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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무

“국민이 나라를 엎어버리기도 하나니”

《남명집》, 조식, 이론과 실천

 

결국 대다수 국민들의 저항을 무시하고 미국 소고기 수입 고시 관보 게재를 강행했다. 이토록 많은 국민이 한 목소리로 의사를 표현한 적이 드물었건만, 정부의 태도를 보노라면 허탈을 넘어 절망감을 들게 한다.

“백성은 임금을 받들기도 하지만/나라를 엎어버리기도 한다.”

남명 조식이 <민암부(民巖賦)>에서 한 말이다. 공자의 《서경(書經)》이나 《순자(荀子)》에도 비슷한 내용이 나온다. 예로부터 수많은 성현의 공통된 생각이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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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은 10여 차례 벼슬을 내렸지만 남명은 그때마다 거절했다.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닌데다가 임금도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이해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눈으로 볼 수 없는 것은 마음이니/위기가 내부에 있어 만만하게 보기 쉽네.”

16세기 조선의 임금과 이명박 정부의 모습은 여러모로 겹쳐 보인다. 남명을 애타게 불러내려고 하면서도 남명의 요구는 번번이 무시되거나 묵살당했다.

국민의 마음을 제대로 보지 못한 것을 인정에 대통령이 두 번이나 고개를 숙이고 ‘소통’하겠다고 했지만 이명박 정부는 끝내 민심과 맞서 소고기 고시를 강행했다. 국민의 마음을 볼 수 있도록 수없이 많은 촛불을 켰지만 정부는 외면했다.

“재앙은 소홀히 하는 곳에 있는 법,/위험은 험한 산골짜기에만 있는 건 아니라네.”

추가협상 내용을 전하면서 했던 “국민들이 충분히 이해하기 전에는 고시를 서두르지 않겠다”던 약속도 스스로 저버렸다. 이제는 아예 대다수 국민들의 비판에는 귀를 닫기로 작정을 단단히 한 듯하다. 앵무새처럼 추가협상으로 상황이 크게 호전되었다고 떠벌릴 뿐이다. 그리고 무슨 수순인 것처럼 촛불시위가 변질되었다느니, 정권타도의 음모설까지 유포하며 강경진압에 나서고 있다.

“보잘것없는 아낙네가 하늘에 호소해도/부르짖으면 호응을 한다네.”

국민이 여전히 불안해하는데도 미국 쇠고기를 들여오겠다는 것은 독재적인 발상이자 국민에 대한 정면 도전이다. 우리 국민의 의사를 먼저 받아들이기보다 미국의 비위를 맞추거나 끌려다닌 흔적이 역력하다. 자국 내에서조차 갖가지 문제가 제기되고 안전을 보장하지 못하는 소고기의 수입은 언제 어디에서 일어날지 모르는 ‘재앙’이다.

이쯤 되면 소귀에 경 읽기도 유만부동이다. 이제는 정부에 무언가를 요구하는 것보다 하늘의 섭리에 맡겨야 되는 것인가.

“형벌을 함부로 쓰는 일은/백성의 분노를 돌이킬 수 없게 함이다.”

보수단체의 맞불 집회가 도를 넘어서고, 보수언론이 촛불 때리기에 나서는 한편, 정부도 연일 강경진압에 나서고 있다. 촛불 집회 역공세가 심해지고 있다.

하지만 조식은 그럴수록 백성의 소리에 귀를 더 기울이라고 했다. 탄압이 심해지면 백성의 분노는 돌이킬 수 없게 되고, 마침내 성난 파도가 되어 나라를 뒤엎는 힘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백성을 가혹하게 다루다 쫓겨난 여러 임금의 예도 들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성현의 말을 귀담아 듣고 상황이 더 나빠지기 전에 하루속히 국민 곁으로 돌아와야 한다.

/하아무(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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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조식의 시(詩), 부(賦), 명(銘), 편지, 기문, 발문, 비문, 상소, 논(論), 잡저 등 여러 형식의 글들을 적절히 안배하여 발췌하였습니다. 퇴계 이황과 함께 조선 중기 경상도 사림을 대표했던 남명 조식의 문집. 성호 이익이 "우리나라 기개와 절조의 최고봉(東方氣節之最)"이라는 찬사를 보낸 선비 정신의 대표적 인물 조식, 그의 기개가 살아 있는 문장들이 시(詩), 부(賦), 명(銘), 편지, 기문, 발문, 비문, 상소, 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