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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무

"행복도, 고향도 잃은, 이별 없는 세대"-보르헤르트

전쟁의 상처 넘어선 유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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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 없는 세대>-볼프강 보르헤르트, 문학과지성사

러시아의 유명한 저항시인 예프뚜셴꼬는 그의 장시 <푸꾸>(우리나라에서는 <나는 위조지폐라도 찍어낼 테다>로 출판되었으나 지금은 절판 상태)에서 2차대전에 대해 이렇게 진술했다.
“어제의 슬픔의 희생자들을/망각한다면,/내일의 희생자가/되고 말리라.”

불꽃 같은 생을 살다간 작가
그 처참했던 전쟁을 잊지 않기 위해, 또 다시는 그같은 전쟁이 되풀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일념으로 치열한 삶을 산 작가가 있다.
볼프강 보르헤르트.

단 2년간의 창작기간 만으로도 독일 전후문학의 기수가 된 작가,
짧고 간결한 문체로 일찍이 유머나 유연성과는 거리가 멀었던 독일 문학에 새로운 전통을 새운 작가,
그러나 26세라는 너무도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 안타까움을 자아내게 하는 작가,
보르헤르트는 그 어떤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생애를 살다간 작가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민음사 판

20세 때, 보르헤르트는 히틀러에 의해 러시아 전장으로 보내졌다.
그는 심한 부상과 질병으로 신음하던 전쟁터에서 체포당했다.
전쟁의 참상을 고발한 한 통의 편지 때문이었다.
이로 인해 사형을 언도받았으나 너무 어리다는 이유로 얼마 후 가석방되었다.
하지만 다시 러시아행!

낯선 땅에서 추위와 질병으로 만신창이가 된 그가 겨우 병영을 빠져나올 수 있는 기회를 얻지만, 나오기 하루 전에 다시 체포된다.
같은 방 동료가 그의 정치적 농담을 밀고한 것.
그리고 9개월의 감방생활을 하는 동안 점점 더 깊어가는 병.
그러는 동안 전쟁이 끝나고, 제대로 걷기조차 어려운 몸을 이끌고 그 먼 길을 걸어서 드디어 집에 도착했다.

하지만 이미 그의 몸은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지경이 이르렀다.
그런 와중에도 그는 마지막 불꽃을 태워 희곡 <문 밖에서>를 썼고 시집을 펴냈으며, 소설을 발표했다.
안타깝게도 그는 <문 밖에서>가 초연되기 전날 눈을 감고 말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다른 책도 많다

"행복도 모르고, 고향도 잃은, 이별 없는 세대"
이 책을 처음 만난 것은 84년 여름이었다.
대학 1학년이던 나는 막연한 혼란으로 지향점을 잃고 현실을 부유하고 있었다.
그때 대학 도서관에서 보르헤르트를 만났고, 단박에 나는 그의 문장에 빠져들었다.

“우리는 서로 만남도 없고, 깊이도 없는 세대다. 우리의 깊이는 나락과도 같다. 우리는 행복도 모르고, 고향도 잃은, 이별마저도 없는 세대다. 우리의 태양은 희미하고, 우리의 사랑은 비정하고, 우리의 청춘은 젊지 않다. 우리에게는 국경이 없고, 아무런 한계도, 어떠한 보호도 없다.”

그의 문장에 빠져들지 않을 이 얼마나 있으랴.
나는 당장 2학기 개강하자마자 문학동아리에 들었고, 곧 이른바 80년대의 회오리 바람 속으로 휘말려 들어갔다.
그의 작품 어디에서도 독재자에 대한 분노는 찾아볼 수 없지만, 독재자에 의한 엄청난 비극을 넘어서는 유머와 의지가 배어 있다.
그것이 당시 70, 80년대 한국 사회의 비극을 이겨내는 힘으로 작용했던 것이다.

한동안 절판되었던 책이 출판사를 바꿔 다시 나와 무지 반갑다.
검색을 해보니 꽤 여러 출판사에서 보르헤르트의 책을 선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즈음 자꾸만 80년대를 떠올리게 되고, 예전에 읽었던 책을 반추하게 된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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