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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무

3·15의거 담아낸 기념비적 소설

<꽃바람 꽃샘바람> 김춘복 지음ㅣ동광출판사

이 작품은 2·28 대구 학생시위를 시발로 3·15 부정선거와 1차 항쟁, 김주열 열사의 시체가 발견되면서 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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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2차 항쟁을 정면으로 다룬 소설이다.  

문학평론가 윤지관씨의 말대로, “긴박한 혁명의 과정을 충실히 따라가면서도 혁명주체인 학생들의 감동적인 우정과 열렬한 항거, 이 가운데서 싹트는 남녀간의 사랑, 그리고 주인공의 주변인물들을 중심으로 한 민중들의 각성과정 등이 한데 어우러져, 가히 혁명소설로 손색이 없는 작품”이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관섭을 중심으로 교육계의 구조적 모순과, 그런 병폐를 낳은 당대 정치현실에 저항하는 민중들의 모습을 밀도있게 그렸다. 특히 가족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전형적인 소시민이었던 관섭의 어머니 가야댁이 행방불명된 아들 김주열 열사를 찾아 마산 시내를 누비던 권여사를 만나면서 감화를 받고 각성하게 되는 장면, 아무것도 모르던 지욱의 할머니 남지댁이 아들의 영향으로 시위현장에 나서게 되는 과정은 감동적이다.  

그때 권여사가 가야댁에게 이렇게 말한다. “나는 지금 내 아들 하나 찾자고 이렇게 돌아다니는 거 아닙니다. 마산시민들한테 이놈의 썩은 정권 무너뜨리자고 호소하고 다니는 거라요.”  끝내 김주열 열사는 주검으로 마산 앞바다에 떠오르고 만다. 마치 “눈에다 무엇을 때리박는 그런 고문을 하다가 죽인 게 아니라, 다른 방법으로 고문을 하다가 죽자 고문치사를 은폐 조작하기 위해서 사후에 위장”한 듯한 처참한 모습으로. 

김춘복 선생은 또 이제까지 4월혁명의 주체가 대학생으로 알려졌지만, 적어도 마산에서만큼은 고등학생들이 주체였음을 밝혀낸다. 그들이 중심이 된 3·15의거의 근원과 김주열 열사의 죽음이 초래한 4월혁명의 역사적 맥락을 잘 드러내 보여주고 있다. 

4월혁명을 형상화한 작품 중에서 시로는 신동엽의 <껍데기는 가라>, 소설로는 <꽃바람 꽃샘바람>이 최고봉으로 꼽힌다. 선생이 머리말에서 밝힌 대로 “4월혁명의 진원지였던 대구와 사령탑이었던 마산땅의 구석구석을 내 눈으로 보고 내 발로 밟으며” 형상화 해낸 피와 땀의 결실이라 할 수 있다. 가히 3·15의거를 다룬 기념비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요즘 3·15의거와 김주열 열사가 잊히고 있다고 한다. 이 책도 출판사 사정으로 절판되어 지금은 구하기가 어렵다. 잊히지 말아야 할 것들이 잊히고, 자본의 논리에 밀려 보석 같은 작품이 묻혀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3·15의거의 고장 마산에서, 3·15의거를 훌륭히 형상화한 이 소설을 재출간해 많은 사람들이 읽고 가슴속 깊이 그 정신을 새겼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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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아무/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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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복 지음 | 동광출판사 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