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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하

'국제중, 특목고' 향해 달려가는 아이들? 아니, 학부모

네가 좋아하는 일이 뭐니?
『침팬지를 사랑한 동물학자 제인 구달』

 

서경석 글, 김형배 그림, 사회평론

‘국제중 거쳐 특목고로’. 특목고 바람이 분다.
과학고등학교, 국제고등학교, 외국어고등학교 쯤 가지 못하면 엘리트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없는 분위기다.
잘나가는 학원들마다 특목고를 가기 위해 준비하는 반이 따로 운영된다.
이 특목고 바람은 초등학교 학생들까지도 쥐고 흔든다.
초등학교 3학년이 벌써 특목고 준비를 한다고 이리저리 특목고 반을 쫓아다니고 있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넌 뭘 좋아하니? 어떤 일을 하는 게 좋아? 네 꿈이 뭐니?”라는 말을 잃어버리고 ‘특목고’를 품고 살게 한 것이다.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
『침팬지를 사랑한 동물학자 제인 구달』은 가장 중요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자주 던졌던 제인의 삶을 만화로 그린 책이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뭘까?’, ‘그 일을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 ‘아프리카는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제인 구달은 그 질문에 스스로 답하면서 동물학자로 살아갈 수 있었으며 자기 일에 대한 소명감을 가질 수 있었다.

제인은 친구들이나 동생과 함께 동물 관찰 모임을 만들어 회보도 내고 시골 할아버지댁 온실을 이용해서 그동안 수집한 물건을 전시하기도 한다.
제인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어린 시절에 벌써 맛본 것이다.
이것은 제인이 전쟁이라는 어려운 시절을 겪으면서도, 대학에 갈 수 없는 가정형편 속에서도 자신의 꿈을 잃지 않고 자기 삶을 밀어나갈 수 있었던 힘의 근원이라고 볼 수 있다.

아프리카에서의 삶을 선택하다

 


제인은 우연히 인류학자이며 고생물학자인 루이스 리키 박사와 만나 박사의 연구를 돕는 비서로 일하게 된다.
루이스 박사는 침팬지와 유인원의 관계를 밝히는 연구를 하고 있었고, 제인은 기꺼이 그 일을 위해 아프리카에서의 삶을 선택한다.

제인은 침팬지가 자신을 편안하게 여기도록 숲 속으로 들어가 잠도 자고 그들을 지켜본다.
그들이 무엇을 먹는지, 어떤 도구를 이용하는지, 무리를 어떻게 이루어 가는지 알게 되었다.
루이스 박사는 고등학교밖에 나오지 않았던 제인을 연구자로 받아들였으며, 제인이 대학에서 속성으로 박사학위를 얻을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공부란 자기가 하고 싶을 때면 어떤 방법으로라도 하게 되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청소년 시기에 누가 공부를 하고 싶어하겠는가만 그래도 공부가 취미고 특기인 아이들이 있다.
그런 아이들은 시키지 않아도 자기 만족감과 지적 호기심을 주체할 수 없어 공부에 빠져든다.
그러나 피아노를 잘 치는 아이도, 그림을 잘 그리는 아이도, 무술을 잘 하는 아이도 영어와 수학은 기본처럼 잘 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회에서 자기가 하고 싶은 공부란 별 의미가 없다.
동물에 관심을 가진 아이가 좀 더 일찍 생물학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특목고 바람이 계속 되는 한 우리는 제인 구달과 같은 인물을 책에서나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양하/

제인구달(침팬지를 사랑한 동물학자)(만나보고싶어요) 상세보기
서경석 지음 | 사회평론 펴냄
아프리카 침팬지와 평생을 함께한 선구적 동물학자. 제인 구달. 모든 살아 있는 것들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우는 그녀의 영혼의 메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