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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 뺨치는 우리 옛이야기

봉이 김선달의 야하디 야한 장난질

봉이 김선달 하면 우리는 흔히 대동강물을 팔아먹은 이야기를 시작으로 여러 가지 남을 속이고 웃기기도 한 유쾌하고 상쾌하고 통쾌한 사나이로만 아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구비문학대계>나 유명한 임석재 본 <한국구전설화> 등을 읽다보면 야하디 야한 장난질도 많이 치고, 남을 속이기도 하는 등 한마디로 요즘 개그맨들 뺨칠 정도로 재치가 넘치는 이야기가 많다는 걸 발견할 수 있다.

오늘은 그 중에서 야한 이야기 한 토막.

서답하는 처녀의 ** 보여주기

하루는 봉이 김선달이 친구 몇 사람이랑 한양 구경을 하기 위해 길을 가고 있었다. 며칠을 걸은 터라 힘도 들고 피곤해져 있었다. 그런데 가다가 처녀애 하나가 개천에서 서답하고 있는 걸 보게 됐다.

'서답'은 경남과 충청도 일부에서 '개짐' 즉 옛날식 생리대를 일컫는 말로 쓰이기도 했지만, 경상도와 제주, 충북과 평안도 일부에서는 '빨래'의 의미로 쓰이기도 했다.
여기에서는 "처녀애가 혼자 냇가에서 빨래를 하고 있는 걸 보았다"고 풀어야 한다.

실없는 친구 하나가 힘이 들던 차에 뭐 재미있는 일이 없을까 하고 생각하다가 무릎을 탁 쳤다. 그리고는 은근히 김선달을 보며 옆구리를 쿡 찔렀다.
"어허, 이 친구. 왜 그려? 왜 남의 옆구리를 쿡쿡 찌르는감?"
김선달도 피곤하던 차에 신경질을 내며 불퉁 내쏘았다.

그러자 그 친구는 실실 웃음을 흘리며 김선달을 떠보았다.
"여보게 김선달, 자네 나하고 내기 한 번 하지 않겠나? 힘든 길에 시원한 막걸리 내기 말일세."
마침 목이 마르던 차에 김선달은 반색을 했다.
"거 좋지. 그래, 무슨 내기 말인가?"

김선달의 반응에 그 친구는 속으로 '옳다구나' 쾌재를 불렀다.
"무슨 내기인고 하니, 자네는 재간이 좋으니까 저 처녀 **를 우리한테 보여주는 것일세. 처녀의 거기를 보게 해주면 내 요다음 주막에 가자마자 거하게 한턱 내겠네. 대신 못보여주면 자네가 한턱 내야 하네."

김선달은 이 말을 듣고 눈살을 찌푸렸다.
"에잇! 이사람, 장난도 칠 장난이 있지, 어떻게 처녀애를 가지고 그런 장난을 치겠나."
그러자 그 친구는 혀를 차며 아까워했다.
"아, 내가 지금 먼 길에 노자를 하려고 가지고 온 돈이 많아 이쯤에서 써버리고 좀 가볍게 길을 가려고 했더니, 쯧쯧쯧... 다 들렸구먼. 그래, 자네는 지금 목이 마르지도 않은가?"

목이 말라도 가난한 김선달로서는 참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친구가 한턱 내겠다고 하는데 김선달로서는 구미가 당기지 않을 수 없었다.
"정말 거하게 한턱 낼텐가?"
"그럼, 내가 뭐 빈말하는 것 보았는가?"
사실 그 친구는 김선달을 놀려주고 싶어서 그런 제안을 했던 것이었다. 아무리 천하의 날고 긴다는 김선달이지만 처녀의 **를 어떻게 자기들에게 보여줄 수 있게 할 수 있겠는가.

"야, 이년아, 얼른 관가로 가자!"

친구의 그런 속셈을 아는지 모르는지 김선달은 입맛을 쩝쩝 다셨다.
"그럼 말이 났으니까 한번 해볼까?"
허더니 김선달은 순식간에 서답하는 처녀 앞으로 달려갔다.
"야아! 이년아! 이 죽일 년아!"
김선달은 눈을 부릅뜨고 곧 잡아죽일 듯이 처녀애 앞에 섰다. 그러면서 한다는 말이,
"가자!"
는 것이었다.

처녀애는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무슨 일이옵니까? 가기는 어디로 가요?"
했다. 김선달은 처녀애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처녀애의 손목을 잡고는
"가기는 어딜 가, 관가로 가지!"
하며 끌었다.

처녀애는 본능적으로 손목을 빼려고 하며 버팅겼다.
"제가 무슨 죄가 있다고 관가로 가자고 하세요?"
그러자 김선달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처녀애를 내려다 보았다.
"무슨 죄? 니 죄를 네가 몰라? 허허, 이것 참. 관가에서 네가 죄 없다는 말에 속겠네, 허허. 잔말 말고 얼른 가자!"
하고 다그쳤다.
뒤따라온 친구들은 김선달이 하는 양을 재미있다는 듯 바라보며 웃기만 했다.

그러니까 처녀가 급기야 울음을 터트렸다.
"정말 아무 죄가 없는데 왜 이러시는 거예요"
그럴수록 김선달은 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허허, 이것참. 그럼 진짜 내가 말해야 알겠느냐? 네 죄를 나라에서도 다 알고 있는데..."
처녀는 울면서도 무슨 이야기가 나올지 몰라 멀뚱히 김선달만 바라보았다.
김선달은 답답하다는 듯 가슴을 쿵쿵 쳤다.

"네 죄는 그게 둘이나 달려 있는..."

"허허, 정녕 네 죄를 모른단 말이렸다. 내 입으로 말하지 않으려고 했다만 네가 정녕 그렇게 나온다면 말하지 않을 수가 없구나."
김선달의 말에 처녀애는 귀를 쫑긋 세웠다. 그건 친구들도 마찬가지였는데, 대체 김선달이 무슨 말로 둘러댈 것인지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네 죄는 바로... 네 보지가 둘이 돼서 그게 죄가 된단 말이다."

처녀는 듣고도 도무지 그게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처녀애가 그렇게 어처구니가 없어서 말도 못하고 멍하니 있으니까 김선달은 다시 처녀의 손을 잡아 끌었다.
"이젠 알겠지? 네 죄를 알았으면 이제 그만 가자!"
하면서 자꾸만 잡아 끌었다.
친구들은 모두 김선달의 억지에 속으로 웃음을 터트리면서도 겉으로는 모른 척했다. 오히려 같이 처녀애를 붙잡으로 온 사람들처럼 "가자"고 했다.

여러 사람이 덤벼들자 처녀애는 더 완강히 버티며 울부짖었다.
"아니어요, 아니어요. 세상에 그런 사람이 어딨다고 이 난리십니까요, 예?"
처녀는 둘이 아니라고 울면서 필사적으로 버팅겼다.
그러자 김선달은 정색을 하고 말했다.
"좋다. 그럼, 네 말이 옳은지 아닌지 한 번 보자. 이 자리에서 그 사실을 밝힐 수 있다면 우리는 두 말 않고 물러나겠다. 하지만 네가 여기서 그걸 밝힐 수가 없다면 우리는 기어코 나라의 영을 받들어 너를 잡아가야만 할 것이니라."
"하지만..."
처녀애는 머뭇거릴 수밖에 없었다. 처녀애가 외간 남자들에게 다리를 벌리고 그것을 보일 수는 없었던 것이다.

그러자 김선달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다시 잡아 끌려 했다.
"그것 보아라. 내 말이 맞으니까 네가 우리에게 그것을 보일 수 없는 것 아니겠느냐. 잔말 말고 얼른 따라오거라."
그러자 처녀는 할수없다는 듯 말했다.
"아니 아니, 알았사옵니다. 그럼..."
여기서 버티어 봐야 관가에 잡혀가면 어떻게든 그것을 증명해 보여야 할 터이니, 여기서 보여주나 나중에 보여주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한 것이었다.

"보시어요. 둘이 아니라 하나지요?"

처녀는 할 수 없다는 듯 옷을 벗고 다리를 들어 보였다.
"보시어요, 둘이 아니라 하나가 맞지요?"
김선달은 처녀애의 **를 한참 들여다 보고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상하다. 분명히 둘이라고 했는데... 그런데 혹시 뒤에 하나가 더 붙어 있을지 모르니 뒤돌아 보아라."
처녀는 뒤돌아서서 엎드리더니 김선달이 보기 좋게 다리를 벌렸다.
"잘 안 보인다. 좀더 벌려보아라."
이제는 친구들도 나서서 한마디씩 거들었다.

그러자 김선달이 친구들을 보고 말했다.
"어떤가? 분명 이 마을이라고 했는데, 이 아이는 아닌 것 같지?"
친구들도 서로 눈치를 보며 한마디씩 했다.
"음, 이 아이 말대로 정말 하나뿐이군. 이 아이는 아닌 것 같아."
"그렇다면 신고한 자가 이 마을과 옆 마을을 헷갈린 것인가?"
"그럴 수도 있겠지. 우리 다음 마을로 한번 가보세."
"그러지, 어흠, 그렇다면 넌 가도 좋다."

거도 좋다는 말에 처녀애는 뒤돌아보지도 않고  멀리 달아났다.
그러고나자 김선달은 친구들을 보고 빙긋이 웃으며,
"어때, 잘 봤지? 그럼 약속한 대로 한 턱 단단히 내라고. 오늘 자네 턱 몽땅 빠질 줄 알게."
그 친구도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허허, 알았네, 알았어. 이런 귀한 구경을 어디 가서 하겠나. 내 오늘은 정말 한턱 거하게 내지. 자 가세나."

PS-옛이야기는 옛이야기일 뿐, 오해하지 말자. 이런 거 따라하면 '은팔찌' 찬다. 은팔찌 액세서리로 착용하고 싶은 사람 빼고는 답습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