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왕자》, 첸 치앙 홍, 웅진주니어
그렇다면 인간과 동물 가운데 누가 더 나은 어미 노릇을 하고 있는 걸까? 간혹 독수리의 새끼 훈련법이나 다른 동물의 새끼 키우기가 인간의 자녀양육법에 비해 월등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정말 예쁘고 귀한 자식이지만 자연에서 스스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호랑이 왕자》는 첸 치앙 홍이 중국 은나라 말기의 청동상 ‘어미호랑이’라는 작품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작품이라 한다. ‘어미호랑이’는 11세기 작품으로 호랑이 입에 아이가 들어 있는 형상을 한 청동상이다. 호랑이의 입 속에 있는 아이의 표정이 아주 평온하다.
작가는 그 점에 착안하여 호랑이가 기른 왕자의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 호랑이가 왕자를 기른다는 이변을 낳기 위해 작가는 어떤 상상을 했을까. 먼저 자식을 호랑이에게 보내야 했던 왕의 사연이 필요했을 것이다. 왕과 적대관계에 있어야 할 호랑이, 호랑이는 사냥꾼에게 자신의 새끼를 잃어버리고 그 분노로 마을 사람들을 해치고 있었다. 왕이 군대를 풀어 호랑이를 잡으려 하자 마을에서 대나무 점을 치는 할머니가 왕자를 바쳐야 한다는 점괘를 얻었고, 왕은 점괘를 따라야 했다.
사람들에게 새끼를 잃은 호랑이는 사람의 새끼를 얻자 분노를 가라앉히고 모성으로 아기를 돌본다. 또한 숲에서 알아야할 모든 것을 왕자에게 가르친다. 인간이 자연에게 속해 살았을 때는 자연을 두려워하고 자연을 공경했다. 사냥을 하기 전 신성한 의식으로 마음을 정갈히 했고, 사냥한 동물의 뼈를 가지런히 하여 땅에 묻거나 제사를 지내면 그 영혼이 다시 깃든다고 보았다. 또 사냥한 동물의 가죽을 사람이 입으면 그 동물의 영혼이 자신에게 들어온다고 생각했다. 이는 인간이 자연의 이치에 따라 자연과 함께 살아가던 오랜 옛날의 방식이며, 인간과 자연이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했다.
왕자는 자신을 낳아 준 궁궐의 어머니와 숲의 모든 지혜를 알려준 호랑이를 모두 어머니로 모시고 살게 된다. 왕자는 자식을 낳아 호랑이를 찾아가 그 아이를 길러 달라고 한다. 예전의 자신처럼. 작가는 자연의 세계, 인간의 세계를 모두 아는 자라야 능히 왕 노릇을 할 수 있다고 여긴 것은 아닐까.
인간이 자연을 지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오만으로 무조건 개발을 지향하는 정치인들이 보아야 할 책이다. 호랑이의 자식이거나 곰의 자식이거나 모두 동물의 힘을 빌리고자 했던 나약한 인간의 모습이 오히려 더 정답게 느껴진다.
/한양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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