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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하

휴가다운 휴가로 폭폭증 이기기

<파리의 휴가> 구스티, 바람의아이들
휴가에 닥친 불행

사용자 삽입 이미지휴가, 어디가 좋을까?


날씨가 사람잡겠다. 정말 덥다.
이런 때는 시원한 계곡으로 순간이동을 했으면 좋겠다.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있으면 발이 시려 금방 꺼내야 될지도 모르겠다.
옆에서 지글지글 고기 굽는 소리가 들리고, 아이들은 튜브를 끼고 첨벙거리고 있다.

간혹 서늘한 바람이 불어서 등을 시원하게 식혀준다. 생각만 해도 흐뭇하다.
그러나 고개 돌리면 더위로 짜증내는 아이들, 공부해야 할 책들이 군데군데 널려 있다.
이런 땐 즐거운 그림책으로 시간을 보내는 게 딱이다.

휴가에 닥친 비상사태

<파리의 휴가>에 나오는 파리는 휴가가 시작되자 수영장에 가기로 한다.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아래 수영을 즐기러 가는 파리는 빨간 가방을 들고 마냥 즐겁다.
비치볼, 선크림, 돗자리도 챙겼다.
완벽한 준비를 끝낸 파리는 수영장에 가서 물 속에 들어간다.
한쪽 발을 담갔다가 다시 한쪽 발을 담그는 데서 파리의 신중함도 볼 수 있다.
몸에 물을 묻히고 멋진 다이빙 솜씨를 자랑하며 수영장으로 뛰어들었다.
랄랄랄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춘다. 완전 신났다.

그런 파리의 휴가에 닥친 불운.
곧 날씨가 컴컴해진다. 먹구름이 몰려오는 것 같다. 곧이어 천둥소리도 들린다.
파리는 비상사태를 직감한다.
그 때 하늘에서 엄청나게 커다란 게 떨어지고 있었다.
콜라주 기법으로 표현된 하늘에서 떨어지는 무엇이 압권이다.
곧 파리는 어마어마한 파도에 휩쓸리게 된다.
파리는 죽을힘을 다해 폭풍우 속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여기서 반전, 파리가 들은 소리는 "엄마, 엄마, 나 다했어!"

"다신 수영장에 안 갈 거야"

파리가 휴가를 떠난 곳은 다름 아닌 변기였던 것이다.
그래, 파리다운 휴가였어. 한바탕 웃을 수 있는 책이다.
작가는 파리를 아주 천진난만한 어린이로 만들어 놓았다.
다시는 수영장에 가지 않겠다는 파리, 파리의 커다란 눈, 까맣고 통통한 몸, 나사못으로 된 코와 몸의 부분부분이 나사못으로 연결되어 우스꽝스럽기도 하고 좀 맹랑해 보이기도 한다.
독자들은 파리의 망친 휴가를 보면서 위안을 받을 수도 있지 않을까.
그래, 잘 됐다.
나는 휴가도 못 즐기고 있는데 파리 녀석 랄랄룰루 신났더니 꼬시다 꼬셔, 이렇게 말이다.

휴가 없는 수험생이나 휴가 동안 더 열심히 일을 해야 하는 사람들에겐 휴가가 더 간절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휴가가 고맙게 느껴진다.
휴가를 요란뻑적하게 보내지 않더라도 그동안 수고한 몸을 쉬게 하고, 긴장했던 뇌를 느슨하게 하고 아무 생각 없이, 아무 걱정 없이 편히 쉰다면 그게 더 알찬 휴가가 아닐까.
파리처럼 수선을 떨며 휴가를 떠났다가 돌아와선 힘들고 돈만 쓴, 남는 게 없는 휴가를 보내는 사람도 많다.
휴가를 휴가답게 보내지 못한다고 폭폭증 내기보다 시원하게 한판 샤워라도 하고, 곤한 낮잠이라도 즐길 수 있다면 그게 더 낙원이지 않을까.

/한양하/

파리의 휴가(알맹이 그림책 6) 상세보기
구스티 지음 | 바람의아이들 펴냄
『파리의 휴가』는 무척이나 문명화된 파리를 내세워 실제로는 무척이나 원시적인 똥 이야기를 하고 있는 그림책입니다. 유아는 자신의 똥이 파리에게는 엄청난 재앙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까르르' 웃을 것입니다.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소재를 유머러스하고 유쾌하게 풀어낸 작가의 역량이 돋보입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휴가가 시작되자 파리는 신이 나서 수영을 하러 갔어요. 파리에겐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시간이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