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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무

국민들 머리에 암낙타 유방을 잘라 씌우려는 정부

 

『백년보다 긴 하루』, 친기즈 아이뜨마또프, 열린책들

소련이 해체되는 과정 중 1991년 독립을 선언한 키르기스스탄.
아이뜨마또프는 키르기스스탄의 대표적인 작가로, 올해 6월 10일 세상을 떠났다.
박경리 선생이 타계하고 한달쯤 뒤였고, 많은 사람들이 광우병 쇠고기 문제로 인한 절망감을 “백년보다 긴 하루”로 표현하던 무렵이었다.

까잔갑이 자신을 묻어달라는 곳은...
소설은 오랜 세월 철로 노무자로 일한 예지게이와 까잔갑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사막 근처의 간이역에서 평생을 힘겹게 일해온 까잔갑이 죽자 예지게이는 그들의 전통대로 시신을 매장하려 한다.
매장지로 가면서 수많은 과거 일들을 회상하게 되는데, 그 시간이 꼬박 하루였던 것이다.
그런데 까잔갑이 자신을 묻어 달라고 했던 장소에 우주선 발사기지가 있어서 결국 다른 곳에 묻고 만다.

블로거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이명박 정부를 두고 ‘백년보다 긴 하루’라 한 것은 그만큼 하루하루가 견디기 힘들 정도로 힘겨웠다는 의미였다.
국민들의 뜻과는 반대로만 가면서 소통은 전혀 하지도 않고 경제사정은 지속적으로 나빠져만 갔고 영어 몰입교육이니, 한반도 대운하니, 공기업 민영화니 해서 온통 들쑤셨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부자들을 위한 종합부동산세 완화, 언론방송 장악 노골화 등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고난을 넘어 민족 부활을 옹호하다
소설에서는 ‘백년보다 긴 하루’와 같은 고난을 넘어 민족적 전통의 부활을 옹호한다는 측면을 사뭇 강조하고 있다.
이는 당시 구 소련이 지배하기 이전의 카자흐 전통을 되찾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매우 저항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다.
키르기스스탄의 웅대한 서사시 <마나스>를 원용한 사실로도 충분히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또 뒷부분에서 우주선 발사기지와 같은 공상과학적 내용이 등장하는 것도 철의 장벽이나 베를린 장벽을 공격하는 일종의 풍유로 읽힌다.

츄안츄안 부족의 악행은 현재의 우리들에게 매우 시사적이다.
다른 부족을 잔인하게 정복한 이들은 붙잡은 젊은이들을 결박하고 머리에 암낙타의 유방을 모자처럼 씌워 과거를 잊고 복종하는 자만이 살려두었다.
낙타 가죽이 뜨거운 태양에 마르면서 머리를 조이면 7-8할이 죽어나간 반면, 살아남은 자들은 자신의 이름이나 가족도 기억하지 못하고 시키는대로 기계적으로 복종하는 충직한 부하가 될 수밖에 없었던 것.
그 고통이 얼마나 컸든지, 그것이 ‘백년보다 긴 하루’라고 했다.

시민사회에 대한 탄압은 전방위적으로...
이명박 정부는 촛불정국의 수세에서 벗어났다 싶자 관련자의 구속·수배는 물론 유모차 부대에 대한 협박까지 일삼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전방위적 시민사회에 대한 탄압은 그 정도를 훨씬 뛰어넘었다.
과도한 충성 경쟁으로 인한 탄압이 자행되고 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온 국민을 결박하고 머리에 암낙타 유방을 억지로 씌우려는 정부의 의도가 보이는 듯해 씁쓸하다.
딱하고 가엾다.

백년보다 긴 하루(페이퍼북) 상세보기
친기즈 아이뜨마또프 지음 | 열린책들 펴냄
중앙아시아의 전통 사회를 배경으로 선악의 갈등을 다룬 친기즈 아이뜨마또프 장편소설 『백년보다 긴 하루』. 중앙아시아의 광대한 스텝에 사는 평범한 사람들의 문화와 가치관 위에 펼쳐지는 우주 정거장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