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하아무

프로이트가 극찬한 심리분석 소설

《사랑의 묘약》, 아르투어 슈니츨러, 문예출판사

 

하아무/소설가

“제가 대상에 대한 힘겨운 탐구 끝에 얻어낼 수 있었던 내밀한 통찰들을 귀하는 어디에서 그처럼 쉽게 취할 수 있었는지 저는 종종 놀라서 자문하곤 했습니다. 저는 평소 작가들을 찬미해왔는데, 이젠 그들을 시샘하지 않을 수 없군요.”

프로이트가 슈니츨러에게 편지를 보내 그의 작품을 극찬하며 한 말이다. 그만큼 슈니츨러는 심리분석에 뛰어났다. 가령 단편 <사랑의 묘약>에서는 고백을 요구하고픈 사랑하는 사람의 내면, 사랑을 바라는 사람의 내면이 절절히 배어나온다.

슈니츨러의 작품을 내용적으로 분류해보면 크게 유희와 꿈으로 나뉜다. 유희는 게임이나 승부, 도박, 그리고 사랑의 모습으로 드러나며 꿈은 무의식이나 뭔지 모르지만 존재하는 것, 혹은 잠재능력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물론 그것은 그 자신의 모습이다.

 



의사인 아버지의 뜻에 따라 의사가 되지만 결국 의사의 길을 버리고 작가의 길을 선택한 모습, 작가로서 부와 명성을 얻었지만 카사노바를 능가하는 여성 편력이나 도박과 낭비로 어려움을 겪는 슈니츨러 자신의 자화상 말이다.

그래서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대부분 어딘가로 빠져든다. 그것은 여자일 수도 있고 게임일 수도, 예술일 수도 있다. 그리고 슈니츨러는 주인공들의 꿈을 즐겨 다루는데, 그것은 실현되지 않았지만 있고, 또한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무엇이다. 그것은 무의식이기도, 마음이기도 하다.

한 편, 한 편이 짧지만 깊은 울림을 준다. 특히 단편 <단 한 시간만>은 대단하다. 산 자에게 있어 생존이란 무엇이고 죽음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탐구가 돋보인다. 내일(다음)이 올지 안 올지 모르는 인간에게 한 시간은 생의 전부이다. 그렇지 않겠는가?

이제 곧 죽게 된 아내를 위해 남편이 죽음의 천사에게 제발 단 한 시간의 시간을 달라고 한다. 이제껏 아내를 사랑했음에도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 말을 할 시간을 달라는 것이다. 이 작품은, 실제와 달리 말은 진실만이 아닌 거짓도 포함됨을 잊고 사는 우리를 일깨워준다. 또 단지 살고 있는 ‘지금’밖에 없는 인간 한계에 대한 해석이기도 하다.

슈니츨러에 따르면 우리가 가진 의식은 그저 눈앞에 드러나 보이는 산덩어리 같은 것에 불과하다. 그 이면에 존재하는 힘을 인정치 않거나 이에 대처하지 않을 때 우리 인간 사회의 가장 원초적인 인간관계인 ‘남녀의 사랑’에도 죽음이 닥칠 수 있음을 슈니츨러는 소설을 통해 경고해 주고 있다.

사랑의 묘약 상세보기
아르투어 슈니츨러 지음 | 문예출판사 펴냄
오스트리아 소설가 슈니츨러의 소설집. 표제작 '사랑의 묘약'을 비롯해 총 9편의 주옥같은 단편들을 수록했다. 저자는 사랑과 죽음, 의식과 무의식이 빚어내는, 숨겨져 있는 인간 심층 심리의 진풍경을 생생하게 드러낸다. 또한 고정관념을 뒤엎고 예상치 못한 결말을 이끌어내며, 끊임없는 반전의 묘미를 독특하게 살려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