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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하

하느님은 과연 누구 편?-<자유의 길>

준비하고 배워가야 할 자유
『자유의 길』, 줄리어스 레스터, 낮은산

 

느닷없이 내가 감금되어 내가 알지 못하는 땅으로 가서 노예처럼 지내게 된다면 어떨까?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내가 그리 될 리 만무하고 현실성 없는 공상이라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의 역사는 알 수 없는 느닷없는 사건들의 연속이었다.
아프리카 초원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던 흑인들이 어느날 갑자기 무참히 끌려가 노예생활을 해야 했던 것처럼.
모든 인간이 똑같은 양의 권력을 가지지 않는 한 인간이 다른 인간 위에 군림하는 역사는 지금도 씌어지고 있으며 앞으로도 씌어질 것이다.

쇠사슬에 묶인 채...
『자유의 길』은 흑인들의 인권과 자유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대학 4학년들에게 이 책을 보여준 적이 있는데, 그림책에 집중하는 눈빛을 보면서 새삼 좋은 책이란 남녀노소 누구나 감동시킬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첫 장면부터 끔찍하다.
병들고 죽는 흑인들이 바다에 버려지는 장면부터 등장한다.
1518년부터 1865년까지 수많은 노예선들이 아프리카 사람을 북아메리카로 실어 나르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바다에 던져졌을까?
그들은 짐짝보다 못하게 쇠사슬에 묶인 채 배에 차곡차곡 쌓여 실려 가야 했다. 

관대한 하느님은 없었다
그들은 값이 매겨져 주인을 만나게 되고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노예로 살아가게 된다.
자식이 보는 앞에서 발가벗긴 채 경매에 넘겨졌고, 백인들은 누이의 젖가슴을 보고 많은 애들에게 젖을 먹일 수 있겠다고 낄낄댄다.
백인 주인이 돈이 궁하면 노예의 자식들을 내다 팔았으며, 그들에게 관대한 하느님은 존재하지 않았다.
선교사들조차 노예들은 백인을 위해 희생봉사하고 헌신해야 한다고 가르쳤을 뿐이다.
그들의 주님 또한 흑백의 벽을 넘지 못했던 것이다.

노예들도 남북전쟁에 참가해 피를 흘렸다.
그러나 역사는 백인들의 전쟁에서 북부군의 승리가 노예해방을 가져다 주었다고 말한다.
어찌되었건 노예들은 해방이 되었고 자유를 얻었다.

돈 없고 갈 곳 없는데 자유라니...
그러나 돈 없고 갈 곳 없는 노예들에게 자유와 해방은 그들을 더욱 당황하게 만들었다.
나에게 당장 나를 둘러싸고 있는 가족, 학교, 인간관계에서 풀려나 느닷없이 “자유다”라고 한다면, 그것은 내 존재감을 ‘O’으로 만드는 일이다.
내가 설정한 나의 모드가 초기화되는 일이다.

우리는 자유롭다고 말한다.
만인이 평등하다고. 노예제도도 없어졌고 노비문서도 사라지고 없다.
그런데 우리는 사실상 자유롭지 못하다.
돈에 자유롭지 못하고, 권력을 가진 자에게 자유롭지 못하다.
탐욕스런 자들이 우리의 자존심까지 집어삼키더라도 항변조차 못하고 웅크리고 살아갈 때가 많다.

자유는 책임지고 잘 지켜나가야...
『자유의 길』은 우리에게 '조금 더 자유로워지고 싶은가? 그렇다면 자유를 얻기 위해 준비하라'고 말하고 있다.
“어느 누구도 다른 사람을 자유롭게 해 줄 수는 없어. 누군가 잠긴 문을 조금 열어 줄 수는 있지만 그 문을 나서는 건 스스로 해야 해. 스스로 그 문을 나서야만 해. 스스로 자유를 찾아야만 해.”

이 책의 마지막은 이렇게 규정하고 있다.
"자유, 자신과 자신이 살아온 시간에 책임을 지는 일.
자유, 자신을 인정하는 일.
자유, 자신이 스스로 주인이 되는 일.
자유, 어떻게 지켜가야 할지 지금도 배워야 하는 일."

2MB 시대 자유는? 민주는?
우리는 과연 오랫동안 피흘려 얻은 자유와 민주주의에 책임을 다하고 있는가, 어떻게 지켜가고 가꾸어야 할지 제대로 고민하고 노력하고 있는가?
2MB 시대를 살면서, '자유와 민주'를 외치며 스러져간 수많은 이들이 생각나고 자꾸만 고개가 숙여지는 것은 왜일까?

자유의 길 상세보기
줄리어스 레스터 지음 | 낮은산 펴냄
담담해 보이는 글과 사실적인 그림은 미처 생각해 보지 않았던 자유와 인권 을 곰곰이 생각하게 한다. 자유를 위해 투쟁한 그들의 모습은 인간본성의 모습을 전달한다. 오히려 그들을 물건 취급한 백인의 행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