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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잡사 주절주절

광우병과 관련해, 다시 미국을 생각하며

미국은 우리의 우방인가?

 

 



한때 '혈맹'이라는 말을 많이들 썼다. 피로 맺어진 어쩌고 저쩌고... 우리의 피를 빨고 있는 '혈맹'도 혈맹인가?

미국의 실체를 알고 있는 우리야 애저녁에 콧방귀를 끼고 있었지만, 아직도 '우방'이라 믿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정말 종교적 신념에 버금가는 대상처럼 보이는 모양이다.

올해 초 나온 박구경 시인의 시집 <기차가 들어왔으면 좋겠다>에 실린 시 <미국을 생각하며>를 다시 읽으며, 다시 미국을 생각해본다.

미국을 생각하며

박구경

뜨거워지는 물을 피해 두부 속으로 파고드는 미꾸리

눈 깜짝할 사이에
무역 센터로 들어간 한 세기 초유의 증오이고 싶다

한 사람이 또 떠나가는 의료원 앞
숟가락을 들다가 말고

바글바글,
지난 세기를 모두 뚝배기에 섞어 넣고
밤새도록 온 우주로 알 수 없는 신호를 띄워보내는
텔레비전

한 세기를 괴로워하다 두부 속으로 파고든 미꾸리의 생각이고 싶다

"(박구경 시인은) 어느 순간 단정하고 반듯한 틀을 스스로 깨면서 순식간에 도발적으로 바뀐다. 이것은 그의 시적 활기의 가장 중요한 동력으로, 가령 무역센터를 들이받는 자폭 테러에 대한 '뜨거워지는 물을 피해 두부 속으로 파고드는 미꾸리'라는 기상천외한 메타포 등이 그 대표적인 예다."(신경림 시인)

"무역센터를 뚫고 들어간 비행기를 '한 세기를 괴로워하다 두부 속으로 파고든 미꾸리'의 몸 떨리는 슬픔에 비유하여 표현한 그의 직관은 놀랍다. 나는 이 시를 오래된 나의 비망록에 기록해둘 것이다."(정희성 시인)

"지구라는 뚝배기 안의 패권주의에 대한 저항이었을 것이다. 그 아랍인 청년 조종사의 죽음을 추어탕 두부 속의 미꾸라지로 본 시심의 안목이 파격적으로 탁발하다."(구중서 문학평론가)

무너져 내리던 미국 무역센터의 모습이 다우너, 주저앉는 미국소의 모습과 자꾸만 겹친다.

주저앉으며 발악을 하는 그들이 무섭다. 그 발악에 속수무책인 우리의 위정자들이 무섭다.