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하아무

요즘의 올림픽(스포츠)은 범죄다

2008 하계올림픽 개막식을 앞두고 떠오르는 책 한 권!
<1001개의 거짓말> 라픽 샤미/문학동네

538-539페이지

 


"
요즘 스포츠는 범죄나 매한가지입니다. 정말 이해하기 어려울 때가 많거든요. 원래 함께 시합을 하다보면 서로 가까워지는 게 정상입니다. 전에는 스포츠도 그랬다고 합니다. 그런데 요즘 스포츠는 적대감만 양산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축구 시합 때문에 전쟁이 일어날지도 모릅니다.

(중략)

올림픽의 순수한 정신은 어디로 갔습니까? 그것은 날이 갈수록 점점 더 난폭해지고 있습니다. 세상 모든 나라들이 자신들의 강한 힘을 드러내 보이려고 안달입니다. 경기를 통해 세계의 젊은이들과 민족을 더 가깝게 만들려던 쿠베르탱 남작의 생각은 완전히 반대가 되고 말았습니다. 아무리 선량하고 순진한 사람들의 눈에도 경기를 보는 동안에는 사랑이나 우정 같은 건 보이지 않습니다. 경기장이 증오와 적대감의 전쟁터로 변해버린 겁니다.

1896년 첫 올림픽 때는 그리스 같은 작은 나라가 다섯 개의 금메달을 땄지만, 지금은 러시아, 미국, 독일 등이 수레에 싣고 갈 정도로 메달을 쓸어가고, 나머지 백여 개 나라의 대표들은 빈손으로 돌아갑니다. 그런데도 주최 측은 아직까지 뻔뻔스럽게도 세계 각국의 화합을 위한 경기라고 말하고 있죠.

(중략)

그건 이제 스포츠가 아닙니다. 그건 차라리 약자를 상대로 한, 이 세상 강자들의 공개적인 전쟁입니다. 제3세계 국민들은 4년마다 한 번씩 자신들의 무능함과 가난을 뼈저리게 느껴야 합니다. 그건 앞으로 계속되어서는 안 될 너무 잔인한 짓입니다.

올림픽에 채택된 경기 종목도 점점 줄어들었습니다. 처음에는 줄다리기, 낚시하기, 불끄기 같은 재미있는 시합들이 벌어졌지만 지금은 강대국들이 선수를 키울 수 있는 종목들만 채택돼죠."

 


540페이지
"맞아요! 저 말이 맞아요. 나는 삼십 년째 역도 클럽에서 안마사로 일하고 있거든요. 역도 선수들은 특별식을 너무 많이 먹어서 걸어다니는 고깃덩어리가 되어가고 있어요. 쇳덩이를 들어올리는 시합을 끝낸 직후에 심장마비로 죽는 사람들이 많아요. 한 번은 내가 역도연맹 책임자에게 그 얘길 했죠. 그는 그거야 어쩔 수 없는 일 아니냐고 아무렇지 않게 말하더군요."

난 적절한 예를 들어주어서 고맙다고 그에게 인사한 다음 다음 이야기를 이었다.

"달리기 선수나 수영 선수들은 더이상의 시간 단축이 불가능할 정도로 빨라지고 있습니다. 0.01밀리미터가 승패를 결정합니다.
(중략)
이제 스포츠는 군사 기밀이나 다름 없습니다. 스파이에, 이를 막는 첩자까지 생긴 겁니다.유명 팀마다 이중첩자도 포진되어 있구요. 기물과 선수에 대한 테러도 종종 일어나지요.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상대국의 기구들, 선수들을 파괴하려고 하는 겁니다.
(중략)
도핑 테스트는 아예 거론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이제 최소한의 정직함도 보장할 수 없게 된 겁니다. 유명한 운동선수들은 광고탑처럼 선전문구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돌아다니는 것도 틀별할 것이 없지요."

(후략)

PS-쿠베르탱 남작이 지하에서 주먹을 불끈 쥐고 치를 바르르 떨고 있다는 소문이다. 여차하면 베이징으로 달려가 혼줄을 낼 마음도 있는 모양인데...베이징 가면 쿠베르탱 귀신 조심할 것!

1001개의 거짓말 상세보기
라픽 샤미 지음 | 문학동네 펴냄
아라비아의 오랜 이야기 전통을 현대적으로 풍성하게 복원한 라픽 샤미의 장편소설. 『1001개의 거짓말(원제 Der ehrliche L gner 참된 거짓말쟁이)』은 그야말로 풍성한 이야기의 축제다. 헤르만 헤세 상 수상작이기도 한 이 소설은 천일야화를 모티프로, 끊임없는 이야기 사슬을 엮어가는 전문 이야기'꾼'의 '진짜'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