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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무

매우면서 맛있는 떡볶이 같은 청소년 소설-≪겨울, 블로그≫

청소년 문제…봉충다리도 울력걸음
≪겨울, 블로그≫, 강미, 푸른책들

소설 구성의 3요소는 배경과 인물, 사건이다.

#1.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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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강미는 본명이 강미희고, 진주가 고향이다.
박경리 선생의 모교인 진주여고를 졸업하고 대학 국어교육과를 나와, 지금은 울산에서 국어 교사로 일하고 있다.
그러나 국어 교사는 허울이고, 강미는 천상 작가다.
선한 미소가 예쁘고, 선한 웃음의 듬직한 돌쇠(캠퍼스 커플이었던 돌쇠도 국어 교사다)를 거느린, 전에는 여대생이었던 아줌마다.

#2. 사건
2005년에 ≪길 위의 책≫으로 주목을 받더니, 이번에 소설집 ≪겨울, 블로그≫를 내놓았다.
요즘 한창 각광을 받고 있는 장르가 된 청소년 소설이다.

제목에서 암시하듯 등장인물들은 모두 ‘겨울’에 내몰려 있다.
동성애와 우정 사이에, 부잣집 친구와 가난한 자신과의 사이에, 범생이와 꼴통과의 사이에, 이성과의 사랑과 학교 성적과의 사이, 여학생과 선생님의 사랑 사이, 그 어디쯤에서 다들 오돌오돌 떨고 있다.

그러나 겨울의 경계는 명확하지 않다.
가을과 봄 사이에 겨울이 있다는 것을 모르지 않지만, 11월에서 2월까지로 규정하기도 뭣하고 절기로 동지에서 춘분까지로 규정하기에도 뭔가 모자란다.
그처럼 아이들의 겨울은 경계가 모호하고, 특히 우리 아이들의 겨울은 길고 혹독하기로 유명하다.

그런데 제목에는 ‘겨울’만 있는 것이 아니라 ‘블로그’도 있다.
그것은 겨울의 대척점에 놓여 있으면서 탈출구의 역할을 한다.
아이들은 자신만의 가상공간을 통해 겨울을 피하고, 혹은 그 속에서 겨울을 견디고, 또 혹은 겨울을 봄으로 바꾸고 있는 것이다.

허형만 시인은 시 <겨울 들판을 걸으며>를 통해
“가까이 다서기 전에는/아무것도 가진 것 없어 보이는/아무것도 피울 수 없을 것처럼 보이는/겨울 들판을 거닐며/매운 바람 끝자락도 맞을 만치 맞으면/오히려 더욱 따사로움을 알았다”고 했다.

그렇다.
우리는 모두 청소년에 대한 제각각의 잣대를 가지고 있다.
순수하고 착하며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존재, 보호하고 훈육해야 하는 미성숙한 인격체, 혹은 알 것 다 알고 영악한 ‘작은 어른’ 등등.
하지만 가까이 다가가기 전에, 매운 바람도 맞아 보지 않고서 “안다” 하지 말고 규정 짓지 말자.
먼저 다가가자. 가까이, 더 가까이.

#3. 인물
우리는 대학을 다니면서 함께 문학동아리 활동을 했다.
처음에 만들면서 고심에 고심을 거듭해 ‘울력’이란 이름을 붙였다.
글을 쓴다는 건 혼자서 끙끙 앓는 일이지만, 그래도 (여러 사람이)힘을 합하여 공부해 보자는 뜻에서였다.

교육 문제, 혹은 청소년 문제에 대해 우리는 모두 ‘봉충다리’다.
한쪽이 짧은 다리로 수십 년째 절룩거리고 있다.
(정권이 바뀌어 교육 개혁 운운하고 있지만 절룩거리기는 마찬가지다. 아니, 막말로 숫제 다리몽둥이를 왕창 부러뜨려 놓고 있다.)

‘봉충다리도 울력걸음’이란 말이 있다.
능력이 좀 모자라도 여럿이 함께 하면 해낼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런 마음으로 다가가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전교조 탄압하려 하지 말고, 억지로 좌편향 교과서 운운하지 말고, 포용하고 더불어 함께...

≪겨울, 블로그≫는 배경과 인물, 사건이 잘 버무려진 떡볶이 같은 소설집이다.

겨울 블로그 상세보기
강미 지음 | 푸른책들 펴냄
표제작 <겨울 블로그>는 블로그처럼 청소년들이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또다른 세계를 보여준다. 에선 이질적인 존재들이 공존하는 세계를, 에선 은호의 할아버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