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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무

교육, “선무당이 사람 잡네!”

《작은 학교가 아름답다》 사티쉬 쿠마르 외 15인, 보리

살아오면서 나는 가장 암울했던 때로 주저 없이 학창시절을 꼽는다. 좀더 엄밀히 말하면 초등과 대학시절을 뺀 중․고등학교 때가 그랬다. 초등 땐 열심히 놀았고, 학생운동 때문에 한차례 제적되는 시련을 겪기도 했지만 대학 때도 그런대로 괜찮았다. 놀고 싶을 때 놀고, 연애도 해보고, 내가 하고 싶은 공부도 열심히 했다.

하지만 중․고등학교 땐 그럴 수 없었다. 나름대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학교를 다녔지만 늘 답답하고 힘겨웠다. 학교의 문제가 아니라, 그것은 당연히 입시제도 때문이었다. 한때는 때려치우고 싶은 욕구에 시달리기도 했다. 동생들이 똑같은 과정을 겪어야 하는 것이 안타까웠고, 내 아이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자 아이의 출생을 온전히 기뻐하기조차 어려웠다.

이건 결코 과장이 아니다. 당시 내가 가진 유일한 희망은 “10, 20년이 지나면 나아지겠지”하는 기대뿐이었다. 그러나, 그 기대는 완전히 어긋나 버리고 말았다. 요즘 대통령직인수위가 내놓는 교육정책을 보고 있노라면, “차라리 우리 때가 더 나았다”는 생각마저 들 지경이다. 이건 선무당이 따로 없다. 그 선무당이 휘두르는 칼날 아래 학교를 다녀야 하는 아이의 미래가 벌써부터 걱정된다.

내 아이는 영어를 많이 쓰는 일을 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후렌드’라고 하든 ‘프렌드’라고 하든 나 역시 크게 개의치 않는다. 영어를 잘 못하더라도 아이가 최대한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게 해주고 싶다. 인수위는 기업들에게 여러 규제를 풀어 최대한 자유롭게 기업활동을 하게 해준다면서, 왜 교육문제를 두고 아이들을 영어에 얽매려고 하는가.

이 책, 《작은 학교가 아름답다》의 저자 중 한 사람인 비노바 바브는 “억지로 쑤셔넣은 지식은 소화되지 않는다”며, “참다운 교사는 가르치지 않는다”고 했다. 참된 교사가 가르치는 것은 지식이 아니라 자신의 삶의 방식이다.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아이들을 억압하지 않는 것,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이 분리되지 않는 교실, 애정과 신뢰로 만날 수 있는 관계가 되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교육열이 높지만 교육제도나 경쟁력은 낮다. 인수위도 그렇다. 열의는 아주 높으나 수준은 함량미달이다. 그들이 짜맞추고 있는 교육제도에는 사랑이 없고 신뢰도 없다. 탐구하고 사고할 수 있는 능력을 위한 고민도 없고 감성을 키우려는 배려도 없다. 문화는 없고, 오직 권력과 돈 냄새만 물씬물씬 풍기고 있다.

과녁이 잘못되었다. 엉뚱한 과녁 맞혀놓고 “만세” 부르는 꼴이다. 아이들이 주문한 건 자장면이지 캐비어가 아니다. 자장면을 주고 자장면 값을 받아가야지, 주문하지도 않은 캐비어를 내놓고 4조 원을 받아내려 해서는 안 된다. 영어에 너무 목매지 말고 교육제도 연구 좀 해서 입시제도 개선하면 “안 되겠니?”

하아무/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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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부 지음 | 보리 펴냄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환경과 교육과 삶이 조화를 이룬 참다운 교육을 토로한 글. 올바른 교육은 무엇인가를 근본 물음으로 부모와 교사의 자세, 대안교육의 의미, 근대화의 흐름이 교육에 미친 영향 등을 자세하게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