍼란 것도 있어.
올인원이란 것이야.
붙이는 브래지어래.
이제 더이상 용서 못해.
아이스크림 먹는데.
이것도 안 돼?
엄마 다이어트에 방해 된다면서, 안 보이게 먹으라고 해놓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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