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패는 한눈을 파는 것에서 갈린다
국어사전을 보면, ‘목표(目標)'라는 낱말을 다음과 같이 풀이하고 있다.
‘(행동을 통하여)이루거나 도달하려고 함, 또는 그 대상.' 또 그 아래에는 ‘공격 목표./인생
무릇 이루거나 도달하려고 작심한 것이 있으면 그것으로부터 눈을 떼어서는 안 된다. 놓치기 쉽다.
그것이 공격 목표든, 인생 목표이든, 사업이나 공부와 관련한 목표든 성패가 바로 한눈을 파는 것에서 갈리는 사례는 많고도 많다.
한눈, 정작 보아야 할 데를 보지 않고 엉뚱한 데를 보는 것에 관해 경고하는 옛이야기 한 토막.
정작 보아야 할 데를 보지 않으면......
옛날, 목포 유달산에 용기 있고 늠름한 청년이 무예를 닦고 있었다.
열심히 몸과 마음을 닦아 인근에서는 그를 따를 자가 없었다.
높은 바위를 재빨리 기어오를 수 있었고, 바위와 바위 사이를 뛰어서 건너 다니기도 했다.
활도 잘 쏘아 날아가는 새를 떨어뜨렸고, 단칼에 호랑이의 숨통을 끊을 수도 있었다.
“장군감이야. 아무렴, 대장군감이지.”
고을에서는 무예가 높은 이 청년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고, 언젠가는 나라를 위해 큰 일을 할 것이라고 믿었다.
게다가 여자라면 처녀든 아낙네나 허리가 굽은 노친네든 마음이 설렐 정도로 미남인데다가, 이웃에게 친절하기까지 하니 칭송이 자자하였다.
딸 가진 사람들은 오래 전부터 청년의 집에 혼담을 넣어보았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스스로 무예의 최고 경지에 이르기 전까지는 혼인할 수 없답니다.”
이제는 혼례를 올려주기를 바랐던 청년의 부모도 어쩔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청년은 새벽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수련하느라 산에서 내려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때 유달산 아랫마을에는 자태가 고운 세 자매가 살고 있었다.
아버지가 벼슬에는 뜻이 없고 학문하는 재미에만 푹 빠져 있다보니 가세가 점점 기울어 그곳까지 밀려왔던 것이었다.
가난하기는 하였지만 아버지를 믿고 따르며 공경해 각자 옷을 짓고 삯바느질을 하여 굶지는 않았다.
그런데 청년이 수련을 위해 산을 오르내리노라면 반드시 세 자매의 집을 지나치게 되었다.
비록 넉넉하지 못한 집에 치마저고리는 여기저기 기워 입었지만 맏이는 정숙하고 진중한 기품이 흘렀고, 둘째는 뽀얀 살결에 경국지색을 겨룰만한 아름다움이 돋보였으며, 막내는 곁에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좋은 생기발랄함을 지녔다.
청년의 시선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녀들을 바라고 있었고, 세 자매도 청년의 소문을 들어 호감을 가지게 되었다.
청년은 산을 오르내리다가 소녀들을 만나면 빙그레 웃어주었다.
그러다가 나중에는 혼자 땀흘려 수련하거나 부지런히 공부를 하다가도 처녀들이 생각나 미소짓기도 하였다.
급기야는 멍하게 앉아 있는 일이 잦아지게 되고 말았다.
처녀들도 다같이 청년을 그리워하게 되었다.
처녀들 생각하다 무과시험에 낙방하고......
청년은
“저 처자들은 너무 예쁘구나. 이렇게 자꾸만 보고 싶어지니…….”
혼잣말을 하고 처녀들의 꿈을 꿀 때도 많았다.
그러다 보니 벌써 몇 번째 무과시험에 낙방을 하고 말았다.
그러던 어느날이었다.
수련을 하기 위해 산을 오르던 청년은 저 멀리 세 자매의 집이 보이자 문득 걸음을 멈추었다.
날이 아직 밝기 전이라 여전히 어두웠지만 부지런한 처녀들은 아침을 준비하고 하루를 시작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어렴풋이 보였다.
다시금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낀 순간,
“안 된다. 안 돼. 더 이상은……."
청년은 처녀들에게로 향하는 마음을 고쳐먹고 새로운 다짐을 했다.
“내가 무예를 닦으면서 한눈을 팔면 공부를 망치게 된다.”
하루에도 열 번, 스무 번 자신을 다잡아야 했다.
그러다가 하루는 나물을 뜯으러 산을 오르던 세 자매와 딱 마주치고 말았다.
반가워하는 처녀들을 보자, 청년은 되돌아서며 피하려 했다.
“저, 도련님. 저희들이 무슨 잘못이라도 했나요?"
“아, 아니요."
청년은 돌아선 채 대답했다.
“그런데 왜 요즘 저희를 자꾸 피하시나요?”
“언니 말이 맞아요. 근래에 정말 이상해지셨어요.”
“그래요, 정말.”
마침내 청년이 세 자매를 보며 말했다.
“미안하오. 나도 그대들이 좋고 늘 보고 싶어요. 그러나 나는 지금 무예를 열심히 닦아서 유명한 장수가 되고 싶소. 지금 내 마음이 흔들리면 그 뜻을 이루기 어려울 것 같으니 제발 멀리 가 줄 수 없겠소?”
이 말을 들은 세 소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셨군요.”
“도련님의 뜻은 돌 같군요.”
자매 중 맏이가 칭찬을 했다.
“우리들이 있어서 방해가 된다면 비켜 드려야지요.”
둘째가 눈물을 흘리면서 말했다.
“걱정하지 마셔요.”
막내도 서운함을 감추며 청년을 위로했다.
청년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고마워했다.
“정말 고맙소. 결코 이 은혜를 잊지 않겠소. 훌륭한 장수가 된다면 그대들이 날 도와준 덕분이라고 믿겠소.”
눈을 감아도 보이는 처녀들의 모습......
마침내 세 자매들이 떠나기로 한 날이었다.
자매들이 아버지에게 청년의 뜻을 이야기 하자, 선뜻 결심을 한 것이었다.
“나 역시 학문하는 사람으로서 그 도령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겠구나.”
부둣가에는 바람을 가득 안은 돛단배가 기다리고 있었다.
워낙 없는 살림이라 실어야 할 짐도 많지 않았다.
세 자매는 눈물을 흘리면서 배를 탔다.
눈 앞에 보이는 유달산을 버리고 배는 천천히 부두를 떠났다.
멀리 숨어서 이를 지켜보던 청년은 눈물을 흘렸다.
“잘 가시오. 의지가 약한 나를 도와주어서 고맙소.”
청년은 발걸음을 돌려 유달산으로 향했다.
“이제는 더욱 정진해 기필코 뜻을 이루리라.”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갑자기 배에서 그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도련님!”
“도련님!”
세 자매가 그를 부르는 것 같았다. 청년은 자기도 모르게 몸을 돌렸다.
하지만 배 위의 처녀들은 자신을 보고 있지 않았다. 환청이었다.
“에잇.”
눈을 감아도 세 자매의 모습이 또렷이 되살아났다.
“안 돼!”
청년은 큰 소리로 외쳤다.
“이러면 나는 공부를 망치게 된다. 대장부가 한 번 먹은 마음을 헌신짝처럼 버린다면 성공할 수 없다.”
청년은 새롭게 결심하고 결연히 돌아섰다.
“도련님!”
하지만 그럴수록 세 자매의 목소리는 더욱 크게, 급기야 이 산 저 산 메아리를 울리며 청년을 괴롭혔다.
“아아, 그만. 제발 그만!”
청년은 왼손에 쥔 활에 잔뜩 힘을 주었다. 서서히 치켜든 활은 심하게 떨렸고, 동시에 바른 손은 등에 메고 있던 화살을 뽑았다. 청년은 자기도 모르게 활에다가 살을 걸고 있었다.
“안 돼. 저들이 살아있는 한 나는 무예를 닦는데 전념할 수 없다.”
청년의 화살은 순식간에 시위를 떠났다.
청년이 신음 소리와 함께 자신이 한 일에 대해 후회하기도 전에, 바다로 나가던 배는 화살을 맞고 두 동강나고 말았다.
“사람 살려!”
“사람 살려요!”
배에 탄 사람들은 허우적거리며 울부짖었다.
드디어 그 배가 가라앉을 무렵이었다.
물 속으로 빠지는 배 위에서 세 마리의 학이 큰 날개를 퍼덕이며 솟아올랐다.
새들은 구슬픈 가락으로 울면서 청년의 머리 위를 서너 번 돌더니 산 너머로 날아갔다.
학이 날아간 자리에 섬이 솟아올라......
“저게 뭐야?”
청년은 눈물을 흘리며 그 모든 광경을 보았다.
그때 배가 가라앉고 새가 날아간 자리에 난데없는 섬 세 개가 솟아올랐다.
마치 자신의 잘못을 일깨워 주기라도 하는 듯.
그 섬이 바로 지금은 매립되어 육지가 된 삼학도다.
본래 3개의 섬이었으나, 1968~73년에 연륙공사와 간척공사를 실시하여 육지화된 것이다.
차범석의 소설 <삼학도>의 배경지로도 잘 알려져 있다.
곰곰 생각해 본다.
나는 '처음처럼' 성실하게 목표를 향해 열심히 가고 있는가?
우리는 이 사회와 민족이 바르게 갈 수 있도록 최소한의 노력을 하고 있는가?
우리 정부는 바른 목표를 향해 가고 있는가, 우리는 그것을 제대로 견제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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