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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하

악으로, 깡으로 살아온 사람들. 그 역사...

우리 어머니들이 이렇게 살아온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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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티재 하늘 1·2> 권정생 지음 l 지식산업사
 
얼마 전 대전역에서 KTX를 타고 경기도 광명시에 다녀올 일이 있었다. 광명역은 스틸감이 주는 세련미와 거대한 규모의 구조물로 보는 사람을 한없이 초라하고 작아보이게 만들었다.

차를 타고 어느 쪽으로 가야 한다는 생각도 놓고 건물 감상에 넋을 빼다가 길을 잃고 말았다. 눈치 빠른 안내원의 도움이 있었기에 망정이지 한참을 헤맬 뻔했다.

동행하던 사람과 세월이 너무 빨리 변하고 있다며 길 잃은 우리를 위로하며 우리가 100년을 산다면 얼마다 더 난감한 일을 겪을지 끔찍해 했다.

지금으로부터 100년의 범주 안에서 우리를 돌아본다면 얼마나 달라졌는지 생각만 해도 숨이 차다. 지금 100살에 이른 어르신들 가운데 온전한 기억을 가진 분이 있다면 살아온 세월을 뭐라 정의하실지 궁금하다.
 
톨스토이는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물음에 "사랑"이라는 답을 했다. 권정생은 <한티재 하늘>에서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물음에 "악으로 산다"는 답을 하고 있다. 이것은 우리나라 역사와 우리나라 사람들의 삶이 그러했기에 충분히 달라질 수 있는 답이란 생각이 든다.

1년 전 돌아가신 권정생 선생님의 유언을 신문 기사에서 보았다. 당신이 살던 집은 모두 자연으로 돌려보내고 책을 통해 들어오는 인세는 북한 어린이를 돕는데 쓰라고 한 당부에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그리고 권정생의 동화 <한티재 하늘>이 오버랩 되었다.

선생님은 그 책에 나오는 한 사람의 등장인물이 되어 하늘나라로 가셨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흔히 권정생의 대표작 하면 <강아지 똥>이나 <몽실 언니>를 꼽지만, 사실상 단연 으뜸은 <한티재 하늘>이다. <몽실언니>에서 출발한 역사와 인간의 삶은 <점득이네>를 거치면서 <한티재 하늘>에 이르러 절정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티재 하늘>은 한 인물을 중심으로 한 서사가 아니라 같은 하늘 아래 살았던 모든 백성들의 이야기다. 딱히 누구를 주인공으로 하지 않는 이 서사방식에서 작가의 민중관을 볼 수 있다. '한티재 하늘' 아래 살아가던 사람들은 자신의 상처만으로 남을 보듬을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분들네, 조석 부부, 남편 길수를 잃은 복남이와 아들 서억, 서억의 아내 영분이, 정원이와 그 아이들 이석이, 이순이, 이금이, 수동댁, 이석이 아내 달옥이, 귀돌이와 분옥이 자매 등. 이 책을 읽는 내내 이들이 살아온 삶 때문에 책을 닫아 놓고 펑펑 울고서 다시 책을 펴 들게 된다.

권정생은 서문에서 "어머니는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등을 돌린 채 혼잣말처럼 조용조용…… 서럽고 고달팠던 우리네 백성들의 이야기를 아름다운 사투리로 들려 주셨습니다"라고 이야기를 쓰게 된 사연을 말한다.

악으로 살아온 우리 어머니들의 이야기에 진저리가 쳐지면서도 가슴으로 어머니들의 삶을 받아들이게 되는 삶의 증언을 담은 책이다.

/한양하

한티재 하늘 1 상세보기
권정생 지음 | 지식산업사 펴냄
가난하고 힘들었지만 소박하고 정많았던 옛날, 어머니가 들려주신 추억속의 이야기를 되살려 쓴 장편소설. 저마다 가슴아픈 사연을 간직한 채 삶을 살아야 했던 당시 사람들의 평범하지만 서글픈 삶이 읽는 이의 마 음을 깨끗하게 정화시켜주는 작품이다.(전2권)
한티재 하늘 2 상세보기
권정생 지음 | 지식산업사 펴냄
가난하고 힘들었지만 소박하고 정많았던 옛날, 어머니가 들려주신 추억속의 이야기를 되살려 쓴 장편소설. 저마다 가슴아픈 사연을 간직한 채 삶을 살아야 했던 당시 사람들의 평범하지만 서글픈 삶이 읽는 이의 마음을 깨끗하게 정화시켜주는 작품이다.(전2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