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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무

수술은 아주 잘 되었는데 환자는 죽었습니다(?)

‘슈드 비 콤플렉스’를 벗어던져라!
《불안한 시대로부터의 탈출》-정혜신, 명진출판

한때 이가 몽땅 빠지는 꿈을 자주 꾸었다.
뭔가 불안한 느낌이 엄습하고 반사적으로 나는 입을 앙다물었다.
하지만 불안한 느낌은 가시지 않고 그럴수록 아래윗니를 더 세게 물었다.
그러다보면 무언가 허전한 느낌이 들고, 곧 이가 힘없이 빠져버리는 것이었다.
두 손 가득 빠진 이가 팝콘처럼 쌓이는 장면은 너무나 생생했다.

다들 흉몽이라고 했다.
자신이 의지해왔던 것들이 한순간에 무너지거나 사라지기도 하는 것을 나타내기도 하고, 그동안 계획하던 일이 전면 수정 되거나 모든 일이 뒤바뀌게 되는 걸 나타내기도 한다는 거였다.
20대 초반의 일이었으니,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심약한 성격인데 학생운동으로 인해 제적을 당한 일부터 시작해, 문학이냐 운동이냐, 애국적 사회진출을 어떻게 할 것인가, 그리고 아픈 사랑은 어떻게 할 것인가 등등.
예수가 가시 면류관을 대신 써주었다고 생각하더라도 불안한 마음은 도무지 어쩌지 못하던 때였다.

불확실한 사회, 불안한 삶
하기야 지금이라고 해서 고민이나 불안이 없어진 것은 아니다.
가장 큰 건 역시나 먹고 사는 문제다.
나의 글쓰기가 충분한 ‘밥’이 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가장으로서의 책임은 크고 무겁기만 하다.
모름지기 가장이란, 또한 남자란 어때야 한다는 고정관념과 그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은 욕구가 끊임없이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불안한 상황은 비단 개인만의 문제는 아니다.
우리 사회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어둡고 불안한 기운에 지배당하고 있는 느낌이다.
OECD 가입 이후 신자유주의의 물결이 거세지면서 양극화, 투자부진, 내수침체 등 갖가지 병폐로 한국경제가 앓고 있고 이는 곧바로 구성원들의 삶에 투영되고 있다.
집값도 직장도 어찌 될지 불확실하니 개인의 삶도 오리무중이다.
특히 경제에 관한 한 전문가 이상을 자처하던 정부의 '비경제적 정책들' 혹은 일부 상류 계층만을 위한 정책 남발은 허탈감을 넘어 분노를 자아내게 하기에 충분하다.

가장 불안한 건 예측이 불가능한 미래...
이런 불안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가장 불안한 때”라고 말한다.
오늘날 한국 남성들이 겪고 있는 사회심리적 문제들, 예를 들면 심리적 위압감, 과도한 책임의식, 그리고 따라잡기 벅차기만 한 경쟁들….
이 책 《불안한 시대로부터의 탈출》은 저자의 다양한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피할 수 없는 온갖 스트레스로 고민하는 현대인들이 자아를 찾고 삶의 의욕을 되돌려 준다.

‘슈드 비 콤플렉스’란 게 있다.
‘슈드 비(should be)’ 즉, ‘반드시 무엇이어야만 한다’는 사고방식이 현대인의 가장 심각한 노이로제란 거다.
돈도 잘 벌고 정력도 세어야 한다는 생각, 좋은 대학을 가야 한다는 생각, 몸짱 얼굴짱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 집은 몇 평 이상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 등등.
이런 것이 현대인의 정신 건강을 해치는 주범이다.

수술 후 의사가 “수술은 아주 잘 되었는데 환자는 죽었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처럼, 우리는 지금 “경제는 크게 발전했는데 사는 건 갈수록 팍팍합니다”는 처지에 놓여 있다.
반드시 남과 같아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남과 조금 다른 삶, 여유와 게으름이 불안한 시대로부터 탈출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이 책은 권하고 있다.

불안하더라도 무조건 믿고 희망을 가져라?
하기야 개인적으로는 여유와 게으름을 조화시키며 불안한 마음을 떨쳐내었다 치더라도, TV 뉴스나 신문만 펼치면 또다시 불안해지고 분노스러워지는 것이 어쩔 수 없는 현실임에 분명하다.
도대체가 대책이 안 서는 정부요, 정책이니 어찌해야 할 것인가.
그들은 지금도 이렇게 말하고 있지 않은가. "국민을 위한 정말로 대단한 정책들을 펼쳤지만 경제는 죽어가고 있습니다. 그 원인은 정부가 아닌 다른 데 있는데..."
그러고서는 빼놓지 않는 말, "정부를 믿고 희망을 가지시기 바랍니다."
도대체 믿을 수가 없고 희망을 가질래야 억지로도 가져지지가 않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장난 녹음기처럼 똑같은 소리만 반복한다.

5년 동안 이 불안은 그 무엇으로도 해결이 될 것 같지 않으니 문제다.
정말 심각한 문제다.

불안한 시대로부터의 탈출 상세보기
정혜신 지음 | 명진출판사 펴냄
정신과 전문의이자 남성심리 전문가인 저자가 삶의 열망을 되찾고 싶은 중년남자들에게 띄우는 메시지. 직장 남성을 괴롭히는 다양한 문제의 본질을 파헤치고 해답을 제시했다.눈물을 보이는 순간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