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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하

유령들의 유쾌하고 맛있는 놀이

먹으면서 놀고, 놀면서 먹고
『꼬마 유령들의 저녁식사』, 쟈끄 뒤케누아, 사계절

요즘 영화에 나오는 괴물들은 끔찍하고 잔인하다.
마치 누가누가 더 괴기스럽고 흉물스러운가 경쟁이라도 하듯이 자극적인 외모와 끔찍한 폭력을 휘두르고 생각지 못한 반전으로 더욱 확실하게 죽여준다.
이런 영화를 보고 나면 온 몸에 힘이 쑥 빠지고 마치 오물을 뒤집어쓴 것 같다.
괴기스러운 것들이 현실의 바른 생활을 조롱하고, 뒤집어 보게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괴기스러운 것들에 현실이 점령당해버리기 때문이다.

『꼬마 유령들의 저녁식사』는 유쾌하고 발랄한 유령들의 식사를 소재로 한 작품이다.
꼬마 유령이라는 점에서 무섭기보다는 유령으로 살면 재미있을 것 같기도 하다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사실 이 유령은 아이들의 본성을 그대로 담고 있다. 아이들에게 식사는 놀이다.
어른처럼 먹고 살기 위해 혹은 먹는 것 자체를 위해서 식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은 놀면서 먹고, 먹으면서 논다.
유령 앙리는 친구들을 초대해서 맛있는 음식을 대접한다. 앙리는 친구들에게 주스를 따라 준다.
가지각색의 주스를 먹은 앙리의 친구들은 가지각색의 몸으로 변한다.
첫 번째 변화를 보면서 아이들은 이 유령들이 음식을 먹으면 음식물과 같은 색깔로 몸이 변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 다음 앙리는 버섯 수프를 내 놓는다.
독자들은 친구들의 몸이 버섯 수프의 색처럼 변하리라는 것을 이젠 짐작할 수 있다.
다음 음식은 샐러드다.
샐러드를 먹은 유령들은 뜯겨진 레이스 모양의 샐러드로 변하고 만다.
치즈를 먹은 유령들은 구멍이 숭숭 뚫린 치즈 모양으로 변한다.
먹은 대로 반응하는 유령들의 몸은 바로 놀잇감이 된다. 

놀잇감이 된 유령의 몸은 드디어 극점에 이르러 사라진다.
앙리가 친구들에게 일류 요리사의 깜짝 음식이라는 것을 권했기 때문이다.
그러자 친구들의 몸이 점점 사라지면서 투명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앙리의 친구들이 먹은 음식은 무엇일까?
먹어서 사라지게 한다, 먹어서 없어진다? 그건 바로 아이스크림이었다.
앙리의 친구들은 아이스크림을 먹자 서서히 녹아 없어지듯 사라지게 된 것이다.
투명유령이 된 친구들은 식사를 다 마치고 앙리를 도와 설거지 한다.
저절로 달가닥거리는 그릇들, 둥둥 떠 있는 컵들, 공중에서 접시를 닦으며 나풀거리는 행주, 모두 놀이다.

 투명유령이 된 앙리의 친구들은 다시 어떻게 몸을 찾게 될까?
물론 답은 음식에 있다.
음식은 우리 몸을 변화시키고, 삶을 풍요롭게 한다.
그런 음식을 같이 나눠먹을 수 있는 꼬마유령들의 저녁식사는 행복하다.
이렇게 유쾌한 유령들이 우리를 즐겁게 해주었으면 좋겠다.

/한양하/

꼬마 유령들의 저녁식사(친구와 함께 보는... 상세보기
쟈끄 뒤케누아 지음 | 사계절 펴냄
꼬마 유령들의 저녁 식사를 상상해 보세요. 벽을 뚫고 다니며 주스, 샐러드, 커피, 우유 등 여러 음식을...도 하고, 먹은 음식 모양으로 온몸이변하기도 합니다. 꼬마 유령들의 저녁 식사를 한 번 구경해 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