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주면 약이 되고 살이 되는 아이들의 말 『침 튀기지 마세요』, 박문희 엮음, 고슴도치
아이들의 언어는 어른과 분명히 다르다. 아이들은 아이들 언어의 특징이 있고 어른들은 어른들 언어의 특징이 있다. 그런데도 그 특성을 인정하기보다 지금까지는 아이들의 언어는 어른들 언어에 비해 부족하니 더 배워야하고 바로잡아야 할 언어로만 생각해 왔다.
그러나 아이들 언어에도 생각해 볼 거리가 많다. 큰애가 네다섯 살 때쯤 사과를 요구르트와 함께 갈아서 주었더니 “사과 국물은 싫어.”하고 말했다. 사과 국물? 처음엔 웃고 말았지만 생각해보니 즙이니, 엑기스니 하는 말보다 국물이 오히려 친근감 느껴졌다.
이처럼 평소 우리는 아이들의 말이 소중하다고 느낄 때가 많지만 대개는 그 말들을 놓치며 지내왔다. 아니 놓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아이의 말에 어른의 말을 끼워 넣으면서, 어려운 한자어로 바꾸도록 하거나 서양말로 좀 더 젠체하도록 시키면서 아이들의 말을 버려놓기도 한다.
아이들의 입말을 소중히 여기고 수집해 엮은 『침 튀기지 마세요』라는 책이 있다. 이 책은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자, 들어주자”고 강조하던 박문희 선생님이 아이들의 입말을 소중하게 여긴 이오덕 선생님의 뜻을 받아 자신이 운영하던 유치원에서 학부모와 선생님들이 아이들의 말을 받아 적게 하여 모은 ‘마주이야기 시’다.
목하고 엉덩이 하고는
무슨 상관이 있는 거야?
목이 아프면,
목에다 주사를 맞아야 되는 것 아니야
목하고 엉덩이하고 상관이 없으면
목이 아픈데,
왜 엉덩이에다 주사를 맞는 것이야?”
(한벼리)
엄마, 엄마 없을 때
혹시 죽을까 봐
문 열어 놨어
내가 죽으면
문 못 열어 주잖아”
(강경문)
아이들도 논리적으로 사고한다. 물론 아이들의 사고는 정확하지는 않지만 순환을 생각하고 있다. 위의 한벼리는 평소 연관성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이렇게 아이들도 나름대로 논리적 사고를 하려고 한다.
또한 강경문의 말을 보면 아이들이 생각하는 죽음을 엿볼 수 있다. 경문이에게 죽음 자체보다는 그로 인해 엄마가 들어오도록 문을 열어주지 못하는 게 더 두려운 것이다. 그리고 아이들도 죽음을 진지하게 생각한다는 것도 알 수 있다. ‘쪼꼬만 아이는 몰라도 되는’ 것이 아닌 것이다.
오늘 우리 아이가 한 말에 귀 기울여 하나하나 기록을 해 두면 아이의 말이 어떻게 성장하는 지 알 수 있다. 아이가 어떤 문제로 고민하고 있는지도 알 수 있다. 그렇게 아이의 말을 들어줌으로써 아이들은 부모와 소통하며 살게 되는 것이다.
한양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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