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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무

“돌연변이들이여, 대운하 꼭 해야겠는가?”

《무탄트 메시지》 말로 모건, 정신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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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탄트(Mutant)’는 우리말로 ‘돌연변이’다. 요즘 돌연변이를 소재로 한 공상영화가 많은데, 그런 돌연변이는 아니다. 사전적으로는 ‘생물체에 전에 없던 새로운 형질이 나타나 고정적으로 유전이 되는 현상’이다. 하지만 이 책은 ‘소설’이니까 좀 은유적으로 볼 필요가 있겠다.

헌데 따지고 보면, 소설 같지 않은 소설이다. 저자가 소설을 전문적으로 쓰는 사람이 아닌 여의사이고, 자신이 ‘소설’이라고 했기 때문에 그래주는 것 뿐이다. 사실은 자신이 호주의 원주민들과 함께 4개월 동안 사막을 걸어서 횡단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넌픽션’에 더 가깝다.

‘돌연변이’는 ‘정상인’과 대비가 되었을 때 그 존재가 더 뚜렷이 부각된다. 여기서 ‘정상인’은 ‘참사람 부족’이라 불리는 호주 원주민들이다. 그들은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 자연의 일부로 살아가며, 모든 생명체가 형제자매라고 믿는다.

그렇다면 돌연변이는? 문명인들, 즉 우리 자신이다. 자연과 조화는커녕, 문명이라는 이름으로 대지를 파헤치고, 강을 더럽히고, 나무를 베어 황폐화시키는 우리가 돌연변이인 것이다. 한강에 나타난 <괴물>이나 청계천에 나타날 예정인 <괴물2>의 물고기 형상을 한 기괴한 모습의 생명체가 돌연변이인 것이 아니라, 그것을 보고 있는 우리가 돌연변이라는 말씀. 왜냐, 그것을 모두 우리 문명인이 만들었으므로.

호주 원주민들이 볼 때, 돌연변이들은 정말 별종이다. 자연과 잘 어울려 살아가면 무탈하게 살 수 있을 텐데도 돌연변이들은 파헤치고, 더럽히고, 전쟁하며 정상인들을 몰아낸다. 그리고는 결국 돌연변이들 자신조차도 그 영향으로 고통을 받고 결국 종말을 앞당기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세상을 사는 것은 일종의 단체생활이다.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더불어 잘 살아가도록 해야 한다. 같이 살아가는 집의 지붕을 뜯어 불을 때고, 공동 경작하는 밭을 갈아엎어 혼자만의 놀이터를 만들면 같이 사는 사람들에게도 해가 되고 자신도 결국 괴로울 수밖에 없다. 학교든, 군대든, 회사든 단체생활을 해본 사람이라면 알지 않는가.

참사람 부족은 돌연변이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말한다. “자연에서 멀어질수록 인간은 불행해질 것이다.” 자연과 조화롭게 살라는 말이다. 아마 그들이 2008년 현재의 대한민국을 보았다면 이렇게 말할 지도 모를 일이다. “돌연변이들, 그렇게들 빨리 종말을 보고 싶은가?”

유엔 산하 무슨 기관에서 앞으로 12년 쯤 뒤인 2020년에 개구리와 도롱뇽 등 양서류가 멸종한다고 예보했다. 또 우리 자식 세대가 살아갈 2050년엔 지구 생물체의 20∼30%, 손자손녀세대가 살 2080년에는 대부분의 동식물이 멸종한단다. “정말 그래도 전 국토를 까뒤집어서 억지로 물길을 내야 하겠는가?”

하아무/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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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 모건 지음 | 정신세계사 펴냄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 부족 중 하나인 오스틀로이드라고 불리는 이종(참사랑 부족)은 문명인들을 가리켜 '무탄트' 라고 부른다.돌연변이라는 뜻의 무탄트는 기본 구조에 중요한 변화가 일어나 본래의 모습을 상실한 존재를 가리킨다. 신이 최초로 창조한 사람들이라 불리는 호주 원주민 참사란 부족.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고 모든 생명체가 형제이며 누이라고 믿는 이들, 문명의 돌개바람과 함께 몰려와 어머니 대지를 파헤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