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의 여자》, 아베 코보, 민음사
소설 《모래의 여자》와 유사한 국민 실종 사건이 최근 몇 개월 사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소설과 사건의 유사성을 추적해본다.
1991년 판 <모래여자>
# 장면1=
소설에서 평범한 교사인 사내(니키 준페이)가 자신의 존재를 남기기 위해 새로운 종의 곤충을 찾으려다 여자 혼자 사는 모래 구덩이에 갇히고 만다.-많은 국민들이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고 존재 이유를 알리기 위해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섰다. 그런데 거기에 미처 예상치 못한 덫이 널려 있다.
# 장면2=
사내는 모래를 끊임없이 퍼내지 않으면 마을 전체가 무너지고 마는 구덩이에 갇혀 모래를 퍼내야 했다.-국민들 역시 무너져 내리는 전경들과 반정부, 빨갱이, ‘좌빨’ 등의 딱지를 쉴 새 없이 퍼내야만 했다. 하지만 최루탄과 물대포를 앞세우고 고소영, 강부자, 에스라인, 뉴라이트 등이 모래와 함께 밀려드는 바람에 그곳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갇혀버린 것.
# 장면3=
사내는 현실을 벗어나고 싶은 곳,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싶었던 곳에 감금당한다.-국민들 역시 갑자기 변한 현실이 믿기지 않았고 그런 현실을 벗어나려 몸부림쳤다. 초등학생부터 남녀노소 가릴 것
1964년판 일본 영화 <모래의 여자>
# 장면4=
남편과 딸이 모래 속에 묻혀 있다고 말하는 여자와 사내는 함께 모래를 퍼낸다. 그러면서 사내는 계속 탈출을 시도하고, 반대로 여자는 말없이 모래의 운명에 순응한다.-정부는 지금까지 쌓아온 모든 것을 부정하고 몽땅 허물어 국민들을 파묻으려 한다. 친일인명사전도 졸지에 위법으로 만들고, 건국절 운운하면서 대한민국 정부의 정통성도 정면으로 부정한다.
# 장면5=
마을 사람들은 심지어 사내에게 모든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여자와 섹스 할 것을 요구한다. 바다를 보게 해준다는 아주 간단한 조건이다.-경찰들에게 상품권 따위를 내밀면서 국민을 많이 체포하라고 한다. 체포당하지 않으려면 정부를 비판하지 말라고, 생각을 바꾸라고, 다시 말해 영혼을 바꾸라고 강요한다. 경찰이 지켜보는 가운데 섹스를 하는 것이 쉬울까, 영혼을 바꾸는 것이 더 쉬울까.
최근판 <모래의 여자>
# 장면6=
마침내 탈출의 기회가 찾아온다. 임신한 여자가 병원에 실려가고 경황 중에 사다리가 남아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사내는 탈출을 서두르지 않는다.-모래 구덩이는 국민의 자유를 억압하는 알레고리다. 국민은 굳이 그 모래 구덩이를 탈출하지 않아도 그 알레고리를 정확히 판단하고 무엇을 해야 할지를 안다. 그러므로 굳이 거리를 벗어나려고 하지도 않고, 촛불을 버리려고 하지 않는다.
# 장면7=
사내는 모래 구덩이 속에서 유수장치를 발명하고, 자기 존재에 대한 희망을 발견한다.-국민들은 역사의 수레바퀴에서 희망을 발견하고 더 많은 촛불을 켜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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